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삶과 일, 평생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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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삶과 일, 평생교육
  • 학오름
  • 승인 2018.06.28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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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을규 인하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얼마 전 『전문가의 조건: 기술적 숙련가에서 성찰적 실천가로』라는 번역서를 출간한 바 있다. 이런저런 개인 사정으로 인하여 무려 5년여의 시간이 걸려서 번역 작업을 마무리하고 세상에 졸작을 내놓게 되었던 것이다. 이 번역서의 서문에도 밝혔던 것처럼 십 수 년 전 유학 시절 자주 들렀던 교내 도서관 서고에서 우연히 번역서의 원전을 발견하고 쾌재를 불렀다. 당시 엄혹한 IMF 시절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방침에 따라 박사 학위 취득을 위한 소중한 기회를 얻게 된지라 나름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빠른 시간 내에 학업을 마무리함과 동시에 실질적으로 회사 업무에 도움이 될 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평생교육 분야에서 인적자원개발(HRD)로 알려진 현장 실천가로서 조직 구성원의 학습과 교육을 지원하는 업무를 하고 있었지만, 항상 직장인을 위한 교육이 그들의 조직 생활과 일상적 삶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궁금했었고 과연 그들의 학습 활동은 ‘진정한 교육’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갖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접했던 그 원전은 신선한 충격이자 새로운 도전으로 다가왔다.
 
그 책에 소개된 전문가와 전문성의 실체는 평생학습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무엇을 배워야하고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전문가교육·전문성교육은 단순히 교과서에 나오는 지식과 기술을 숙달하는데 그치지 않고, 실천 현장에서 살아있는 경험으로 체험하고 체득하는 행동지(行動智)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 그 책의 요지이다. 그렇다면 왜 행동지를 체험과 체득에 의한 방법으로 학습해야 하는 것일까?
 
□ 지능정보사회서는 지속적인 자기개발 없으면 일하기 어려워
 
오늘날 현대인은 Smart People, Dumb Job에서 Dumb People, Smart Job으로 전환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즉, 과거 전통적인 산업사회에서는 일 자체가 단순하기 때문에 그리 많은 교육을 받지 않아도 사람들은 맡은 일을 훌륭히 처리해낼 수 있었으나, 오늘날 지능정보사회에서는 일의 성격과 내용이 복잡하고 가변적이어서 지속적인 자기개발을 하지 않으면 맡은 일을 제대로 처리가 쉽지가 않다.
 
기존의 학교 교육 내용과 방법으로 이러한 사회적 변화와 전문성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시간적으로 볼 때 급변하는 일의 세계에 맞추어 학교 교육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자기 개발을 해야 하는 평생학습이 요청되며, 공간적으로도 특정 교육 장소를 넘어서 일의 세계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실험하고 성찰하고 체험하는 현장 중심의 평생교육이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전통적인 교육 경험에 의존하여 일정 자격을 갖춘 교육자에 의해서 정해진 지식과 정보, 기술을 일방적으로 학습자에게 전달하는 시간과 공간이 제한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학교 교육만으로, 비실제적인 교육만으로는 일의 세계에서 요구되는 능력, 즉 체험과 체득으로 습득되어야 할 행동지를 학습하는 데는 어려움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요즘 중고등학교나 대학교에서는 과거보다 훨씬 많은 학습량과 여러 가지 교수법을 활용하는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터 현장에서 일을 수행하는 사람들의 능력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높지 않다. 나아가서 일의 세계에 진입한 사람들도 자신의 상황과 무관한 비체험적이고 비체득적인 교육으로 자신의 능력 개발을 도모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제 우리는 학령기 교육과 학령기 이후 교육 전반에 대한 총체적인 반성과 재고가 필요하다고 본다.
 
□ 학교 교육은 진학지도에서 벗어나 미래인재 양성하는 역할해야

학교 교육은 진학 중심의 교육에서 탈피해야 할 것이다. 무수한 미래학자들이 향후 사회의 변화를 예측하면서 요구되는 人材像을 제시하고 있다. 학교 교육이 이러한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현재와 같이 상급학교 진학에 치중된 교육 내용과 방식으로는 변화된 미래 사회를 살아갈 행동지를 갖춘 인재를 길러낼 수 없다.
 
