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내 손을 잡아 주었던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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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진 내 손을 잡아 주었던 '자작나무'
  • 강영희 시민기자
  • 승인 2018.02.04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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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다 스페이스'에서 열린 임현오 작가의 자작나무 이야기


<자작나무에 더해진 봄 빛과 함께 >


입춘 한파가 밀려와 간만에 온기가 흘렀다가 물러난 지난 토요일 오후, 경동 58번지 '동양서적'이라 씌어진 '잇다 스페이스' 문을 두드렸다. 오프닝 시간이 좀 지나 드른 '잇다'에는 바깥 찬바람과 달리 초록, 노랑의 따사로운 봄빛이 비치는 듯 환했다.

사람들은 외투를 걸친 채 이곳 저곳에 있는 난로 옆에서 서너명씩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다소 어두운 갤러리에서 하얀 껍질의 자작나무가 초록, 노랑, 하얀 빛의 물감에 덮혀 환한 미소를 건네는듯 했다. 지난 주나 이번 주의 갑작스러운 한파만 아니었으면 '인제의 자작나무' 숲을 찾아갈 참이었기에 이 우연스런 인연에 좀 놀랐다.



<자작나무, 살다> 


안동 하회마을 인근에 작업실이 있다는 작가는 몇 해 전 어느 가을, 우연히 멀리서만 보던 작은 자작나무 군락지에 발길이 닿았더란다. 쓰러질 듯 고단하고 가난한 나날들에 만난 그의 눈앞에는 잎이 져가는 하얀 줄기의 자작 나무들 사이에 나무 하나가 하얀 껍질이 벗겨지며 쓰려져 있더란다. 

쓰러질 듯 힘겨운 그의 절망 앞에 이미 쓰려져 있는 자작나무를 본 그는 그를 일으켜 세워야 하겠다는, 자신의 작업을 통해 다시 살려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릴 수 있지만 그리지 않고 자작나무를 붙혔다고 한다.



<자작나무 - 부분>


그렇게 쓰러진 자작나무들을 가져와 붕대를 감고, 거기에 색을 입히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는 작업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쓰러진 나무가 쓰러질듯 힘겨웠던 그의 손을 잡아 따듯하게 옆에 뉘우고 토닥토닥 하며 그를 다독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땅에서 작가로 산다는 건 무엇일까? 민중의 고통앞에 어떤 위로나 힘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사는 것, 그러나 그것이 민중속에 한 사람, 바로 작가인 스스로를 향한 그 따뜻한 손이 아니었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하얀 껍질의 자작나무가 건네는 손길이 어떤지 한 번 찾아보셔요



<임현오 작가 - 자작나무 옆에서 >


이 전시는  2.03(토)~ 2-24(토) 20여일간 잇다 스페이스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갤러리 여는 시간은 오전 11시~ 오후 5시. 월요일은 쉰다.

중구 참외전로 172-41 (경동 58번지)
010-5786-0777, 010-7373-3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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