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의 펄럭거림'이 세상을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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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의 펄럭거림'이 세상을 바꿔!
  • 이병기
  • 승인 2010.10.14 1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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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②] 인문학, 인천에서 날개짓을 하다


연수복지관에서 인문학 강의에 참여한 수강생들이
진지한 얼굴로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취재: 이병기 기자

글 순서

1. 골방 속 인문학이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2. 인문학, 인천에서 날개짓을 하다

"'사람이 이렇게 살면 안 되지'라고 듣는 기회를 단 한 번도 갖지 않는 것과 1주일에 한 번, 한 두시간만이라도 듣는 것과는 차이가 크죠. 사람들 교회 다니잖아요. 교회 가는 날 하루라도 죄를 짓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을 수 있는 거예요. 이런 시간을 더 길게 연장할 수 있으면 좋은 거죠. 자꾸 그런 생각을 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많아지는 거니까요." - 이우재 '고전을 공부하는 공간, 溫故齋(온고재)' 공동대표

'사람에 대한 학문'을 배우는 인문학이 인천에서도 '날개짓'을 시작하고 있다.

자기를 되돌아보고 우리 동네를 변화시키고, 나아가 사회를 바꿀 수 있는 '나비의 펄럭거림'이 인천지역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아직은 작지만 큰 움직임을 만들어낼 인천의 인문학은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고 있을까?

고전을 공부하는 공간, 溫故齋(온고재)

지난 2009년 9월 개원한 온고재는 인천에서 유일하게 민간이 운영하는 인문학 강좌다.

이곳은 논어나 금강경 등 주로 고전을 함께 읽고 배우는 공간이지만, 성서와 러시아혁명사를 비롯해 자본론 등 다양한 강좌를 병행하고 있다. 또 인천사와 인천문화사-강화와 관련된 역사 유적 탐사, 인문 기행, 중국기행 등 체험활동도 함께해 수강생들의 흥미를 더한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딱딱한 내용보다 훨씬 명쾌하게 온고재를 설명하는 말이 있었다.

정한식 목사와 함께 온고재를 운영하는 이우재 선생은 기자와의 첫 대면에서 "우린 여기서 책보고 술먹고 노는데 뭘 건질 게 있다고 왔느냐"라고 말한다.

함께 중국어 원서로 된 책을 읽고 그 뜻에 대해 공부하고, 열 번 강좌 중 8~9번은 뒷풀이가 있으니 딱 들어맞는 말이리라. 더 이상 사족이 필요없는 명쾌한 설명이다.

온고재의 주 강좌인 동양고전에 대해 이우재 선생은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이우재 선생

"동양고전은 우리 대한제국이 멸망하기 전까지 한반도를 지배했던, 소위 운명의 이데올로기 아닙니까? 옛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갖고 그런 일들을 했을까. '왜 옛날에 우리 선조들은 그렇게 살아서 왜놈한테 먹혔을까' 이런 생각도 할 수 있죠. 거슬러 올라가면 다 연관된 거예요. 성리학이 뭘까. 우리에게 철학적 차원에서는 훌륭한데, 소위 형이하학이라고 할까. 물질세계를 등한시할 수 있다는(우려가 있죠)…. 결국은 그 바람에 동아시아 전체가 일본을 빼놓고 침략을 당한거죠."

동양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선조들의 생각을 살펴봄과 동시에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큰 도움을 주지만, 일반 시민들이 다가가기에는 아직 부족한 감이 있다.

이우재 선생은 "평소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공자왈, 맹자왈, 예수님 가라사대' 이렇게 하다 보면 지극히 타당한 말씀이라고 여긴다"면서 "누구나 다 아는 '살인하지 말라' 등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지극히 타당한 말인 것 같아도 나름 논리구조나, 왜 그런 주장을 하는지 근거가 있다"라고 말한다.

그는 "그 사람들의 체계가 있고, 이렇게 연관해서 읽으면 재밌게 느껴질 수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게 읽기 힘들다"라며 "강의라고 하면 '왜 이런 말을 공자가 하는가', '공자에게서 효라는 것은 무슨 의미를 갖는가', '왜 공자가 효를 강조하는가' 등 배경 설명을 하기 때문에 일관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책에만 쓰인 내용만으로는 "단편적으로 다 좋은 얘기만 한다"라고 생각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재미가 없어진다는 말이다. 예수님과 부처님, 공자님 말씀이 큰 틀 안에서는 같아도 각론에서는 다르다는 것이다. 

앞서 온고재의 시작을 함축적으로 나타내기는 했지만, 그만이 전부는 아닐 터이다. 이들이 '고전을 공부하는 공간'을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 정 목사나 나나 옛날에 민주화 운동을 같이 했던 경험이 있어요. 지금 시대 전체가 운동의 위기라고 생각했죠. 1960~70년대까지만 해도 마르크스주의적 제안 같은 것들이 모색되곤 했는데, 동구권 몰락 이후에 대안적 기능을 상실해 버렸죠.

