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인사
상태바
외부인사
  • 유광식
  • 승인 2018.07.27 06: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06) 유광식 / 사진작가
숭의동, 2018ⓒ유광식


온도가 오르는 여름이다. 바짝 긴장하는 전자제품이 있으니 바로 에어컨디셔너. 실내기, 실외기가 한 쌍 천생연분이다. 그러나 그 둘은 두꺼운 벽을 사이에 두고 마주할 수가 없다. 이렇게 극악한 이산가족도 없다. 가까워도 볼 수 없는 것인데, 아무리 높은 직책을 말한들 실외기는 안으로 들어올 수 없는 외부인사일 따름이다. 인천은 늘 사이드 신세인지라 내부인사 서울과 달리 외부인사 격이다. 서울에 가려진 도시, 그렇다고 섣불리 앞장섰다가는 된서리 맞을 것이다. 그래도 열심히 측면공략에 헌신하는 것 또한 인천인가 싶다. 

둘의 처지가 무슨 옛날 부잣집, 가난한집 차이 같다. 온 바람 품은 외부인사는 바람조차 통쾌하게 앞으로 내뱉지 못한다. 사람들의 불평은 매사에 드라이Dry하니 뱉는 바람조차 각을 줘야 한다. 기가 꺾이거나 기가 찰 일이다. 전용하우스라도 지어줘야 할 텐데 오래된 주택과 상가엔 주차장도 부족이라 기인처럼 대문, 벽, 지붕, 옥상, 난간 같은 곳에서 숨어 지내야만 한다. 우우우으웅~~! 신음하며 말이다.

본가가 있다. 본가인 전문(중고)판매업소에 가보면 실외기는 뼈 속까지 실외 팔자인지 환영받지 못하고 이곳에서조차 바깥 신세다. 아파트마냥 차곡차곡 외부 인사들은 서로의 어깨와 등을 타고 올라 일생일대 간만에 찾아 온 휴가 때 곡예를 하며 쉬어야 한다. 정말 눈물 나는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자꾸 인천의 이미지가 이와 다르지 않다는 느낌은 뭘까? 분단 아닌 분단의 형상으로 실내기와 실외기의 합방은 가능은 한 건지 기술에 기대를 걸어 본다. 극도의 더위에 시달리는 이번 여름, 실내기는 더욱 도도하고, 실외기는 더욱 처량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