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 산소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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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 산소공장
  • 유광식
  • 승인 2018.09.21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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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유광식 / 사진작가
옹진군 소청도, 2018ⓒ유광식
 

지난달 소청도에 다녀왔다. 섬이 많은 인천이지만 그렇다고 섬에 직접 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소청도에 가보니 보는 이의 이목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지질암석이다. 지구 생명의 초기 활동을 알 수 있다는 스트로마톨라이트와 하얀 암석으로 불리는 분바위가 그것이다. 특히 분바위는 등대 불빛 못지않게 밝은 색을 발하고 있어 등대 없던 시대의 이정표(월띠라고도 함)로 불릴 만도하다. 한편 20세기에는 그 문양의 아름다움과 희귀함을 탐한 나머지 애석하게도 상당수 채석되었다. 

배로 3시간 반을 울렁울렁 가야 당도하는 소청도. 그곳은 공장이었다. 남조류의 광합성 활동으로 원시 지구대기에 산소를 생산, 공급한 것이다. 그리고는 서서히 퇴적된 암석(스트로마톨라이트)이 바로 그들의 공장 터인 셈이었다. 가히 흉내 낼 수 없는 퇴적의 인내야말로 작은 소청도를 커다란 풍채로 바라보게끔 한다. 가까이 대청도, 백령도가 부럽지 않은 탄탄한 내력이 숨 쉬는 섬이며, 함부로 대할 돌이 아니라는 생각도 출렁였다. 

우리는 오랜 고독의 무게를 짊어진 자연물체에 경외감을 갖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감정은 화석화된 과정에 비하면 너무나 짧아 금세 흥미를 던져버리고 만다. 채석되어 나뒹구는 분바위가 과거 인간 욕심의 증거라면, 분칠을 한 것이 아니라 침묵하며 분을 삭이고 있는 풀이가 어울리겠다는 생각이다. 한편 섬은 접근의 제한으로 지구환경의 수장고도 맞지만 인간활동의 부메랑으로 일컬어지는 플라스틱류의 바다쓰레기 문제가 코앞에 있다. 스트로마톨라이트 옆 빈 PET병에 산소를 넣어 잠가 두면 어떨까 싶다가도 한 숨 내쉬니 이산화탄소 수치만 오른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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