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전성시대, 우리들의 팀플레이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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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 전성시대, 우리들의 팀플레이에 대해
  • 박주현
  • 승인 2018.01.29 0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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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 박주현 / 대만 중국문화대학교 교환학생



혼밥 전문 식당이 유행하고 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지하철이었는데, 옆 좌석에 앉은 중년 남성이 그 기사를 보며 혀를 찼던 것이 기억난다. '혼밥' 이라는 문화가 기삿거리였고, 딱한 것이었다. 당시에는 말이다. 그것이 이년 전이었다. 우리는 혼밥과 더치페이가 일상이 되어가는 사회 속에 살고 있다.

한참 전부터 혼밥을 즐겼던 사람으로서, 이러한 의식의 변화는 참 흥미롭다. 다른 이에게 '혼자 밥을 먹었다'는 말이 주는 이미지와 '혼밥했다'라는 말이 주는 이미지가 상당히 달랐기 때문이다. '혼자'라는 단어가 갖는 외롭고, 어두우며, 단체와 동떨어진 분위기를 '혼밥'이라는 신조어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덮어버렸다. 혼자 밥을 먹던 이들은 '혼밥'이라는 용어 아래에서 자유롭고, 주관이 뚜렷하며, 실용적이고, 자신의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언어의 묘미가 아닐 수 없었다. 

본제로 돌아오자. 이번 칼럼에서 다루고 싶은 내용은 개인과 단체이다. 혈연, 지연, 학연, 회식 문화로 똘똘 뭉쳤던 한국 사회가 점점 개인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혼밥, 혼술, 더치페이뿐만 아니라 저출산, 독신주의까지. '단체'에 대한 회의와 '개인'에의 집중에 대한 논의는 다양한 측면에서 심도 있게. 그리고 매우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즉각 실생활에 녹아들고 있다. 

물론 취업난과 경기침체는 큰 원인이다. 청년들은 지쳐가고 있고, 더는 남을 신경 쓸 여유가 없어 보인다. 때문에 이러한 변화가 낯설지만은 않다. 
하지만 그것뿐일까? 너무 빠르지 않은가? 
안전한 귀가와 회식 문화의 마무리를 책임져주시는 택시기사님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이러한 변화가 일어나는데 딱 1년이 걸렸다고 한다. 원인을 단순히 경기 악화로 설명하기에는 너무 빠르다. 문화의 관점에서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전까지 문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던 '메뉴 통일'과 '원치 않는 회식' 대한 반발이 작금의 상황과 맞물려 터지기 시작했다고 말이다. 





학교, 혹은 직장 내에서의 팀플(team play)은 여러 사람이 모여 구성된다는 점에서 하나의 사회라고 부를 만하다. 그런데 막상 사회의 구성원들은 사회와 다른 구성원들에 대해 불만을 가진 경우가 많다. 많은 청년이 팀플-조별과제에 치를 떠는 것처럼 말이다. 무임승차, 의견 대립, 개인플레이 등 다양한 문제가 산재해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준비 없이 진행되는 팀플 그 자체다. 

팀플은 다양한 관점과 경험을 가진 팀원들이 모여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결과적으로 개개인이 하는 것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처럼 목표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이상적인 팀플이 되려면 최소 세 가지의 전제 조건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첫째는 팀원 개개인이 자신의 장단점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팀원들이 사전에 서로의 장단점에 대해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는 것이며,
셋째는 팀원들이 서로의 역할과 의견에 대해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에는 이런 목표를 위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채 팀이 구성되고 과제가 진행된다. 출석번호 순으로 팀을 엮거나, 주제별로 엮거나, 학연, 지연, 혈연으로 엮거나, 면식이 있는 사람들끼리 엮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개인의 장단점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없으며, 의지와 상관없이 팀이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사지와 머리가 제각각이니, 잘 굴러가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무엇을 잘 하고 못 하는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이가 적다. 

팀플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개인'의 '혼밥'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에 단체가 요구하고, 주입하는 '메뉴'에서 벗어나 스스로가 좋아하는 메뉴, 먹고 싶은 메뉴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먼저다. 중식에 대해 발표하는데 짜장면으로 주제를 통일할 필요는 없다. 각자 좋아하는 음식을 시키고, 이를 나누어 먹으면 결과물이 훨씬 더 풍성해질 것은 당연하다. 

'개인주의'는 못된, 이기적인 것이라고 우리들은 배워왔다. '혼자 먹는 밥'이라는 말이 쓸쓸하게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개인주의'는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되면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에 대해서도 자연스레 알게 된다. 이는 팀플에 있어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알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들은 '단체'에서 벗어나 '개인'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개인이 없으면 단체가 없음에도, 한국 문화는 단체는 옳고, 개인은 그르다고 교육홰왔다. 이제는 개인의 혼밥을 인정하고, 장려할 시기가 왔다. 그것이 성공적인 팀플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이들의 생각과 메뉴를 존중해 줄 줄 아는 열린 자세는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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