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저비터, '행복과 분통의 복불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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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저비터, '행복과 분통의 복불복'
  • 이상민
  • 승인 2010.10.29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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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저비터 [Buzzer Beater]

종료 골 혹은 종료 득점. 경기종료를 알리는 버저소리와 함께 성공된 골을 일컫는 농구용어. 버저가 울리는 순간 볼이 슛하는 선수의 손을 떠나 있어야 유효한 슛으로 인정된다.

스포츠 시사용어인 버저 비터의 뜻은 단순히 농구에만 국한되지 않고 축구에도 존재한다. 더욱이 인천 유나이티드에 말이다. 2004년부터 2009년까지 후반 종료 직전에 득점과 실점을 수없이 봐왔던 터, 인천 유나이티드 역사 속의 기억을 되살려 버저비터를 정리해보려 한다.


행복의 버저비터

1. 2004년 11월 10일 삼성 하우젠 K-리그 2004 인천vs포항 [문학월드컵] - 전재호
전반기 최하위 기록, 로란트 감독의 사임 등 어수선했던 분위기를 추스르고 장외룡 수석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아 팀을 서서히 정상 궤도로 올려놓은 상황. 상대는 전기리그 우승을 기록하며 우승 후보 1순위로 거론되던 최순호 감독이 이끈 포항 스틸러스. 계속되는 공방전 끝에 후반 44분 좌측 측면에서 장우창이 건낸 볼이 전재호 앞에 왔고, 전재호는 지체 없이 이를 강한 왼발 중거리 슛으로 왼쪽 골네트를 시원하게 갈랐다.

2. 2005년 6월 11일 삼성 하우젠 K-리그 2005 인천vs부산 [문학월드컵] - 셀미르
전반기 장외룡 매직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강적 부산을 만났다. 부산 역시 연승을 거두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던 찰라, 경기는 어렵게 진행되었다. 후반 25분 박성배에게 실점하며 패색이 짙던 후반 44분. 코너킥 상황에서 최효진이 문전을 향해 센터링을 올렸고, 이를 셀미르가 기가 막힌 오른 발 오버헤드킥으로 짜릿한 동점골을 만들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 골은 인천 유나이티드 역사상 가장 멋진 골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3. 2005년 7월 10일 삼성 하우젠 K-리그 2005 인천vs성남 [문학월드컵] - 임중용
전반기 우승을 위해서는 꼭 승리를 거두고 부산과 대전의 경기의 결과를 지켜봐야하는 상황. 결과론적으로 말하면 이 날 인천은 승리를 거뒀지만 부산이 대전과 무승부를 거두며 승점 1점차로 부산에게 전반기 우승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양 팀이 서로 치고받고를 계속하며 2-2 무승부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 후반 47분 전재호가 방승환의 스루패스를 받고 치고 나가는 상황에서 파울을 당했고다. 주심은 지체없이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영원한 캡틴’ 임중용이 정확히 구석으로 밀어 넣으며 짜릿한 역전골을 기록했다.

4. 2007년 8월 15일 삼성 하우젠 K-리그 2007 인천vs전남 [문학월드컵] - 데 얀
엄청난 폭우가 내렸던 광복절. 경기장 곳곳에는 물웅덩이가 고여서 양 팀은 짧은 패스연결을 하기 보다는 단순하지만 효율적인 긴 롱패스 위주의 전술로 경기를 펼쳐나갔다. 전반 24분 전남이 먼저 앞서나간다. 시몬이 길게 올린 크로스를 김태수가 그대로 머리로 받아 넣은 것. 이후 인천은 거세게 전남의 골문을 위협했지만 전남의 골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후반 인천의 박이천 감독대행은 ‘적토마’ 박재현을 투입하였고, 이 작전은 결국 주효했다. 후반 40분 이준기의 자책골을 이끌어 낸 것이다. 동점골을 뽑은 인천은 더욱 더 상대를 몰아부쳤고, 결국 후반 47분 데얀의 짜릿한 역전골이 터진다. 전남의 강민수가 컷팅한다고 차낸 것이 빗맞았고, 데얀이 그대로 골로 연결한 것이다. 데얀은 득점한 후 그대로 A보드를 넣어 서포터즈에게 달려가 포효하며 기쁨을 함께했다. 이 경기 역시 인천 유나이티드 역사 상 최고의 명승부 중에 하나로 뽑힌다.

5. 2009년 8월 23일 2009 K-리그 인천vs수원 [수원월드컵] - 코로만
K-리그 최고의 서포터즈 중 하나로 뽑히는 수원삼성의 그랑블루. 일당백 정신으로 똘똘 뭉치는 단합의 미추홀보이즈. 양 팀의 서포터즈의 쩌렁쩌렁한 서포팅 대결이 기대되었지만 이 날 경기 90분동안 응원 소리는 들을 수 없었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경기가 진행 되었다. 김대중 前 대통령 서거로 인해 서포팅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후반 31분 프리킥 상황. 인천은 장원석의 골로 앞서나간다. 하지만 후반 38분 수원 티아고에 동점골을 허용한다. 이때만 해도 인천 팬들은 동점골을 허용하면서 경기 분위기가 사실상 수원으로 넘어간 만큼 아쉽지만 이대로 지켜서 승점 1점이라도 획득하는데 만족하자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여기서 새로운 드라마가 펼쳐졌다. 후반 47분 프리킥 혼전 상황에서 정혁이 밀어준 공을 코로만이 가볍게 오른발 인사이드로 밀어 넣으며 인천 팬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짜릿한 역전골을 선사했다.

