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습지보호 의지 '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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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습지보호 의지 '꽝'
  • 이병기
  • 승인 2010.11.03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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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면적 8배 습지보호지역 1명이 관리…"갯벌 훼손 방관"


송도11공구 해안도로 마무리 작업 모습. (제공: 인천습지위원회)

취재: 이병기 기자

"송영길 인천시장에겐 갯벌이나 바다 보존을 위한 정책이 전무합니다. 지난 100일 취임 비전 실천 전략을 봐도 (환경 문제와 관련해서는) 계양산이나 둘레길 조성 등 시민사회에서 외치던 일만 받아쓰기를 한 데 지나지 않아요. 새로운 게 없는 거죠. 진정한 '경제수도 인천'을 만들려면 '환경'이 있어야 합니다." -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인천시가 작년 말 송도 6·8공구와 11공구 갯벌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한 이후 보전은커녕 갯벌 훼손을 방치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한 송도갯벌과 함께 국토해양부가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한 장봉도 일대 갯벌 보전 업무를 단 한 명의 공무원이 담당하고 있어 인천시의 습지보호 의지가 별로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인천시의 습지보호구역은 2003년 지정된 장봉도 일대 갯벌 68.4㎢와 2009년 12월31일 고시된 송도갯벌 6.11㎢ 두 곳이다. 두 곳의 갯벌 면적인 74.51㎢는 여의도 면적 8.48㎢의 8배가 넘는 규모다.

장봉도 갯벌의 경우 국토부가 람사르 습지로 등록을 추진할 만큼 세계적으로 뛰어난 생태환경을 보유하고 있다. 송도갯벌과 남동유수지는 지구를 통틀어 2천여마리에 불과한 천연기념물 저어새를 비롯해 각종 철새들이 찾는 인천의 소중한 자연유산이다.

그런데도 인천시는 여의도 면적의 8배가 넘고, 값어치를 따질 수 없는 습지보호지역을 단 한 명에게 책임 지우고 있다.

환경운동가들은 "갯벌 보전을 담당하는 공무원은 그 일만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업무까지 병행하고 있어 혼자 처리하기에는 분명히 한계를 보인다"면서 "습지 보호를 심도 있게 들어가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걱정한다.

더욱이 지방선거를 전후해 약 2달 동안은 습지 보전 담당자가 정해지지 않아 다른 직원들이 필요할 때마다 업무를 분담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시 관계자는 "(습지 보전 업무가)꼭 집어서 해야 할 일임에도 (시민사회 요구를) 따라가지 못해 아쉽다"라고 말했다.


습지보호지역의 1차 관리를 맡고 있는 기초단체 역시 실정은 마찬가지다.

장봉도 습지를 관리하는 옹진군은 해양수산과 해양관리팀 직원 1명이 해양보호구역 지정과 관련사업 등 3~4개 업무를 담당한다.

송도갯벌 관리청인 연수구는 더욱 가관이다. 해양수산 관련 부서가 없는 연수구의 경우 공유수면관리를 책임지는 건설과 건설행정팀 직원 1명이 송도갯벌 관련 보전 업무와 최근 신설된 '연수구 습지보호지역 관리위원회' 운영을 맡고 있다.

습지보호지역 관리위원회 한 위원은 "갯벌 담당을 맡은 연수구 건설과 공무원도 당혹스러워 했다"면서 "인천이 해안도시지만, 옹진군을 제외하고는 바다와 관련된 부서를 지닌 기초단체가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인천은 광역시지만 40여종의 천연기념물을 보유하고 있을 만큼 경관이나 생태적으로 매우 가치가 큰 곳"이라면서 "서해안의 갯벌 생태축과 DMZ 생태축이 만나는 강화군·옹진군 일대 역시 장봉도 습지, 대이작도 풀등 등이 보호지역으로 지정될 만큼 생태적 보전가치가 뛰어나다"라고 말했다.

장 사무처장은 "자연환경 보전 없이는 경제발전에 의미가 없다"면서 "인천의 바다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전담 부서를 두고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갯벌 훼손 방치하는 인천시


칠게잡이 모습.

그런가 하면 인천습지위원회 인천저어새네트워크는 이달 초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해 놓고 습지를 망가뜨리는 인천시의 무신경' 성명서를 발표하고 송도갯벌의 보호를 촉구했다.

습지위원회에 따르면 인천시가 해안도로 확장공사를 위해 만든 차량진입도로에서 육지토사가 갯벌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지난 5월 고잔어촌계 어민들에게 연락이 왔는데 '육지토사가 갯벌로 흘러들면서 갯벌이 오염되고 가무락(모시조개)이 입을 벌리고 있다'고 했다"면서 "즉시 인천시 해양수산과 해양보전팀에 전화해 대책을 촉구했지만, 몇 개월이 넘도록 어떤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습지위원회는 "차량진입도로 제거작업은 흙을 걷어내기만 하는 작업임에도 인천시 종합건설본부는 몇 개월에 걸쳐 방치상태로 뒀다"면서 "그동안 육지토사는 비가 올 때마다, 바닷물 수위가 올라갈 때마다 갯벌로 유입됐다"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9월 말 종합건설본부가 작업을 마무리했는데 대충 윗부분만 흙을 걷어가고 포크레인으로 평평하게 하더니 작업이 끝났다고 했다"라며 "남은 육지토사가 계속 갯벌로 흘러들어가면 육지토사를 뱉어내지 못하는 갯벌생물들은 치명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습지위원회는 "새로 시장이 바뀌었지만 인천의 갯벌을 훼손하는 삽질은 멈추지 않고 있다"면서 "인천시가 지정한 습지보호지역이라면 온전한 습지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관리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관련해 인천시 관계자는 "종합건설본부에 바로잡을 것을 요청했다"면서 "현재는 육지토사가 유입된 곳이 군부대 지역이고 협조를 받아야 하기에 다소 시간이 늦어지고 있다"라고 답했다. 


작년 12월 인천시가 발표한 송도갯벌 보호지역

불법으로 저지르는 칠게잡이도 갯벌 훼손을 가중시키고 있다. 다행히 요즘엔 추위진 날씨로 칠게잡이가 줄어들었지만, 올 여름을 전후해 불법 칠게잡이가 성행했다고 한다.

칠게잡이의 경우 칠게들을 한꺼번에 대량으로 잡아가기 때문에 환경단체 회원들은 생태계 파괴를 걱정하고 있다. 또 칠게를 잡기 위해 설치하는 쇠파이프나 그물들은 칠게잡이가 끝난 후에도 갯벌에 그대로 방치돼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

이혜경 인천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은 "인천시가 불법 칠게잡이 중단이나 도로공사 작업 관리, 저어새 번식지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하는 가장 기초적인 습지보호정책이라도 진행하길 바란다"면서 "더불어 인천 육지연안에 마지막 남은 송도 11공구 갯벌 매립절차를 중단하고, 세계적인 철새 생태공원 조성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인천시는 송도갯벌 보전을 위해 '연수구 습지보호지역 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연 1억원(국비 70%, 시비 15%, 구비 15%)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송도 고잔갯벌(11공구) 보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지난 27일 인천시청에서 열렸다.
이날 고잔어촌계, 오이도어촌계를 비롯해 인천지역 환경단체들이 함께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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