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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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친구들
  • 송자
  • 승인 2018.09.10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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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송 자 / 인천노인종합문화회관 '소통의 글쓰기' 회원
                                                                 


 

  오늘도 변함 없이 친구를 만나러 갑니다. 벌써 두 달 가까이 됩니다. 폭염의 날씨가 연이어 심술을 부리지만 하루도 거르지 않고 찾아갑니다. 어제의 한 친구가 나를 따라갑니다. 좀 시간이 지나면 이별입니다. 나는 좀 변덕스러워서 이 친구들을 오랫동안 잡아둘 수가 없습니다. 친구들 집에 도착하니 너무 이른 시간일까요. 문이 닫혀있습니다. 살그머니 문을 밀어보니 열립니다. 발소리를 죽여 가며 이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친구들은 아직 깨어나지 않았습니다. 시계를 보니 오전 아홉시가 되려면 이십여 분은 기다려야합니다.


  이별하기 전에 못 다한 이야기를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잠시 휴게실을 이용해야겠습니다. 가방을 열고 친구를 꺼냈습니다. 어제의 절친한 친구입니다. 저녁에는 국내외 소설가와 철학자 등을 만났습니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그들은 지금이 있기까지의 자신의 생각과 세계를 펼쳐냅니다. 오전에는 나머지 사람들로 사회학자, 무용가, 요리 연구가를 만나볼 생각입니다. 삶의 방식이나 과정은 달랐지만 각자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내 철학적 삶에 마음이 일치하는 사람도 있지만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중에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들이라고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각자의 높은 이상과 좋은 생각들이 내 마음 한 구석을 채워줍니다.  오늘은 누가 절친한 친구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내 마음에 드는 사람들을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책서치(冊書癡) 이덕무를 좋아합니다. 늘 책을 끼고 살았던 조선 정조 때의 사람으로 책서치 중에도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나 자신도 책서치가 되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방마다 책이 놓여있고 늘 가방 속에는 책이 들어있어 함께 나들이를 합니다. 집이나 도서관에서 즐겨 읽지만 이에 못지않게 전철은 책을 읽기에 좋은 장소입니다. 특히 요즈음같이 더운 때에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합니다. 할 일 없이 앞사람과 시선이 마주치는 것은 왠지 불편합니다. 생각해낸 것이 독서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휴대폰으로 자료를 찾아 삼매경에 빠지는데 나는 그런 것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꼭 전화를 해야하거나 메시지를 확인해야 할 경우와 필요한 자료를 찾아야할 때에만 가끔 휴대폰을 열어 검색하는 정도입니다.


  밖으로 나갈 일이 있을 때는 으레 가방을 챙깁니다. 때로는 큰 가방이 작은 가방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면 책입니다. 차에서 자리를 확보했을 때에는 책을 펼칩니다.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남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책과 친구가 되는 시간입니다.


  내가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데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남으로서 다양한 학문과 예술의 세계를 접할 수 있습니다. 내가 책에 빠져들게 된 시기는 그리 오래된 되지 않았습니다. 불과 십여 년 정도입니다.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소년기까지는 책이 귀했고 그 이후로는 사회생활을 하느라 책에 관한 생각을 떠올릴 기회가 적었습니다. 우연히 책을 접하게 되면 밤을 새워 읽는 경우도 있었지만 드문 일이었습니다.


  책을 손에서 떠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은 직장에서 퇴직을 한 후입니다. 여러 종류의 책들을 둘러보면서 나도 문학서적을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을 쓰기  전에 먼저 시작한 것이 책 읽기입니다. 이러는 동안 글을 써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을 짧게나마 기록했습니다. 나는 글을 쓰는 방법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운 일은 없습니다. 내 스스로 터득해 가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은 남에 비해서 좀 깁니다. 학교에서 책읽기를 좋아하는 친구들과의 교감을 위해 내용을 간추려보고 느낌도 간단히 적어보았습니다. 상대편의 글이나 이야기를 통해 그의 입장이 되어서 써보기도 합니다. 글을 잘 쓰기위해서는 내 자신이 스스로 열심히 써보는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남이 써놓은 글의 유형을 참고해도 좋지만 결국 내 글을 쓴다는 것은 내가 해야 할 몫입니다. 나는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그날그날 떠오르는 소재들을 찾아 기록하는 입장입니다. 시, 수필, 편지글, 아직은 드러내기에는 부족한 글들입니다. 내 글은 정돈되지 않고 서툰 문장으로 나열돼 있습니다. 사실 드러내놓고 남에게 보여줄 수 있는 정도는 못됩니다.


  나는 믿는 구석이 있습니다. 열심히 독서를 하고 틈틈이 쓰다보면 언젠가는 소망하는 일이 이루어지리라고 생각합니다. 옛 글귀에 ‘남아 독서 오거서(南兒 讀書 五車書)’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직은 이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언젠가는 이 글귀가 나의 독서력과 일치하는 날이 올 것입니다. 부끄럽기는 하지만 내 글이 처음보다는 점차 좋아지리라 기대합니다.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의 평이 격려와 호기심으로 다가오면 좋겠습니다.


  요즈음은 늦은 나이에도 예술이나 문학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고 경제력이 향상된 덕분입니다. 먹고 살기에 힘든 시기를 지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의 여유가 생겨난 이유입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연로한 분들이 합동으로 음악발표회를 한다든가 각종 전시회를 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책을 발간하기도 합니다. 그 중에는 알고 지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모르는 사이에 언제 그렇게 노력을 했지?’


  평소에 운 한 번 떼지 않았는데, 숨은 노력의 결과입니다. 초대장을 받거나 받지 못했어도 기꺼이 찾아가 축하를 하고 관람을 합니다. 나는 김형석 교수처럼 백세에 이르려면 아직 시간이 많으니 차근차근 준비를 해가면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나와 가장 친한 친구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나 자신입니다.


 ‘욕심 부리지 말고 힘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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