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 묵묵히 함께 응원해주세요.
상태바
미혼모, 묵묵히 함께 응원해주세요.
  • 김찬미
  • 승인 2018.01.21 19: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년칼럼] 김찬미 / 인성초교 교사

 


 우리나라는 저출산 국가이다. 아니 저출산 국가를 넘어선 초저출산 국가이다. 출산율이 1.3 미만이면 초저출산 국가로 분류하는 데 우리나라는 이미 2001년부터 18년간 초저출산 국가를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동안 100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었다고 한다. 하지만 점점 더 출산율은 낮아지고 있다. 재작년에 내가 우리 둘째 단비를 낳을 때도 한참 그런 기사가 떴었다. 2016년 6월은 혼인건수 2만 4300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9% 감소했고 출생아도 3만 2900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는 기억이 난다. 물론 이후에는 더욱 감소하고 있다.

요즘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서 결혼을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아니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은 부부들조차 자녀를 낳긴 하지만 1명만 낳겠다고 선언한다. 그들의 잘못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높은 집값, 핵가족화로 육아에 대한 신체적인, 금전적인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문제는 우리 모두가 같이 해결해야한다. 저출산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

 

오늘 내가 글 쓰고자 하는 부분은 이런 상황에서도 나의 아이를 지키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다. 미혼모라고도 부르는 엄마. 결혼한 부부가 자녀를 낳지 것을 망설이는 이런 상황에서 내 자식을 지키고자 모든 것을 포기하고 홀로 선 엄마, 미혼모라고 불린다. 나는 그들을 정말 존경한다. 나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아이를 키우는 엄마, 나보다 아이를 위해 더 많은 것들을 희생한 그들을 정말 존경한다.

 

나는 올해 32살이 되었다. 하지만 키도 작고, 잘 꾸미지도 못해 수수한 편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좋게 말하면 어려 보인다는 얘기도 많이 듣는 그런 스타일의 외모를 가지고 있다. 내가 처음 우리 첫째 딸을 낳았을 때 내 나이는 28살이었다. 절대 어리지 않은 나이었지만 내가 우리 아이들을 데리고 길을 나가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애가 애를 낳았네~” 라는 어른들의 말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 몇 번을 나와 딸을 쳐다보며 ‘갸우뚱’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미혼모로 오해할 뻔 했다는 말을 직접적으로 들은 적이 있는 것을 보니 아마 그들은 나를 미혼모라고 생각한 것 같다. 나는 남편도 있고, 직장도 있는데도 그런 얘기를 자꾸 듣다 보면 약간 주눅이 들 때도 있다. 그런 일이 있을 때는 이제는 내 나이를 말하며 “저 그렇게 어리지 않아요!”라고 능청스럽게 말하지만 그럴 때마다 안쓰러운 것은 이런 말을 직접 들어야 하는 미혼모들이다. 그들은 얼마나 풀이 죽을까, 얼마나 숨고 싶은 기분이 들까...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되는 것도 쉽지 않은 용기 였을텐데, 그들이 살아갈 세상은 그들을 향해 손 내밀어 주기 보다는 따가운 시선으로 보는 사회가 아닐까 걱정이 된다.

 

물론 그렇다고 준비되지 않는 상황에서의 임신, 출산을 장려하는 것은 아니다. 정말 안타깝고 이런 일이 되도록 없었으면 좋겠다. 그들을 위한 지원에 앞서 성교육을 강화해야 하고 지원을 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교육적인 접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아이를 가지고 그들을 책임지려는 엄마들을 차별하지 않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 ‘굿바이싱글’의 내용 중 이런 대사가 나온다. 단지는 아기를 낳을 날을 기다리고 있는 미혼모이다. 부모님도 없이 아이를 임신해서 산부인과에 갈 때마다 따가운 시선에 더욱 기가 죽는다. 그러다 자신의 꿈인 그림을 하고 싶어 미술대회에 나가는데 미술대회에서 임신을 했다는 이유로 들어가는 것부터 입실을 거부당하게 된다. 그때 고주연(김혜수 역)이 단지의 편이 되어서 들어가게 해달라고 관계자들에게 부탁해보지만 완강한 거부와 차가운 주변 사람들의 신선과 말에 울먹이며 사람들에게 소리친다.

“그래도 기회는 줘야 할 거 아냐~! 애 아빠는 국가 대표로 미국까지 갔는데 왜 얘만 안 되는데~!! ”

그 대사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던 것 같다.

 

두 가지 바람이 있다. 미혼모가 된 이들에게는 미혼모가 되게 한 남자에게 양육비를 받을 수 있는 법안이 통과되었으면 좋겠다. 중,고등학생 때 주변에 같은 학교를 다니던 친구 중 임신을 했던 친구를 두 명 봤는데 다 남자친구 쪽에서 모른척하여 자존심이 상해 혼자 낳아 키운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을 함께 책임질 수 있도록 법으로 지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는 절대로 미혼모에 대한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세상의 편견이 아닐까.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위대하다. 그리고 혼자서 아이를 키우고자 다짐한 엄마들은 더욱 위대하다. 제발 그런 관점으로 그들을 바라봐주었으면 좋겠다. 요즘 저출산 시대에 저렇게 아이를 낳고 키우며 희생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기특하게 바라봐 주었으면 좋겠다. 지하철에서 ‘어린엄마’를 만나게 되면 아무 말 없이 아이를 예쁘다고 해주었으면 좋겠다. 엄마가 어려 보인다는 말은 굳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들의 아이들은 엄마에게 힘이 되는, 세상을 이끌어갈 위대한 아이가 될 것이다. 그렇게 엄마들을 말없이 응원해주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함께 지원해주었으면 좋겠다. 나부터도 이번에 ‘미혼모’에 대한 글을 쓰며 집 근처에 가까운 미혼모 쉼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물건을 기부하거나 금전적인 지원을 통해 함께 아이를 키울 수 있게끔 도와주고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