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곳곳에 있다”
상태바
“사랑은 곳곳에 있다”
  • 한인경
  • 승인 2017.12.18 07: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인경의 시네 공간(17)] 다시 주목하는 영화 『러브 액츄얼리 Love Actually 』
 

<한인경의 시네 공간>은 지난 1년간 독립영화 12편에 대한 연재를 마치고, 2017년 8월부터 ‘다시 주목하는 영화’라는 주제로 영화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 영화는 일상의 피로를 풀어 주는 청량제이기도 하지만 사회인문학적으로 인간의 존재 이유와 그 밖의 다양한 존재의 진실에 대하여 사유하게 해준다. 영화 속 많은 삶의 양상을 공감할 수 있으며 감독과 배우들의 천착(穿鑿)한 철학적 외침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영원한 테마가 되기도 한다. 제한된 물리적 크기의 스크린이지만 우리는 무한대의 자유로운 공간을 만난다. 그 속에서 독특한 재미를 느끼고 힐링하고 비상한다.

 

“Christmas Is All Around.”

 

다시 주목하는 영화 『러브 액츄얼리 Love Actually 』

 

“사랑은 곳곳에 있다”

 

개 봉 : 2003. 12. 05. 개봉 (130분/영국,미국)

(2017,12,20재개봉, 2015.12.17.재개봉, 2013.12.18재개봉)

감 독 : 리차드 커티스

출 연 : 휴 그랜트, 리암 니슨, 콜린 퍼스, 엠마 톰슨, 앨런 릭먼

등 급 : 15세 관람가

장 르 : 멜로/로맨스, 드라마, 코미디

 

출처:영화『러브 액츄얼리』

 

두 편의 사랑 영화로 2017년 한 해의 마무리를 짓는다. 지난달, 미셸 공드리 감독의 『이터널 선샤인』에 이어서 리차드 커티스 감독의 『러브 액츄얼리』를 선정했다. 『이터널 선샤인』에서는 조엘과 클레멘타인, 두 남녀의 열정적인 사랑에 판타지를 더하여 감동을 배가시켰다면, 『러브 액츄얼리』는 청춘들의 사랑을 포함하여 다양한 사랑꾼들이 등장하여 크리스마스 시즌을 훈훈하게 달군다. ‘크리스마스’하면 먼저 떠오르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 달콤하면서도 훈훈한 느낌으로 감상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가 종교를 떠나 세계인의 축제로 거듭났듯이 이들의 사랑을 인과관계를 맞춰 가며 분석하기보다는 사랑과 크리스마스 영화로 연인들과 부부가 또는 친구들과 연말 시즌에 볼만한 영화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감독은 세상을 밝히는 등불을 사랑이라고 시종일관 강조하며 사랑의 중심에 선 사람들은 삶에서의 주인공도 그들이라는 것이다. 훈훈한 결말도 멋지다.

 

개인적으로 오프닝과 엔딩이 마음에 든다. 모두 영국의 히드로 공항이다. 히드로 공항은 유럽의 공항 중에서 이용객이 가장 많은 공항이다. 많은 사람이 헤어졌다 다시 만나는 장면을 보여 주면서 세상 돌아가는 것이 우울할 땐 히드로 공항을 떠올린다는 나레이션이 흘러나온다. 증오가 만연된 세상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아무리 사소해 보여도 사랑은 우리 온 주변에 있다는 사인을 보낸다. 911테러 당시에도 생사의 갈림길에서 희생자들이 전한 메시지는 사랑이었다. 한 해를 보내면서 스스로에게 그리고 주변 사람에게 그 어떤 따뜻한 겨울옷보다도 포근할 사랑의 에너지를 보내 그간의 행복을 다지고 내일의 희망을 계획하는 시즌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런 점에서 사랑은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다고 말하는 영화『러브 액츄얼리』는 적절하다고 판단한다.

 

출처:영화『러브 액츄얼리』

 

이 영화는 2003년 개봉한 이후로 2017년까지 크리스마스 시즌마다 무려 3차례 재개봉하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는 크리스마스를 5주 앞두고 시작되는 데 사랑을 일궈가는 다양한 커플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태로 진행된다. 각각의 스토리가 독립적이지 않고 다소 작위적이지만 연관이 지어진다.

