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인천의 풍경과 문학을 들여다보다"
상태바
"근대 인천의 풍경과 문학을 들여다보다"
  • 송정로
  • 승인 2010.10.25 12: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천작가회의 심포지엄 개최 - 시와 산문 낭송의 밤도



"주안 묘지 산비탈에도 밤벌레가 우느냐/너는 죽어서 육신이 슬고/나는 살아서 달을 치어다보고 있다.

월미도 차가운 선술집이나/미국 가면 하숙한다던 뉴욕 할렘에 가면/너를 만날까......

해방 후/수없는 청년이 죽어간 인천땅 진흙밭에/너를 묻고 온 지 스무날/시를 쓴다는 것이 이미 부질없고나. "

= ‘시를 쓴다는 것이 이미 부질없고나 - 곡(哭) 배인철군’ (1947년, 김광균 작)

(사)인천작가회의(회장 유채림)가 주최하는 2010 인천근대문학제가 ‘근대초기 인천의 풍경과 문학’을 주제로 23일 오후부터 중구 인천아트플랫폼 공연장과 한중문화원, 자유공원 일대에서 열렸다.

문학제는 식전행사로 풍물패 ‘더늠’의 길놀이에 이어 심포지엄 ‘근대초기 인천의 풍경과 문학’, 시민과 함께하는 낭송의 밤, 문화답사(중국인 거리 및 자유공원 일대, 24일 오전) 순으로 진행됐다.

심포지엄은 제1주제 ‘서양인의 눈으로 본 인천풍경’(발표 강옥엽 박사 인천시역사료관, 토론 강덕우 인천시사편찬위원회 전문위원), 제2주제 ‘일본자료를 통해 본 개항장 인천’(발표 이종복 터진개문화마당 황금가지, 토론 이성진 통일신학연구소 연구교수), 제3주제 ‘국내 작품에 묘사된 근대 인천’(발표 황규수 문학박사/동산중 교사, 토론 이영태 인하대 한국학연구소)순으로 각각 발표됐다.

강옥엽 박사는 서양인들이 인천을 방문했던 최초의 기록 ‘조선서해안 탐사기’(1816년, 영국 바실 홀 함장 저)부터 시작해 본격적으로 인천에 대한 서양인의 인상을 볼 수 있는 자료로 미국 천문학자 퍼시빌 로웰(1886), 미국 총영사관 샤이레 롱(1887), 프랑스 민속학자 샤를 바라(1888), 여행가 아놀드 새비지-랜도어(1890), 영국의 작가이자 왕립지리학회 최초의 여성회원 이사벨라 비숍(1894) 등 민속학자, 지리학자, 여행가, 선교사 등의 기록을 상세히 정리해 발표했다. 제물포의 풍경과 생활모습, 도시구조, 도시평가 등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또 'Korean Repository', ‘Korea Revie' 등 1892년부터 1906년까지 발간된 두 잡지에서 인천 관련 기사내용 56편을 분석해 제물포 개항 당시의 모습, 개항에 따른 정치적 경과, 개항 후 16년의 변화 등을 발표했다.

강 박사는 “역사 속의 타자가 바로 자신이며, 주체도 바로 자신임을 깨달아야 한다”며 “타자로서 주체성과 주체로서의 객관성에 대한 이해와 인식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종복 대표는 1893년부터 1911년, 일본의 강제병합 기간에 일본인 시에 나타난 인천 개항장 풍경을 발췌해 정리했다. ‘인천팔경’ ‘일본 영사관’ ‘전환국’ ‘세관’ ‘우편국’ ‘부두’ ‘은행’ ‘해안매축’ ‘세창양행’ ‘대불정’ ‘포대’ 등 인천의 정황과 작가의 심경이 담긴 작품들을 소개했다. 주로 요코세 후미오(1893년 ‘인천잡시’ 출간 당시 인천전환국 직원)와 후지노 군잔(1863~1943)의 작품이다. 당시 개항장 인천에 대한 일본인들의 인문학적 접근방식을 현대적 재해석으로의 통찰을 환기시킨 것이다.

이 대표는 “저자들의 글은 개항 당시 인천에 대한 정황을 구체적으로 작품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으며, 아울러 당대 인천근대사의 실상을 역으로 전해주고 있다”라고 밝혔다.

황규수 박사는 1920년대, 30년대, 40년대로 구분해 국내 시 작품에 나타난 인천을 소개했다. 1920년대 김소월의 시 ‘밤’에 나타난 ‘인천에 제물포, 이름난 곳’을 비롯, 고유섭이 동아일보에 발표한 ‘경인팔경’ ‘해변살기’ 등 경인기차통학생이 본 인천의 풍경과 역사, 정지용의 ‘뻣나무 열매‘, ’오월소식’에 나타난 ‘외딴 섬 강화’ 등을 소개했다.

1930년대는 ‘인천의 근대적 풍물’, 김기림의 ‘길에서 - 제물포 풍경’을 통해 그가 인천을 여행하며 쓴 8편의 연작시를 분석하고, ‘식민지 시대 환각의 도시 인천’, 오장환의 ‘해항도’를 소개했다.

1940년대에서는 김광균과 인천출신 시인이자 권투선수인 배인철과의 만남과 사별을 다룬 ‘시를 쓴다는 것이 이미 부질없구나’와 함께 광복 후 박인환의 ‘인천항’, 조병화의 ‘추억’ 등을 소개하고 그 속에서 인천을 드러냈다.

황 박사는 "이들 인천 시편은 개항 이후 달라진 삶의 환경 속에서 살아온 이곳 사람들의 과거와 현재 삶과 함께 진실을 나타내 주고 있을 뿐 아니라, 미래의 그것도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i-신포니에타의  '막간 공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