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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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이 다가온다
  • 김찬미
  • 승인 2018.05.14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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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 김찬미 / 인성초교 교사

2011년, 2012년 교사가 된지 얼마 안 되었을 때가 생각난다.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이 너무 사랑스러웠고 아이를 혼낼 때 눈물을 흘릴 때는 나도 눈물이 날 것 같아 눈물을 참느라 혼났다. 스승의 날이 되면 고마운 아이들의 편지에 많은 힘이 되었고 무조건적으로 신뢰해주고 응원해주는 학부모님들의 편지에도 힘이 많이 되었다.
8년이라는 시간밖에 흐르지 않았는데 무엇이 변했을까? 김영란법이 생겼고 학교를 향한 민원은 점점 늘어나고 있고 내가 사랑하는 대학교 후배들은 교직생활에 지쳐서 너무 힘들어한다. 나는 분명히 그 후배들에게 “학교는 너무 행복한 곳이야, 아이들이 너무 예뻐.” 라고 말을 했었는데... 생각해보니 무언가가 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올해 ‘스승의 날’을 폐지 해달라는 청원이 10건이나 청와대에 올라왔다. 그리고 한 교사는 스승의 날 폐지에 관한 글을 직접 청원했다고 한다. 스승의 날이 다가오며 ‘정부포상계획’을 통해 상 받고 싶은 사람을 뽑느라 교사들은 경쟁해야하고 국민권익위원회회장의 “스승의 날 학생대표만 교사에게 꽃을 줄 수 있다”라는 말을 들으며 “교사 가운데 누가 그 꽃을 받고 싶다고 했나. 왜 교사의 자존감을 이렇게 짓밟는가”라며 청원의 글을 썼고 실제로 1만명 정도가 청원에 동의를 했다.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그 청원이 회자되었던 것으로 보아 그 가운데는 교사가 많은 것 같았다.
 
작년 한 해만 교권침해 상담이 508건이라고 한다. 교권이 보호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교사들은 보험에라도 가입하고 있다. 실제로 교사들을 위한 보험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교사의 체벌, 극기훈련 중 사고, 학생 자살사건, 학교 내 사고로 인한 소송과 배상책임이 생기고 있는 요즘, 교사들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너도 나도 들고 있다. 언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일 것이다. 초등 저학년을 많이 가르치는 나로서도 아이들을 향해 평소 안전지도를 하지만 저학년 아이들은 한 순간에 다칠 수 있어서 항상 걱정이 많이 된다.
 
처음 교사가 되었을 때 난 아이들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지금도 여전히 아이들은 사랑스럽다. 하지만 교사로서 제일 많이 힘들었을 때는 멀쩡히 걸어가던 아이가 갑자기 넘어져 문쪽에 부딪히고 안경이 깨져 눈 근처 뼈가 골절되었을 때 그 아이가 나오지 못하던 약 한 달의 시간 동안 매일 어머님께 전화를 드렸다. 그리고 모든 것이 내 책임 같은 죄책감에 참 힘들었다. 아무리 학급경영, 수업을 열심히 해도 사고가 한 번 일어나면 모든 것이 내 책임이라 지금도 제발 무슨 일이 생기지 않는 하루가 되길 먼저 기도하고 시작하며 항상 외줄을 타고 있는 것 같은 불안한 마음이다.
 
2012년 스승의 날은 분명 나에겐 힘이 되었던 시간들이지만 경력이 쌓이고 해가 지나다보니 이젠 왜 폐지하자고 하는지 공감이 점점 된다. 김영란법으로 이제 선물이나 작은 커피도 학교에 보내는 일이 없어져서 선물을 받을까봐 걱정되진 않지만 감사의 마음을 담은 작은 편지나 문자도 사라져버린 것 같다. 교사들은 진짜 교사들을 존중하는 마음을 원하지 어떠한 기념 행사를 원하지 않는다. 예전에 비해 교사와 학생, 학부모와의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스승의 날’은 교사에게 이젠 폐지를 요청하고 싶은 날인 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교사라는 직업을 버리고 나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본다. 스승의 날이 다가왔기에 한 번 더 나의 선생님들을 생각할 수 있다. 학창시절의 내 모습은 돌이키고 싶지 않을 만큼 ‘말괄량이’ 같았다. 교칙을 안 지켰던 적도 있었고 한 선생님 수업 때 떠들다가 뒤로 나가서 자주 벌서기도 했다. 그렇게 부족한 학생이 어느덧 선생님이 되어 스승의 날을 맞이하면 나를 키워준 선생님들이 생각난다. 선생님들에게 내가 어떤 존재였을지 교사가 되어보니 알겠다. 말썽을 부려도 선생님의 제자였고 그 안에는 따뜻한 관심이 있었을 거다. 그 때의 나는 몰랐지만... 생각나는 선생님들을 찾아가서 감사하다고 또 어떤 선생님께는 정말 죄송하다고 말하고 싶지만 연락을 계속 안하다보니 용기가 안난다. 하지만 조만간 나는 편지를 쓸 예정이다.
 
2014년 세월호 사고가 터졌을 때, 나는 그 때 첫째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다. 정말 많이 울며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그 당시 우리 반 친구들에게도 세월호 사건에 대해 얘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을 했던 생각이 난다.
“선생님들은 너희들을 항상 사랑해주고 지키는 사람들이야. 만약 세월호처럼 위기의 상황이 일어나면 너희들은 선생님의 말을 먼저 듣고 지시에 따라야해. 왜냐하면 선생님들은 이런 상황이 되면 너희들과 끝까지 함께 있을 사람이니까...“
임신을 한 당시에 정말 쉬운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실제로 그런 마음이었다. 그리고 세월호의 그 많은 아이들과 함께 돌아가셨던 선생님들의 희생이 많은 선생님들의 사랑을 대변해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 반 친구들을 생각해 본다. 우리학교는 스승의 날이 개교기념일이라 쉬지만 스승의 날 전 날, 아이들에게 미션을 주었다. 아이들에게 1명씩 5-10분정도 선생님 되어보기를 하게 했다. 겉으로는 “선생님 그날만 쉬자. ”라고 말했지만 아이들이 스스로 발표하는 능력, 자료를 찾아보는 힘을 키우고 친구들 앞에 서 보는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알겠다고 열심히 준비하는 모습, 나에겐 이 아이들이 그저 스승의 날 선물이다. 시간이 지나 나를 잊을지라도 교사는 지금 함께하는 이 아이들이 나의 선물인 것 같다.
 
나는 교사로서는 스승의 날이 없어도 괜찮지만, 그래도 교사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는 스승의 날이 있었으면 좋겠다. 나의 선생님들을 생각하는 귀한 날이다. 그리고 선생님을 생각 하고 감사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알 수 있게 되는 것 같아 스승의 날은 참 좋은 날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폐지를 말할 수 밖에 없었던 선생님들의 마음도 한 번쯤 이해해보는 스승의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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