 

『러브 액츄얼리』는 리차드 커티스의 감독 데뷔작이기도 하다. 각본과 감독을 맡은 리차드 커티스는 유명한 시나리오 작가로 그가 각본을 쓴 브리짓 존스의 일기(2001, 2004)에서 휴 그랜트와 콜린 퍼스 두 배우는 이미 함께 출연했었다. 특히 휴 그랜트는 노팅힐(1999)과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1994)으로 한국에서 신고식을 화려하게 치렀으며 리차드 커티스 감독, 각본의 영화는 아니지만 콜린 퍼스는 킹스맨(2017, 2015), 지니어스(2016)로 한국에서도 익히 얼굴이 알려진 세계적인 배우다.

 

먼저 다양한 커플들을 간략히 소개하면서 내용으로 들어가 본다.

사랑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남부 프랑스로 떠난 작가 제이미(콜린 퍼스)와 포르투칼 사람으로 언어가 통하지 않는 제이미 집의 청소부 오렐리아, 미혼인 영국 총리(휴 그랜트)과 새로 온 여직원 나탈리, 재혼한 부인은 사망, 그 부인의 아들 샘과 사는 새 아빠 다니엘(리암 니슨)과 샘(토마스 생스터), 샘의 여자 친구 조안나, 남매를 둔 부부 해리(앨런 릭먼)와 캐런(엠마 톰슨), 해리 회사의 여직원 미아, 원로 가수 빌리 맥(빌 나이히)과 매니저 조, 포르노 배우 잭(마틴 프리먼)과 주디, 막 결혼식을 올린 피터와 줄리엣, 줄리엣을 짝사랑하는 피터의 친구 마크, 해리가 사장인 직장 內 연인 사라와 칼.

 

출처:영화『러브 액츄얼리』

 

각 커플은 특징이 뚜렷하다. 老 가수 빌리와 매니저와의 우정은 남녀관계는 아니지만 영화의 흐름을 주도하는 커플이다. 엠마 톰슨의 흔들리는 중년부부까지 그저 순탄하게 해피 바이러스를 내뿜는 사랑은 아니다. 휴 그랜트가 연기한 영국 수상, 평범하며 심지어 뚱뚱하다는 소리까지 듣는 여직원과의 사랑, 콜린 퍼스가 연기한 작가 제이미와 언어가 통하지 않는 포르투칼인 청소부와의 사랑은 어디선가 자주 나왔음직한 로맨틱 소재로 분명 신선한 설정은 아니다. 그러나 로맨틱 코미디의 거장인 휴 그랜트와 콜린 퍼스의 물오른 연기력은 신선함보다는 자연스러움으로 충분히 대체하였다. 그 가운데 휴 그랜트가 'Jump' 노래에 맞춰 혼자서 춤추는 장면은 그저 흥겹다. 『러브 액츄얼리』는 ‘Jump' 외에도 크리스마스의 대표곡처럼 많이 불리어지는 곡들이 마치 종합선물세트처럼 모여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한 OST 3곡의 가사가 영화 속 커플의 해피 엔딩을 예고한다. 이미 귀에 익숙한 곡들이다. 한 커플만이 안타까운데 사라는 불안증을 앓고 있는 오빠를 돌보기 위해 칼과의 사랑을 뒤로한다.


All you need is love.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Christmas is all around.

 

풋풋함이 한 다발, 소년 샘의 사랑

 

출처:영화『러브 액츄얼리』

 

