"사진으로 찍어 놓으니 이쁘네, 우리 마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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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찍어 놓으니 이쁘네, 우리 마을도~"
  • 강영희
  • 승인 2017.12.14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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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주민들이 만든 <배다리신보> 특별판


“이렇게 사진도 찍어보고, 글도 써보고 ... 내 인생에 처음이야! 정말이지 너무 좋았어~”, “처음에는 너무 어른들이어서 불편했는데 어린 제 말씀도 잘 들어주시고, 공감해 주셔서 편하게 함께 할 수 있었어요.”, “어둡고 칙칙하게 느껴지던 마을이었지만 함께 돌아보니 친구들에게 자랑할 만한 것이 많았고, 몰랐던 마을을 알게 됐어요.”, “어려운 형편에 어쩔 수 없이 들어와 살게 된 동네라 썩 좋게 보이지 않았지만 이웃들이 너무 좋아서 떠나고 싶지가 않네요~”, “배다리 하면 헌책방 거리만 생각했는데 다녀보니 재미있는 곳이 많아요.”, “몇 십 년 만에 ‘숙제’라는 걸 다 했어요~”, “사진으로 찍어 놓으니 이쁘네, 이 마을도!”


 
 


마을사진 수업에서 그동안 찍었던 사진 중에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골라 갤러리 벽에 붙이고, 자신의 이름표를 붙이고, 소감을 나누는 자리였다.

 

작은 디지털 사진기를 켜는 방법부터 사람이며 풍경, 꽃을 찍는 법,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는 법, 직접 찍은 사진을 뽑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그 이야기를 이웃들과 나눌 수 있는 사회적 글쓰기까지, 도화지에 사진을 붙이고 정리된 글에 제목을 붙혀 직접 써보고, 그중에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골라 갤러리에 벽에 붙이는 전시작업도 해보고, 하얀 전지에 사진을 붙이고, 글을 써가며 신문이라는 것을 만드는 간단한 과정도 함께하는 수업이 진행되었다.
 

 
 

곧 <배다리신보> ‘특별판’이 나온다. 10월부터 11월까지 진행한 마을사진수업의 결과물이다. <배다리신보>는 2012년부터 2년간 <우각로신보>로 나왔다가 1년간은 <배다리신보>로 변경되어 나온 ‘마을공동체 회복을 위한 마을사진신문’이다.


마을사진신문은 ‘마을사진관 다행’을 열면서 ‘사진’으로 마을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것을 생각하다가 있는 그대로도 정답고 어여쁜 마을이라는 걸 이웃들과 공유하기위해 만들게 된 A3 한 장짜리 마을소식지 ‘다행多行+幸하다’를 만들었는데 2011년 즈음 문화공간들이 많이 생기면서 보다 많은 주민들과 나눌 수 있는 신문으로 확대 된 것이다.

 

‘다행’은 多幸 = 잘 안 될 것으로 여겨 걱정했던 일이 뜻밖에 잘 풀려 마음이 놓이고 흡족함을 일컫는 말이지만 이름 짓기를 할 적에는 ‘마을에서 많이 거닐자, 많이 만나고 많이 움직이고 행동하자’는 의미로 '多行‘이라고 했다.

 

 

‘지역공동체 창작공방 다행多行+幸_하다’는 2009년 퍼포먼스 반지하의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된 프로그램 이름이다.

 

2006년에 이어 국가 차원에서 진행했던 ‘지역환경개선을 위한 공공미술 프로젝트인 아트인시티 Art in City 2007’을 계기로 재개발을 예정하고 있어 열악한 환경에 처한 지역(공간)의 주민들(사람)의 생활을 살피고, 다양한 미술작업을 통해 개선해보려는 시도로 <우각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역공동체’와 ‘공공미술’이 막 움텄던 시기였는지 국가 차원에서 국민의 삶을 경제적 잣대가 아닌 문화예술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만나는 시도였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정부의 문화예술 철학이 녹아있던 마지막 사업 중 하나였다.

 

공존(=共存, 함께살기)을 위한 공공문화 표현집단을 표방하며 다양한 활동을 해오던 ‘반지하’는 <우각로프로젝트>를 계기로 지역 주민들과 밀접하게 만나갔고, 이들의 삶을 녹여내 공공벽화뿐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예술하기’라는 주제로 마을단위의 지역에서 주민들을 모아 일상생활에서 예술작업(글쓰기, 그림그리기, 노래 만들기 등)을 해나갔다.

 

그리고 배다리와 동구 지역민들 중에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고 열정이 있는 주민들을 모집해 지역공동체 안에서 자기표현활동(예술)을 통해 공동체에 기여하고, 자기공간을 만들어 지속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주민들(지역, 공동체)의 문화예술활동(창작) 및 자립(공방)을 위한 모델링 작업이 ‘다행多行_하다’였다.
 

 
 


이때 진행한 작업이 ‘주민들이 그리는 마을벽화’, ‘마을 이야기 도서관 만들기’, ‘마을사진잡지_ 마을이어서 다행이다’, ‘버려진 것들을 살려내는 생활소품창작’, ‘마을을 가꾸는 재활용 목공’이었다.

 

이 과정을 통해 만나 함께 작업했던 지역 주민들 중 작업공간을 갖고자 했던 사람들과 당시 적지 않은 작업도구와 부족한 작업 공간 확보를 위해 빌려 썼던 공간의 계약을 연장하고, 이미 반쪽의 공간을 공유하던 작업자와 함께 ‘여럿이 함께하는 공용 창작공방’을 만들었고 이것이 지금 창영초교 입구의 ‘마을사진관 다행’과 ‘갤러리카페 한.점으로부터’가 있는 공간이다.

 

그 공간에서 주민들이 마을의 문화와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한 다양한 고민을 나누고 있는 장면이 나에게 특별한 의미로 찾아드는 이유다.




 


달라진 게 있다면 특별히 ‘문화예술’에 대해 생각해볼 일 없고, 예술적 재능이나 열정이 있는 주민들도 아니며, 무조건 우리 마을이 좋다는 것도 아닌 이웃들과 마을의 문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는 점이다. 활동가들 입에서 나와 전해지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나이 든 자신들 보다 조금이라도 더 젊은 사람들의 삶을 생각하기도 하는 어른들이라는 점이다. 마을이 좋은 모습으로 지속되는 것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주민들이 스스로를 알아가는 시도를 시작했다는 점이다.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철학에는 ‘믿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누군가 나를 믿어주고 있다는 사실이 주는 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그걸 믿어?”라는 빈정거림을, 걱정의 말을 많이 들어왔고, 그간의 경험들이 그 걱정과 우려가 사실이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해도 나는, 우리는 조금 더 ‘믿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걸 느낀다. '믿음이 주는 힘'에 대해서 긴 생각이 이어질 겨울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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