분통의 버저비터

1. 2004년 7월 11일 삼성 하우젠컵 2004 인천vs대구 [대구월드컵] - 노나또
방승환이라는 걸출한 신인이 탄생한 경기였다. 전반기 최하위를 기록하며 절치부심의 자세로 임한 컵대회 첫 경기. 하지만 첫 경기부터 꼬이고 말았다. 방승환의 2골로 2-1로 경기를 마치는가 싶었지만 후반 44분 대구의 노나또에게 동점골을 헌납하고 만다. 당시 이 골은 완벽한 오프사이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심판의 오심으로 인해 득점으로 인정되어서 인천 팬들로서는 더 큰 분통을 터트렸던 경기로 기억남아 있다.

2. 2006년 4월 30일 삼성 하우젠 K-리그 2006 인천vs광주 [문학월드컵] - 박용호
전반기 개막 후 2연승으로 상승세를 탔지만, 그 이후 8경기 무승(6무 2패)을 달리고 있던 상황에서 다소 약체로 분류되는 광주 상무와의 홈경기. 인천은 전반 25분 셀미르의 감각적인 왼발 슛이 시원하게 골네트를 가르며 기분 좋게 앞서나갔다. 그 이후 계속해서 양 팀의 슈팅이 오갔지만 무의미함에 그쳤다. 이대로 승리하면서 길고도 길었던 긴 무승의 터널에서 드디어 빠져나왔구나하고 생각하는 찰라. 후반 45분 순간적으로 인천의 수비진은 왼쪽 공간을 파고든 박용호를 놓쳤고, 박용호는 이 찬스를 기어코 득점으로 연결시키고 말았다.

3. 2006년 5월 10일 삼성 하우젠 K-리그 2006 인천vs성남 [문학월드컵] - 김태윤
10경기 연속 무승의 하락세에서 만난 상대는 김학범 감독이 리그 최강팀인 성남 일화. 사실 여러 부분에 있어서 불리한 조건이었기 때문에 고전이 예상되었다. 하지만 축구공은 둥글다 했던가,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인천은 강한 압박으로 성남을 몰아쳤다. 인천은 기어코 일을 냈다. 전반 14분 김한원의 기가 막힌 가위차기가 기대로 골네트를 가르며 1-0으로 앞서나간 것이다. 양팀의 힘겨루기가 계속되었지만 득점은 터지지 않았다. 이대로 대어를 잡았구나하고 생각하는 찰라. 후반 47분 다소 먼 위치에서 난 프리킥을 김두현이 문전으로 강하게 감아 올렸고, 이를 쇄도하던 김태윤이 그대로 머리로 받아 넣으며 믿기 힘든 동점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결국 인천은 연속 무승의 기록은 11경기로 늘렸다.

4. 2007년 5월 23일 삼성 하우젠컵 2007 인천vs포항 [문학월드컵] - 최효진, 최태욱
인천은 컵대회 PO진출이 확정된 상황이었고, 포항은 컵대회 탈락이 확정된 상황이라서 주전 선수를 대거 뺀 선수기용으로 경기에 임했다. 인천은 전반 11초만에 터진 방승환의 골과 후반 33분 데얀의 쐐기 골까지 터지며 2-0으로 가볍게 앞서나갔다. 2점차 리드로 정신력이 헤이해진 인천은 후반 44분 포항 최효진에게 실점을 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거의 모든 이들이 포항이 간신히 영패를 모면하는데 그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설마가 사람 잡았다. 후반 45분 오른쪽 공간을 파고든 김광석이 긴 크로스를 올렸고 쇄도하던 최태욱이 오른발로 가볍게 밀어 넣으며 기어코 동점골을 기록한 것이다. 그대로 경기는 종료되었고 인천은 4강 직행 티켓이 달린 A조 1위 자리를 울산에 내주며 6강 PO를 치뤄야하는 2위로 내려앉고 만다. 하필이면 또 상대팀에서 골을 기록한 두 명의 선수 모두가 인천 출신 선수여서 더 뼈아팠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5. 2009년 7월 04일 2009 K-리그 인천vs제주 [문학월드컵] - 히카도
페트코비치 감독이 부임한 후 2009 K-리그 전반기 태풍의 핵이었던 인천. 하지만 주전 선수의 잦은 부상과 더운 날씨 등 여러 여건에 의해 태풍의 눈이 점점 사라지던 시점에 다소 약체로 분류되는 제주를 만났다. 전반전은 유병수의 선취골로 앞선채 마쳤지만 후반전 오베라와 방승환에 연속골을 내주며 1-2로 끌려갔다. 인천은 새 용병 코로만을 투입했고, 코로만은 투입된 지 5분 만에 멋진 K-리그 데뷔골을 기록하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후 양 팀의 공방전이 계속되던 후반 36분 인천은 프리킥 상황에서 임중용이 역전골을 성공시키며 3-2 짜릿한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후반 47분 중앙에서 안재준이 파울을 범해 프리킥을 주었고, 제주의 히카도가 이 마지막 프리킥 찬스를 득점으로 연결시키며 경기는 3-3 허무한 무승부로 막을 내리고 만다.

이 같이 버저비터는 팬들에게 온몸이 전기에 감전된 듯한 짜릿한 행복과 쾌감을 주기도 하고 반대로 억울해서 머리에 뚜껑이 열리는 분통과 허무함을 주기도 한다. 올 시즌에는 행복의 버저비터는 서울전 이세주골 한번에 그친 반면 분통의 버저비터는 제주전, 대전전, 광주전, 경남전까지 총 4번이나 터졌다. 앞으로 남은 경기 3경기 그리고 더 나아가 내년, 내후년에는 행복한 버저비터가 가득하기를 소망해보는 것은 어떨까?

글 = 이상민 UTD기자 (power1360@hanmail.net)
사진 = 남궁경상 UTD기자 (boriwoo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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