사랑을 얻기 위해 밤을 새우며 드럼을 연습한 일명 ‘드럼 보이’ 샘은 지금은 179cm 정도의 키에 훌쩍 자란 20대의 청년이지만 영화 촬영 당시는 13세 정도였다. 어린 샘은 당돌하다고 할 정도로 사랑관을 거침없이 피력한다. 조안나와 사랑에 빠져 방에서 나오질 않는 샘. 새 아빠 다니엘은 엄마의 부재로 인한 나쁜 상상으로 불안하다. 문제가 뭔지 궁금해하는 다니엘에게 샘은 사랑에 빠졌다고 말한다. 문화의 차이일까? 비록 농담 주고받듯이 나눈 대화였으나 父子간의 대화는 성인들의 대화라고 해도 무리가 없다. 다니엘은 고민이 심각한 것이 아니라 다행이라 말하자 샘은 인상을 찌푸리며 그 유명한 대사 한 마디를 남긴다. “Worse than the total agony of being in love?” (사랑보다 더 큰 고통이 어디 있어요?) 순간 호흡 정지다. 조안나를 생각하는 샘은 세상과의 자연스러운 소통을 배워간다. 아들의 진지함에 다니엘은 적극적인 협조자로 나선다.

 

친구의 아내를 짝사랑하고 있던 마크의 일명 스케치북 고백 또는 카드 고백은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곳곳에서 패러디되고 있다. 마크는 친구의 결혼식장에서 신부만을 집중적으로 촬영한다. 그 신부는 마크의 짝사랑 여인. 마크는 그 여인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고 돌아가면서 ‘enough!' 충분하다고 만족해한다.

 

황동규의 시, ‘즐거운 편지’를 보면 절절한 짝사랑의 연정을 노래하고 있다. 잠시 감상을......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황동규/즐거운 편지 中)

 

출처:영화『러브 액츄얼리』

 

드디어 크리스마스이브.

모두의 예상을 깨고 원로가수 빌리 맥의 ‘Christmas is all around’가 1위를 하며 방송을 탄다. 이 소식을 기점으로 영화는 훈훈함과 달달함의 절정으로 향한다. 그동안 행동보다는 맘속에서 좀 더 애태웠던 커플들은 서로의 마음을 확신하며 크리스마스이브를 사랑이 만개하는 시간으로 수놓는다.

 

예수의 사랑, 부다의 자비, 공자의 仁까지 언급하지 않더라고 우리는 가슴 찡한 감동, 화산 터지듯 폭발하는 사랑, 생명을 불사하는 사랑에 대한 예를 어렵지 않게 찾는다.

『러브 액츄얼리』는 사랑에 대한 거대 담론이 아니다. 관심을 갖지 않으면 눈치 채지 못할 수 있는 세세한 경우까지 숨을 불어 넣는다. 숨은 살아있다는 증거이며 삶의 에너지가 된다. ‘소나기(황순원)’의 소년과 소녀의 짧지만 순수한 사랑, ‘독일인의 사랑(막스 뮐러)’의 나와 마리아와의 사랑과 인류애, ‘레 미제라블(빅토르 위고)’의 미리엘 신부가 장 발장에게 보여준 사랑. 베토벤이 조카 칼에게 보여준 집착에 가까운 사랑, 나폴레옹과 조세핀의 사랑, 시인 백석과 자야...... 사랑은 현실부터 상상 속까지 곳곳에 있다. 그리고 과거부터 지금까지 진행형인 인류애로 승화된 사랑까지.

 

밤을 밝히는 네온사인과 단골로 들리는 음악들, 크리스마스와 연결되어 어쩐지 관대해질 준비가 되어 있는 이즈음, 게다가 한 해를 마감한다는 상징성까지 더해진 시즌이다. 작가 제이미가 오렐리아와의 사랑을 얻기 위해 포르투칼어를 배우는 노력, 마크의 포기할 줄 아는 사랑까지. 영화에 등장하는 커플은 진실이었고 노력하였으며 그 순간 뜨거웠다.

 

잠깐 한 호흡만 멈추자. 허기졌을 때 급하게 식사를 하면 탈이 나기 쉽다. 사랑을 얻기 위한 나의 준비와 아픔을 감수할 줄 아는 멈춤까지 성숙한 삶에 대한 준비가 필요한 시즌이기도 하다.

『러브 액츄얼리』는 지치고 피곤할 때 입 안에 사르르 녹는 캔디 같은 영화다.

 

이 영화의 메시지를 해석한다.

내 주변 곳곳에 실재하는 사랑. 그 사랑이 충만한 심장으로 한 해 마무리를 하고, 사랑이 통제하는 이성으로 다음 해를 설계하자.
 

한인경/시인·인천in객원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