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름다운 섬 굴업도, 쓰레기의 낙원되다
상태바
가장 아름다운 섬 굴업도, 쓰레기의 낙원되다
  • 심형진
  • 승인 2018.08.31 10: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 굴업도, 쓰레기로 퇴색하는 - 심형진 / 인천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장

 
인천 앞 바다의 섬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을 묻는다면 단연 굴업도를 꼽겠다. 저마다 개성을 뽐내는 섬 중에 무엇이 낫다 못 하다를 가리는 것은 유한한 인간이 무한한 자연에 대해 갖는 건방일 뿐이지만, 유한한 존재이기에 선택을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굴업도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1994년 방사능폐기물 처리장을 굴업도에 짓겠다는 발표가 나면서 부터다. 하지만 그로부터 십 수 년이 지나서 겨우 발을 내딛었다. 그때까지는 남들이 전하는 굴업도의 아름다움을 귀로만 들은 셈이다. 하와이 보다 낫다는 말에 에이 설마하며 믿지 않았지만, 굴업도를 직접 가보고 소문이 결코 허언이 아님을 알았다. 그 이후 굴업도 예찬론자가 되어 지인들에게 방문을 권하였다. 첫 방문 후 서너 번 더 가게 되었는데 갈 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며 감탄을 했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 늘 걸리는 것이 있었는데, 파도와 조류에 떠밀려오는 쓰레기다. ‘쓰레기가 섬을 덮어도 가려지지 않는 아름다움’이라고 굴업도를 표현 했지만 이번 방문의 목적이 해양쓰레기 실태 조사이기에 예전과는 다르게 느껴진다.


목기미해변과 덕평산
목기미해변과 덕평산-한쪽은 뻘이고 한쪽은 백사장


굴업도전경


굴업도는 멀리서 보면 두 개의 섬이 하얀 백사장으로 연결된 것처럼 보인다. 오랜 시간 해풍과 조류에 밀려 온 모래가 오작교가 되어 동섬과 서섬이 언제나 건너갈 수 있는 하나의 섬이 되었을 것이다. 남해 통영 앞바다 매물도 가는 길에 비진도가 이와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동쪽으로 덕평산과 연평산이, 서쪽으로는 서해낙조를 조망할 수 있고 고원을 거니는 느낌을 주는 개머리능선이 있고, 조수간만의 차가 큰 날이면 본섬과 연결되는 토끼섬이 있다. 동쪽과 서쪽을 잇는 목기미 해변은 좁고 가느다란 지형을 가리키는 순 우리말 목이 긴 형상에서 유래했을 법한 이름인데, 한쪽은 백사장이 한편은 뻘이 양지와 음지처럼 명암이 대비되는 특이한 지형을 하고 있다.





배를 타고 다가가니 멀리서도 한 눈에 들어오는 흰 모래 사장의 목기미 해변은 비에 젖어도 눈부시다. 개머리능선을 타고 넘어오는 구름에 연평산은 모자를 쓰고, 덕물산은 보이다 말다 신비롭다. 연평산에서 바라보는 굴업도의 형상이 에메랄드 색의 물과 어울려 감탄을 자아내는데 오늘은 그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없어 안타깝다.
선착장에 내려 마을로 가는 길에 있는 생활쓰레기 적환장은 이미 용량이 차고 넘쳐 풀밭까지 점유하고 있다.

주민들은 모두 바다에서 떠밀려 온 해양쓰레기라고 이유를 대지만 예전 6가구였던 섬주민이 9가구로 늘어난 만큼 외지인이 가져오는 쓰레기와 이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사람들이 배출한 쓰레기도 점점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오죽하면 개머리능선이 넘쳐나는 야영객들로 똥섬이 되었다고 푸념을 할까. 야적한 쓰레기는 바람에 날려 숲 사이사이 저마다의 자리를 차지하고 널브러져 있다. 원래부터 그 자리가 자신들의 자리인양 자연스레 보이기까지 한다.


굴업해수욕자의 쓰레기와 여행객들
굴업해수욕장의 쓰레기와 여행객들


여기저기 바다에서 떠밀려온 쓰레기가 보이는 굴업해수욕장은 그나마 형편이 낫다. 목기미 해변은 해양쓰레기의 천국, 스티로폼과 밧줄, 선박용 엔진오일을 담았던 양철통 등이 여름 피서객인양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바람에 따라 구르는 스티로폼 어구는 종종거리며 달려가는 도요새 무리 같기도 하고 엄마를 향해 아장거리며 달려가는 아이 같기도 하다. 발전소가 있는 굴업해수욕장에서 덕평산 민가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세워졌던 전봇대, 사람 떠나 버려진 전주에는 전선 대신 쓰레기가 걸려 있다. 인간이 제공한 재료를 갖고 바람과 태양이 작업한 설치미술이 주는 느낌은 인간은 사라져도 쓰레기는 남는 종말 시대를 예고하는 듯하다. 천혜의 자연을 만끽하는 쓰레기들에겐 이곳이 낙원이다. 낙원으로 몰려드는 문명의 찌꺼기, 쓰레기의 섬 굴업도, 태평양 연안국의 모든 쓰레기가 몰려드는 태평양 플라스틱 쓰레기 섬처럼 되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스케일』이란 책에서 산소는 생명을 낳고 이산화탄소는 문명을 낳았다는데, 그 문명을 일군 인간은 문명의 대가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편리함의 종착지인 쓰레기를 탄생시켜 매년 바다에 950만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배출하고 있다. 결국 인간이 지구를 쓰레기의 낙원으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지구가 쓰레기의 낙원으로 될수록 인간에게 지구는 실낙원의 지옥으로 끝나겠지만. 과연 굴업도는 누구의 낙원으로 남을 것인가. 사람들은 정답을 아직 모르는 걸까 모르는 체 하는 걸까?
 
2018년 8월 28일 굴업도를 다녀와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