역사가 다시 돌아가지는 않으니까. "지금 다시 마르크스를 읽자"고 그래도 복귀는 안 됩니다. 역사를 공부해 봐서 아는데, 똑같은 반복은 일어나지 않거든요.

그런데 신자유주의 폐해는 명백하게 드러나고 있어요. 그러면 사람이 어떻게 가야 하나 생각할 때 우리 생각에 해답은 고전에 있다. 해답은 고전에 있다.(반복)

인간이 무리를 지어서 사회를 이루고 산 이래 공자님이나 소크라테스, 부처님 얘기나 지금 보면 물질적 환경이 다를 뿐이지 내면적 본질에 관한 것들은 변하지 않았어요.

다시 고전으로 돌아가는 운동을 해야 한다. 고전을 찾자.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에서 미래를 다시 조망할 수밖에 없다. 고전읽기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처음 '쭈빗쭈빗' 한 것에는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컸어요. 우리가 온고재를 열어서 과연 독자적으로 유지할 수 있겠는가. 하여튼 1년은 어떻게 끌어왔는데, 해봐야죠.

고전 중에 이우재 선생이 생각하는 '우리 시대에 가장 어울리는 말'은 무엇일까?

- 어느 시대나 똑같은 말일 것 같은데. 공자식으로 얘기하면 '인(仁)'이고, 예수 식으로 얘기하면 '사랑'이고. 똑같이 사람을 사랑하란 얘긴데. '자본주의'나 '신자유주의' 이런 것들이 모든 사람을 '만인 대 만인을 투쟁의 상대'로 보니까요. 적대적으로.

경쟁이죠. 경쟁이 있어야 한다는 건 부정하진 않아요. 경쟁이 없어지면 나태해지고 느려지는 건 있는데, 사람이 문명을 이루고 살 수 있었던 것은 '경쟁'이 아닌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예요. 모두 같이 했기 때문이죠.

사람이 피곤하게 만인을 적으로 규정하고 살고 있다. 그게 무슨 대단한 철학인 것처럼 떠들고. 불안해서 어떻게 살아요. 밤 중에 길거리도 못 다니지.

사람이 사람을 믿고 사랑을 해야죠. 그런 말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 같아요. 되레 요즘이 더 각박하고. 돈이 신이 돼버렸으니까요.

이왕 말하는 김에 '온고재'를 홍보하는 시간도 마련했다.

- 고전은 혼자 공부하기 힘들어요. 재미도 없고. 부담 갖지 말고 오세요. 고전을 혼자 하려면 진도도 잘 안 나가고, 한 두 달 지나면 다시 구석에 쳐박아서 먼지만 쌓여요. 나도 예전에 그랬으니까요. 혼자 읽기 힘드니까 같이 읽어요.

온고재 홈페이지: http://cafe.daum.net/ongojae

연수구 선학, 세화, 연수복지관의 '건강한 마을 만드는 인문학'


연수복지관에서 진행되는 인문학 강연 모습

연수구에 위치한 선학·세화·연수사회복지관은 지난해부터 인천시와 연수구의 지원으로 3개 복지관이 연합해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연수구의 경우 2008년 기준 전체 9만4천여 가구(26만8천여명) 중 6.4%인 6천여 가구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다. 특히 세 복지관이 위치한 연수 2, 3동과 선학동에는 연수구 전체 수급권 세대 중 43%인 2천600여 세대가 3개 영구임대아파트 단지에 밀집된 상황이다.

영구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들 중에는 영세상인이나 근로자도 있다. 하지만 자활의지에 비해 학력, 나이, 건강 등의 문제로 정부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 곳의 복지관은 "이들이 불안정한 생계유지와 근로의욕 상실 등을 경험하면서 술과 폭력 등을 일삼는 빈곤의 악순환과 정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자기 삶의 가치를 잃은 채 무기력하고 소외된 삶을 살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에 그간 일방적으로 서비스를 주는 수혜적 관계를 벗어나 복지수요자들이 스스로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의 문제를 인식하고, 나아가 인식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복지관들은 이런 주민들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 인천시의 지원을 받아 지난해부터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사업을 벌이게 됐다.

3년 동안 진행되는 이 사업은 '건강한 마을', '깨끗한 마을', '행복한 마을'을 목표로 인문학 대학, 자연환경지킴이, 재생비누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 중 '건강한 마을' 사업 중 하나인 '희망의 인문학 대학'은 강의를 듣는 주민들에게 의미 있는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사람들은 인문학 강의를 수강하면서 자존감을 회복하고, 주민의식을 향상시킬 수 있다. '희망의 인문학 대학'은 이를 통해 수강생들을 단지 내 의식 있는 '지역 리더'로 육성한다는 취지를 갖는다.

