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이 효과가 있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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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이 효과가 있으려면
  • 윤현위
  • 승인 2018.08.08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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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윤현위 / 자유기고가·지리학박사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아도 우리는 모두 프렌차이즈 세상에 살고 있다. 치킨은 BB○, 편의점은 C○, 제과점은 빠리○○○ 등등에서 소비하며 하루를 살아간다. 앞서 언급한 브랜드 이외에 경쟁사나 다른 회사를 거론해도 그들이 거대 프렌차이즈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골목을 완벽히 장악한 프렌차이즈들은 모두 본사의 직영점이 아니다. 관리하는 직원이 있지만 점주들은 모두 우리의 이웃들이다. 이른바 자영업에 뛰어든 사람들 말이다.

우리나라는 자영업의 비율이 높다. 그 중 상당수는 프렌차이즈화된 점포들을 운영한다. 새로운 기술과 노하우를 개발해서 경쟁력을 높이는 구조가 아니다. 모든 제품은 본사의 지시를 받아서 상품을 구성하고 진열하고 매장 인테리어도 바꾸어야한다. 그렇다면 프렌차이즈 결국 본인을 수고롭게 만들거나 인건비를 줄이는 방식을 통해서 수익을 내는 수밖에 없다. 프렌츠이즈 가맹점이 아닐지라도 자영업의 구조는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쟁점은 인건비다.

이런 구조 아래서 최근 자영업자들 입장에서는 사업운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최저임금이 올랐기 때문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올랐다. 이는 대통령 공약사항이었다. 인건비 상승은 결국 이윤저하를 의미한다. 최근 전국편의점가맹점연합회에서 집회를 벌인 일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를 두고 일부 신문에서는 ‘을’들의 싸움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앞서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서 자영업이 높다고 했다. 반대로 최저임금은 그다지 높지 않아 보인다. 이 문제는 서로 맞닿아있다. 둘만의 문제로 해결할 수 없는 이유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자영업자 측면에서는 이를 충당하기 위해서 가격을 올리거나 혹은 고용을 줄여야 한다. 이 둘은 상황에 따라서 둘다 진행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 이러한 이야기는 최저임금인상에 반대하기 위함이 아니다. 최저임금상승에 대한 부작용을 덜기 위한 대안이 작동되지 않았을 때를 전제해서 말씀 드리고 있다.

가까운 옛날인 IMF 시절 이후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자영업자의 수와 비율을 당시정부들은 어쩜 고용을 높이기 위한 다른 옵션으로 봐왔을지도 모른다. 당시 많은 수의 노동자들이 정리해고를 당했고 유연해진 고용안정성에서 아직 충분히 일할 수 있는 능력과 체력을 갖춘 가장들이 직장에서 나와야했다. 특별한 기술을 요하지 않으면서 너무 큰 창업비용이 들지 않는 업종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현상은 당연했다. 불황에 지속되는 과정에서도 편의점과 치킨집이 계속 증가하는 이유이다.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상당부분 주택에 묶여 있는 담보와 주택을 구입하기 위한 대출에만 관심이 모여있는 상황에서 창업을 위한 대출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되겠다.
최저임금은 인상은 양극화를 완화하고 저소득층과 청년계층이 살아가는 삶의 질을 높이는데 중요한 수단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별로 없다. 하지만 이 문제는 단순하지 않고 여러 가지로 얽혀있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주와의 관계, 자영업자와 건물주와의 관계 등에도 복잡한 문제들이 많다. 물론 이와 관련해서 전혀 노력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공약사항이라고 성급하게 진행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더욱 크게는 한 집안의 생계를 전적으로 책임지거나 상당부분을 관여하고 있는 이들이 자영업세계에 내몰리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 평일 점심시간에 거리에 나가보라 50대 남성들이 웃으면서 점심 먹으러 가는 이들 중에 공무원 말고 또 누가있나. 가끔 우리가 IMF를 극복했다는 표현을 쓰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시민들 중에서 IMF를 극복한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 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몇 명 이루어냈다. 이런 표현도 좀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비정규직 중에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람이 정말 있는가?

계약직이 무기계약직이 된 걸 정규직 전환으로 이야기하면 그것도 곤란하다. 내수경제가 활력을 갖기 위해서는 안정된 일자리의 수가 늘어나야한다. 공공부분부터 시행해야한다. 안정된 일자리가 늘어나고 소비가 증가한 상황에서 제도를 손봐야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이미 2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고도화되고 정교화된 문제이다. 단순한 해법으로 풀리지 않는다. 우리에게 개혁이라는 단어가 갖는 속도는 빠르다고만 생각하는건 아닐까 싶다. 빠르다고 생각하는건 정권을 운영하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계획 아래서 다른 세력의 방해가 없거나 적극적으로 방어하면서 순조롭게 진행되야한다. 그러나 그 속도의 빠름이 전제되어야만 성공할 수 있는건 분명 아니라고 생각한다.

야당은 이러한 상황을 자신들에게 높은 국정지지도에 반격을 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민생과 경제를 들먹이며 최저임금과 관련된 정책을 중심으로 공격하고 있다. 실물경제가 어려워진건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그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누구인지 우리는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법인세를 인하해주고 고용을 유연화해서 쉬운 해고를 장려한 법안을 발의하고 대기업이 골목길에 진출할 수 있게 교두보를 놔주고 택배기사와 학습지방문교사들의 고용보험 가입을 방해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아직도 경제민주화 차원에서 법인세강화를 논의하면 기업활동의 위축을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많다. 과거부터 현대그룹이 망하거나 삼성이 해외로 이전하면 한국경제가 큰 파탄이 날거라고 호들갑을 떠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여기에는 놀랍게도 진보와 보수의 차이가 없다. 기업의 속성은 장사꾼들인데 손해를 보면서 한국에 있을 리가 없다. 실물경제 체감경기가 어려운 이유를 전반적인 경제침체, 기업의 경쟁력 상실 등에만 있지 않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양극화를 조금이나마 해소하면 이를 이겨낼 수 있는 큰 방어막이 될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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