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영' 덕분에 '연나라' 꼬리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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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영' 덕분에 '연나라' 꼬리 내려
  • 이병기
  • 승인 2010.10.1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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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현장] 싱거운 인천시 국감 … 의원들 제목소리 못내


인천시 국정감사 시작에 앞서 증인선서를 하는 송영길 인천시장

취재: 김주희·이병기 기자

"소문 난 잔치에 먹을 건 없었다."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인천시 국정감사가 인천시청에서 열렸다. 그러나 3시간 동안 진행된 국감은 날카로운 질문 하나 없이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지난 11일 열린 인천시교육청 국정감사에서 각종 비리 의혹으로 호된 채찍을 맞은 나근형 교육감에 이어 측근 인사 임용으로 된서리가 예상됐던 인천시 국정감사는 생각 외로 밋밋했다.

가장 큰 쟁점 사안이었던 '측근 인사 임용'의 경우 한나라당 의원들은 송영길 인천시장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지 못했다. 일부 의원은 개방형 고위직 공무원에 대해 "연나라(연세대, 전라도) 인사다"라며 운을 띄우긴 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권)'에 꼬리를 말았다.

인사 문제를 지적하던 한 의원은 송영길 시장이 "인사 비율로 따지면 연세대가 2.4%이고, 연세대 출신을 부시장에 임용했다고 '연나라'라고 부르면 이명박 대통령은 어떻게 되냐?"고 말하자 "그런 지적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계시다"라며 더이상 확대되는 것을 우려해 말을 끊기도 했다.

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감사2반 의원들은 준비 부족으로 국감 내내 송영길 시장에게 끌려가는 형국이었다. 오히려 송 시장은 감사를 받는 자리에서 "인천시 재정형편상 큰 사업들을 성공적으로 끝내려면 국가 보조가 반드시 필요하다"거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루원시티 사업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면 안 된다'고 말해달라"는 등 오히려 의원들에게 당부했다.

송 시장은 의원들의 말이 끝날 때마다 "한 마디 해도 되겠습니까?"라며 꼬박꼬박 해명했으며, 질의에서 빠진 백원우 감사반장을 제외한 11명의 의원들은 대부분 이를 수용했다. 민주당은 같은 식구라는 이유로, 한나라당을 비롯한 자유선진당과 미래희망연대 의원들도 무슨 이유에선지 '고분고분'했다. 3선 국회의원 출신인 송 시장의 정치 노련미가 빛을 발하는 국정감사였다. 

'뜨거운 감자'인 인천시 재정문제와 관련해서도 한나라당 의원들은 안상수 전 인천시장을 의식해 깊게 파고들지 못했으며, 민주당 의원들은 안 시장 재임 당시 추진된 특혜 의혹 사업에 대해 전임자 문책만을 강조하면서 송 시장 질책은 거론되지 않았다.

국정감사 첫 질의를 맡은 고흥길(한나라당, 분당구갑) 의원은 "이종철 경제자유구역 청장은 지난 4월 공모 당시엔 떨어졌지만, 6월 재공모에서는 최종 합격했다"면서 "왜 1차에서 떨어진 사람이 2차에서 합격했는지 답변하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송영길 시장은 "이종철 청장은 전임 시장 당시 1차 공모에서 최고 성적을 받았지만, 합격선 미달로 떨어진 것"이라며 "6월 시행된 재공모에서는 면접위원 5명 중 4명이 교체됐고, 이 청장이 감사원에 근무하면서 경제청의 여러 문제와 투자사업을 점검하는 데 적합하다고 판단해 선정한 것으로 안다"라고 답했다.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와 관련해 고흥길 의원은 "지난 선거때는 인사청문회를 하겠다고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아직 시행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유가 있느냐?"고 물었다.

송 시장은 "인사청문회 제도의 경우 국회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는 것은 대법원에서 위반 판례가 나왔기 때문에 공식적으로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개정 전 공무원들의 능력 검증 절차를 어떻게 할 것인지 시민단체와 시의회가 의견을 모으는 과정에 있다"라고 말했다.

이석현(민주당, 경기 안양시 동안구갑) 의원은 "송도국제업무단지 사업자인 NSIC(미국 게일사 70.1%, 포스코 건설 29.9%)의 경우 2005년부터 분양이 이뤄졌는데, 최초 토지공급계약과 2009년 2월 승인안을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면서 "공동주택 연면적은 154.2% 증가하고 주상복합 면적은 15배나 증가해 특혜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송도랜드마크시티 조성사업자인 '포트만콘소시엄'은 인천타워(151층, 587m)의 수익성을 문제삼으며 6공구와 8공구 주거를 포함한 전체 개발권을 요구했다"면서 "시는 사업자가 제시한 정확한 사업비를 산정할 수 없는 수준의 '기초설계'에만 의존해 면밀한 분석 없이 6, 8공구 전체 사업권을 일괄적으로 포트만 측에 부여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포트만콘소시업의 6, 8공구 개발용지 매입비용은 약 1조7천억원으로 추정되는데, 이를 송도 타 지구 감정가로 계산하면 부지 가격만 8~9조에 달한다"면서 "또한 인천시는 포트만측이 당연히 내야 할 설계비의 2/3을 부담하면서까지 개발협약(2007.8)과 토지공급계약(2009.7)을 체결했는데, 통상적인 SOC 사업 중 조 단위가 투입되는 도로사업은 설계비를 이런 방식으로 지원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과 관련된 모든 계약에 대해서 철저히 재검토 해야 한다"면서 "법령을 위반한 사안은 전현직을 막론하고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송영길 시장은 "특혜를 주더라도 성과로 돌아온다면 용납할 수 있는데, 문제는 특혜를 줘도 사업이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협약 내용 자체가 부실했다"라고 답변했다.

이 외에도 의원들은 인천도개공 부채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마련과 방만한 인천시 산하 위원회 통합 및 축소, 아시안게임 개최 점검, 월미은하레일 재검토, 인천~충청 해저터널 추진 계획 등을 질의했다.

송 시장은 경제자유구역 활성화를 위해 "오는 2014년까지 '세계 3대 경제자유구역'으로 육성하겠다"면서 "국내기업 역차별 해소를 위한 제도개선과 국내기업, 외국인기업의 조인트 벤처 등에 역점을 두고 기업과 연구소를 1200개 이상, 일자리 10만명 이상 유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송영길 시장은 지역 현안 건의사항으로 ▲2014 인천아시안게임 경기장 건설비 국비 적기 지원 ▲인천도시철도2호선 건설사업비 국비지원 ▲굴포천 국가하천 지정 ▲경제자유구역 규제개선 ▲서해남북 공동어로 수역 지정 등을 의원들에게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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