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의 슬픈 메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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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의 슬픈 메두사
  • 유광식
  • 승인 2018.05.18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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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유광식 / 사진작가


<인천in>이 유광식 작가의 [인천 소요]에 이어 [고주파 인천]을 격주로 연재합니다. 다양한 삶의 주파수가 유유히 흐르는 인천! 조금 더 미세하고 깊은 시선으로 인천의 시공간을 주시합니다. 무심히 스치는 일상의 사물과 장소들. 거대도시 인천의 그 '오늘'을 당기고 펼쳐내어 독자와 소통하고 새롭게 환기시키며 공감해보려 합니다.

 
부평동, 2018ⓒ유광식

 
내년이면 성년이 되는 부평시장역 근처 엡스201. 이 인근에는 용갈비가 있어 풍미 좋은 동네임을 알렸다고 한다. 그런데 밀레니엄 문화를 모조리 쓸어 담고도 남을 엡스201의 풍채는 세월이 흘러 주변건물에 의해 헐거워진 주변건물이 되었다. 어떤 연유에서인지 개점휴업인 건물 너머로 눈 빠지게 어떤 승인이라도 기다리는 폼이 삐딱하다. 심술을 부리듯 쌍심지를 켜고 부라려야 하겠는데, 그저 개구리 왕눈이 부럽지 않은 왕사탕 눈알이 귀엽다.

2000년대는 테크노와 비디오 시대. 노래방의 멀티모니터, 빵빠레콘 같은 마이크를 대면했을 적에 전시장에나 있을법한 것을 생활 가까이서 누릴 수 있음에 우리는 환호했다. 이정현이 노래 ‘와’를 부르며 예사롭지 않은 눈빛을 발산할라 치면 모니터가 충혈된 듯 시뻘건 빛을 마구 쏘아댔다. 아무래도 흑백의 기분을 컬러로 뒤바꾸어 놓은 2000년대. DDR과 펌프, 닌텐도 게임은 이 시절 변방의 빛이었고 말이다.

이곳의 비디오는 왜 켜지지 못했을까? 엡스201은 왜 결박이 되었을까? 외연은 왜 일그러졌을까? 지상건물은 켜지지도 못하고 지하경제의 불사조들이 이글거리는 부평이다. 오늘 정오의 날씨였던 스콜squall마냥 겁나게 갑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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