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신선한 인천 해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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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신선한 인천 해산물
  • 박병상
  • 승인 2018.06.07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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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칼럼]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ㆍ환경연구소 소장

모처럼 식구가 모두 모여 저녁을 먹었다. 특별할 게 없는 밥상이지만 묵은 김치에 삼치를 얹어 조린 찌개가 입맛을 자극했다. 김이 있고 아침에 먹은 어묵이 식탁 구석을 차지했다. 김치를 담을 때 새우젓을 넣었으니 식탁에서 해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는데, 다른 집도 비슷할 것이다. 인천 이외 도시의 가정도 마찬가지겠지.
국토의 65%가 경사가 급한 산지인 우리나라는 인구에 비해 평야가 좁아도 예전부터 먹을거리가 다양했던 건 삼면이 바다이기에 가능했다. 갯벌이 드넓은 인천이 특히 그랬을 텐데, 이젠 아니다. 육류보다 다양한 만큼 식탁에 자주 오르는 해산물의 대부분은 인천 이외의 지방에서 잡아왔다. 손바닥만큼 남은 갯벌은 300만 인천시민의 식탁을 책임질 수 없다.

최근 대선배를 모시고 북성포구를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서슬 퍼렇게 “접근하면 발포함!”하고 경고하는 철조망이 바닷가를 가로막던 시절을 기억하는 선배는 해가 저물어가는 북성포구의 다정한 경관에 넋을 잃었는데, 곧 매립될 예정이라는 말에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인천의 원형질을 간직하는 북성포구를 마지막까지 끌어안을 식당에서 일행은 안타까움을 토할 수밖에 없었다.



사진: 북성포구의 어부가 인천 앞바다에서 잡아 포구의 식당에 내놓은 꼴뚜기.


북성포구에 내려놓은 해산물을 내놓는 식당은 인천 앞바다의 마지막 신선함을 선사했다. 5월을 맞아 밴댕이가 얇은 회로 나오고 굵게 썬 광어회도 싱싱했지만 일행의 눈과 미각을 경탄하게 만든 해산물은 단연 꼴뚜기였다. 어물전 망신시키긴. 한껏 돋보이게 했는데, 이제 종말을 고하려는가? 손바닥? 아니 손가락만큼 남은 갯벌에서 머지않아 언감생심일 테지.

까짓 꼴뚜기가 없어지면 어떤가? 고기가 지친이거늘! 하지만 요즘 공장처럼 밀집시켜 한꺼번에 사육해 얻는 고기는 차라리 옥수수, 그것도 유전자 조작 옥수수다. 미국산 쇠고기 살코기 1kg을 얻으려면 16kg의 옥수수를 사료로 먹여야 한다. 옥수수에서 1000칼로리의 열량을 구하려면 경작 과정에 그 열배 칼로리의 석유를 소비해야 한다. 농기계 연료만이 아니다. 화학비료, 제초제와 살충제, 운송과 보관에 들어가는 석유가 그렇다고 하니 미국에서 쇠고기는 옥수수라기보다 차라리 그 10배의 석유다. 쇠고기는 얼마나 많은 석유를 허비하는 걸까? 따지기 전에, 우리 쇠고기는 얼마나 나을까?

쇠고기뿐이 아니다. 돼지나 닭도 마찬가지다. 요즘 형 마트의 지하 식품매장에 쌓인 우유나 계란도 옥수수와 석유 과소비 없이 공급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갯벌과 주변 바다에서 잡는 해산물은 전혀 다르다. 사료가 필요 없다. 어선의 연료를 제외하면 허비되는 석유가 없다, 신선함을 유지하려 전기를 소비할 필요도 없는데, 우리는 천혜의 갯벌을 막대한 에너지로 메우더니 신선한 해산물을 잃었다. 대신 고기 과소비로 인한 병치레가 급증했다. 예전에 없던 변고다.

북성포구는 매립을 준비하는 모양이다. 정겨운 십자수로는 주상복합 건물의 철근콘크리트에 짓밟히고야 말 것인가. 인천의 오랜 문화와 정서마저 매립되는 것인데, 절차상 이미 돌이킬 수 없어야 하는 걸까? 매립 예고된 북성포구를 바라보며 가슴 절이는 인천시민은 그저 조류독감과 구제역에 이어 들리는 살처분 소식에 시달려야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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