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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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통신?
  • 유광식
  • 승인 2018.07.13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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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유광식 / 사진작가
신흥동 인천항고가교 아래, 2018ⓒ유광식


최근 인천내항에 정박해 있던 중고자동차 운반선에서 큰 화재가 발생해 인천 전역이 검은 연기로 뒤덮여 오염되고 말았다. 인천항이 역사와 문화, 산업 등 과거현재 유, 무형 자산이 많은 곳이지만 화물차와 선박, 공장 등에서 발생되는 대기오염물질로 오랜 고통을 받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한편 항만 주변에는 밀과 옥수수를 원료로 가루와 각종 사료를 만드는 기업이 많이 위치해 있어 특유의 곡물 향도 잦다. 낙곡을 주워 먹기 위해서 마스크 하나 없이 돌아다니는 비둘기들은 미세먼지 나날 속에서 지내야 하는 인간들 처지와 별반 차이가 없이 안쓰럽다. 동물들도 인간 못지않게 삶이 처절한 것이다. 그리고 겉과 속 모두 까맣고 매캐할 따름이다.

비둘기는 화물차 사이사이의 낟알을 주워 모아야 하고 어떤 내용인진 몰라도 소식을 전하기 위해 현수막 노끈을 칭칭 몸에 두르고 버티기도 해야만 했다. 잠깐 놀러 온 토끼는 비둘기 도와주다 검정먼지를 뒤집어써야만 했으니 이게 웬 날벼락인가 했겠다. 이 비둘기가 과거 88서울올림픽 때 성화 점화대에서 불타버린 조상님보다 나을 진 몰라도 결코 고초가 모자라진 않는다. 집세 면하려 말썽 많은 월미은하레일을 장기 점거하고 있는 비둘기 가족은 조금 나은 신세이려나? 

비둘기가 도시 한복판에서 쫓기는 신세가 된 지 오래 되었다. 한 때 평화의 메신저 역할로 사랑받던 비둘기는 비둘기아파트 정착사업도 없어 정처 없이 이곳저곳 날품팔이로 연명하는 꼴이다. 이 사회가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부르짖고 있지만 그 상징으로 여겨졌던 비둘기와 토끼의 형편을 보고 있자니 세상이 비뚤빼뚤해진 건 아닌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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