그러므로 초등학교와 중등학교에서도 ‘평생교육’이 필요하다. 평생교육 차원에서 교육과 삶, 일의 관계, 생애설계와 경력계획, 생애기초능력과 직업기초능력, 자기주도학습능력, 진로 및 직업 체험과 실습 등을 다루는 교과를 통하여 자신의 생애와 진로를 설계하고, 향후 삶과 진로와 관련된 기초 역량을 체험과 체득하는 교육이 실행되어야 한다.
 
최근 대학에서 일선 학교에 배치될 진로진학상담교사 양성과정이 설치되어 학교에서도 평생교육이 실시될 단초가 마련되기 했으나, 양성과정 운영 주체와 교육과정을 들여다보면 상기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에서도 조직 구성원들이 스스로 변화하는 환경에 대처할 수 있는 역량 개발을 주도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평생학습지원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 공공기관에 평생교육 전문가 배치 절실해
 
몇몇 교육청과 기업에선 이와 유사한 제도를 이미 실시하고 있으나, 조직 구성원 개인의 생애 및 경력 전반을 고려한 역량 개발을 위한 체계적인 평생학습지원시스템은 구축되지 못한 상태이다. 조직 구성원 스스로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며, 현장 학습이 가능하도록 멘토, 코치 등을 지원하며, 조직 관리자들이 교육자로서 부하 육성을 할 수 있도록 교육되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서 공공기관에는 전문성을 갖춘 인적자원개발 실천가보다는 대부분 자체 직원들이 관련 업무를 주도하고 있다. 공공기관 구성원들의 업무는 대부분 대민 관계나 환경 변화와 민감한 업무가 많으므로 현장 중심의 행동지로서 전문성이 더욱 필요하다. 때문에 공공기관에는 자격을 갖춘 전문적인 평생교육인력 배치가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지역사회 주민의 삶을 위한 평생학습지원 제도와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지역사회의 평생학습 활성화는 지역사회 주민의 여건과 상황에 근거하여 추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지역사회 주민의 생애 요구와 경력 요구를 파악하기 위한 생애경력경로 조사 연구가 필요하다. 지역사회 주민의 삶과 복지는 그들의 삶과 일과 관련된 문제 해결로 가능하므로, 그들의 생애 요구와 경력 요구를 파악하여 그에 합당한 교육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현재 지역사회에서 이루어지는 평생학습 활동은 앞선 언급한 체험과 체득 중심의 가장 평생교육다운 모습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다만 그들의 생애요구와 경력요구에 부합하는 교육으로 자신의 삶과 복지를 개선하고 증진시킬 수 있다면, 지역 사회 주민의 행동지 발현으로 지역사회 주민 개인은 물론 지역 사회 전체의 성장과 발전이 담보될 수 있을 것이다.
 
□ 교육을 학교에 한정시키는 시각을 전생애, 전사회로 확대해야
 
교육학자로서 개인적으로 ‘교육’은 그 자체가 ‘평생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교육의 문제는 ‘학교(제도 및 시스템)’의 문제이지 ‘교육’그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우리의 교육이 잘못되고 있다고 한다. 설사 문제가 많은 학교교육 단계를 ‘무사히’ 통과하였더라도 우리는 더 오랜 세월 동안 ‘교육’의 문제를 경험하게 된다. 학교교육만으로 오랜 세월 동안 삶을 영위해야 하는 우리들의 문제와 요구를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제 학교교육의 문제를 해결하고 궁극적으로 교육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을 ‘학교’에 한정하는 좁은 시각을 벗어나서 전생애와 전사회 차원에서 접근하는 자세와 조치가 필요하다. 학습자 스스로 자신의 삶의 문제와 요구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하는 평생학습 활동이 더욱 절실해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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