고상곤 연수종합사회복지관 인문학 대학 담당자는 "지역의 저소득층이나 소외된 분들의 경우 배움에 대한 열망이 높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면서 "작년 문학강의에서 '엄마를 부탁해(신경숙 저, 1998, 창비)'를 공부했는데, 책 주인공에 대한 내용이 수강생들의 일상적 삶에 옮겨가면서 문학에 대한 열정을 갖게 했다"라고 말했다.


지난 8월 말 열린 연수구 세 복지관의 통합 인문학 대학 강의

고 담당자는 "작년 수강생 중에 알콜중독인 분이 있었는데, 강의를 들은 후 아주 술을 끊은 것은 아니지만 마시는 횟수가 적어지고 큰 소리가 없어지는 등 행동의 변화가 생겼다"면서 "자신이 알콜중독이란 사실에 부끄러워하고, 다른 사람들과도 대화를 하면서 긍정적으로 달라졌다"라고 말했다.

희망의 인문학 대학 강의가 점점 주민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이제는 단지 내 주민들뿐만 아니라 부평에서도 강의를 듣기 위해 찾아온다고 한다.

올해 초부터 강의를 듣고 있는 김혜원(46, 부평1동)씨는 "살다 보니 '어떻게 사는 게 옳은지', '삶이란 어떤 것인지' 의문이 들었고, 인문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라며 "인문학 강의를 찾다가 이곳에서 한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오게 됐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강의를 들은 후 곧이곧대로 바라보던 예전과는 달리 다양한 측면에서 세상을 대하게 됐다"면서 "갑자기 달라지기는 어렵지만, 시간이 지나면 더 좋아질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2010년도 인문학 강의는 오는 12월까지 이어지며 1학기와 2학기로 나눠 진행된다. 학기당 2과목씩 문학, 철학, 역사, 예술 등 4가지 분야를 주 2회 강의한다. 모집인원은 20명 이내며 연수구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열정이 있는 타 지역 주민이라도 정원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 수강이 가능하다. 

고상곤 담당자는 "인문학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양식과 삶의 희망을 가져다 주는 기본적인 학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내가 행복하면 가족이 행복하고, 가족이 행복하면 이웃과 온 마을이 행복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과 함께하는 인문학, 서구도서관-인천시립박물관(한국학연구소)


인천시립박물관의 인문학 강좌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여러 학문적 토대를 배워가면 스스로에게 자극과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답게 사는 방식이나 학습을 원하는 사람들은 지역마다 다 있어요. 서구에도 '희망을 쫓는' 사람들이 있죠. 마을 공동체 속에서 소외계층을 위하며 더불어 사는 분들이 서구 인문학 강의에 참여하고 있답니다." - 박현주 서구도서관 열람봉사과장

인천 서구도서관에서는 지난 3월부터 인문학(야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정규강좌는 봄학기(3월~6월)와 가을학기(9월~12월)로 나눠 '사회의 눈으로 영화읽기', '퇴계 이황, 그 전설과 공부', '나를 낯설게 만드는 인문학, 시와 철학의 만남' 등 3반을 운영한다.

성인이 대상인 인문학 강의 반 별로 30~40명이 정원이며 평일 저녁 7시에 주1회 열린다. 수강료는 무료.

박현주 과장은 "예전 도서관의 평생교육 프로그램은 사람들을 찾아오게 하기 위한 유인책이었던 적도 있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인문학 강의를 듣는 시민들에게 스스로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 등 책과 가까워지도록 파생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와 인천시시립박물관에서는 2010년 성인대상 교육프로그램 <인천시민 인문학 강좌>를 개설했다.

인천시민 인문학 강좌는 지난해 7월 한국학연구소와 시립박물관이 업무교류협약을 체결하고 9월부터 운영된 프로그램이다.

이들은 공동의 학술사업과 정보를 공유하고 인천의 문화발전에 기여하고자 박물관 교육강좌 운영노하우, 한국학연구소 인문학 연구역량을 결합해 시민대상 인문학 강좌를 시작하게 됐다.

한국한연구소 관계자는 "인문학 강좌를 통해 인천지역의 문화인프라를 구축하고 인천시민의 인문학적 소양과 가치를 증진시키는 계기를 마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 인문학 강좌는 상·하반기로 나눠 진행한다. 상반기 과정은 '우리 시대와 人文學의 대화'로 지난 3월~6월 운영됐다. 하반기 과정은 '동아시아와 한국, 상생을 향하여' 주제로 총 8강의 강의가 운영될 예정이다.

한국학연구소 관계자는 "기존 취미나 교양 위주의 주제에 한정됐던 인문학 강좌 틀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인천사회의 인문학적 토대를 마련했으면 좋겠다"면서 "특히 하반기 강좌는 동아시아 속 한국의 위치와 역사, 문화를 비롯해 중국, 일본, 베트남과의 영향관계까지 살필 수 있는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 http://www.inhakoreanology.kr/main.html
인천시립박물관: http://museum.incheon.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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