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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광식
  • 승인 2018.08.24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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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유광식 / 사진작가


중구 중앙동, 2015ⓒ유광식


여름방학 때면 너무도 설렘이 가득해 심장이 두근두근 했다. 학교를 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주 된 이유였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어렸을 적 고향(산촌)에서는 녹색의 큰 공 표면에 톱자루가 녹아 있는 잘 익은 수박을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수박은 색도 색이지만 매미가 먹어도 된다고 조잘댔고, 나는 등 떠밀리다시피 수박 서리를 감행하곤 했다.

같은 시각에 도시 아이들은 수박을 먹진 못해도 바람을 빵빵하게 넣어 수영장 튜브로 가지고 놀았을 터이다. 호기심과 모험이 많은 때였고 TV에서도 연신 모험과 관련한 만화영화를 많이 틀어 주었다. ‘톰소여의 모험’, ‘신밧드의 모험’, ‘정글북’, ‘보물섬’, '이상한 나라의 폴' 등을 보며 남몰래 산에 들어가 주인공을 따라해 봤던 기억이 난다.  

요즘 아이들의 눈에는 위 건물이 그저 그런 하얀 건물일 것이다. 당시 지나다니면서 이 위치에서 이 모습을 보는데 동화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던 양철나무꾼이 중첩되는 것이 아닌가? 며칠간 시간대를 달리하며 관찰한 결과 가로등 불빛과 건물 안 조명이 오묘하게 어우러져 눈동자 역할을 했다. 그러면서 어떤 표정을 지어 건네는 것이었는데, 양철나무꾼은 왜 하필 논란의 장소인 중구에 떨어져 낯이 하얗게 질렸는가 모르겠다.

아무래도 도로시가 그랬던 것처럼 회오리를 타고 날아와 불시착이라도 한 걸까? 대 여섯 번의 각기 다른 모습을 지켜보던 어느 날, 건물은 ‘경화’라는 업체에 임대가 된 모양이었다. 결국 양철나무꾼은 중구의 마법사에게 심장을 구하려다가 그만 굳어(경화)버리는 참사를 당하고 만 것이다. 건물의 창문(눈) 위에는 기다란 간판이 내걸렸고 마법사는 순식간에 일자눈썹의 아이콘 ‘순악질 여사’로 변신시킨 후 줄행랑을 쳤다. “음매 기죽어! 음매 기살어!” 그 해 여름, 나는 오즈를 탐험하고 온 아이처럼 아련한 기분에 도취되었다가 개학을 맞이했다. 방학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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