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도시재생사업 결국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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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도시재생사업 결국 실패했다'
  • 이병기
  • 승인 2010.01.26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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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꿎은 주민 피해와 갈등은 어쩌나?

삶의 자리는 지난 13일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인천시의 도시재생국 폐지 및 동인천역재촉지구 사업 강행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달 말 인천시는 4개 재정비촉진지구 전수조사 결과에 따라 인천역, 가좌지구, 제물포역 등 3곳의 공영개발을 철회했다. 이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무시하고 개발을 강행하려던 시가 스스로 도시재생사업 실패를 인정한 것으로, 2~3년 동안 애꿎은 주민들만 재산권과 생활권 등의 피해를 입게 됐다.

4개 지구 중 유일하게 공영개발 강행을 발표한 동인천역 주변 역시 오는 2월 10일 공청회를 계획중이지만, 만석·화수지구 주민들의 반발로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자녀들의 상급 학교 진학에 맞춰 교육여건이 나은 곳으로 이사를 원했던 학부모들이나 이직 등 여러가지 개인 사정으로 지역을 벗어나야 했던 주민들은 개발에 묶여 꼼짝없이 눌러 살아야만 했다. 또 집에 비가 새 옥상이나 기와 등 보강공사를 해야 함에도 큰 돈이 들지만 보상비용에 포함되지 않아 수리를 하지 못한 주민들도 생겨났다.

그러나 시는 아직도 지구지정 해제와 관련 주민들에게 아무런 사과나 답변도 없는 상태다. 일부 주민들은 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신청했으며, 안상수 시장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비록 공영개발이 철회됐어도 도시재정비가 필요한 지역들이 남아 있고, 가정오거리 및 도화지구, 숭의운동장 등 공영방식으로 추진 중인 사업이 있는데도 도시재생국을 폐지하고 도시계획국으로 통합한다는 방침이어서 시의 무책임한 행정에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한다.

인천시 개발 관련 시민모임인 '삶의 자리'는 지난 13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지역의 역사적, 주민복지적 차원의 배려가 반영된 진정한 의미의 도시재생사업 검토를 촉구했다.

삶의 자리는 "시는 도시재생국과 도시계획국의 통합이 오히려 효율적으로 업무를 추진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도시재생국이 존속했던 기간에도 실무자들이 수시로 교체돼 주민들과의 협의가 원활하지 못했다"며 "도시계획국 산하로 부서를 옮기게 되면 사업의 중요도나 집중도도 떨어질 뿐더러, 현재 벌여 놓은 사업의 수습 자체도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시가 도시재생국 수립 3년 만에 폐지한다는 것은 인천시 스스로 도시재생사업의 실패를 전면적으로 인정한 꼴"이라며 "잘못된 사업을 추진해 지난 3년 간 각 지역 주민들을 고통 속에 몰아넣었던 시와 안상수 시장은 인천시민과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정중히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또 "시와 안상수 시장은 4곳의 재정비촉진지구마다 중심광장과 쌍둥이 빌딩, 주상복합 아파트만을 가득 채워 넣는 천편일률적 재생사업 발상을 근본적으로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삶의 자리는 "지방선거 국면에 반대여론이 거세니 이를 잠시 피했다가 개발찬성 여론을 일으켜 집권하고, 이를 통해 또다시 지구지정을 강행하려는 것이라면 큰 오산이다"라며 "안상수 시장이 사과와 반성을 하지 않고 거듭 지역주민들을 분열시키고 현혹해 무문별한 개발을 획책한다면 선거를 통한 엄정한 평가가 이뤄지도록 모든 사회단체와 연대해 강력히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물포 역세권, 민-민 갈등이 공무원 방패막이 될 수도

인천시의 도시재생사업지구 주민설문조사 결과한편, 지난 19일 뒤늦게 지구지정을 해제한 제물포지구는 상가 세입자들의 공영개발 촉구로 주민 간 갈등이 깊어질 전망이다. 제물포 역세권의 전수조사 결과를 보면 설문지 회수율이 37.4%로 다른 지역에 비해 저조한 편이며 찬성(44.2%)과 반대(54.1%)의 의견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인천 제물포북부역 상가대책위원회는 지난 14일 인천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제물포 역세권지구 공영개발 추진을 촉구했다.

상가대책위는 "인천대가 송도로 이전한 뒤 인근 상가 절반이 문을 닫았고, 나머지 상인들도 심각한 경영난에 처해 있다"며 "제물포 역세권의 경우 개발 수익이 거의 없어 민영개발이 어렵고 장사도 안 될 바에는 상가 세입자들이 영업손실분과 분양권 등의 보상을 받고 나갈 수 있도록 시가 공영개발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반대측 주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삶의 자리 관계자는 "공영개발의 경우 세입자들이 생활대책으로 분양권과 용지를 받게 되는데, 이를 전매해 프리미엄을 받으려는 것"이라며 "제물포역 상권 문제는 실제로 인천대가 이전하면서 발생한 문제인데, 시에 문제제기를 하기보단 공영개발을 요구하며 건물 소유자와 세입자 간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물론 세입자들도 개발에 대한 권리가 있지만, 실질적으로 재산을 소유한 사람들의 권리를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제3자가 보더라도 문제를 일으킨다"며 "일부 상가 세입자들의 이런 행동들이 공무원들의 방패막이로 악용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3년간 지구지정으로 재산권이 묶여 있던 제물포 역세권 주민들이 시에 손해배상 등 조치를 취할 예정이었지만, 상가 세입자들의 공영개발 추진 촉구로 행정에 잘못을 묻기 보다는 민-민 갈등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구지정 해제 예정인 가좌동 일부 대책위는 인천시에 지난 3년 동안 지구지정으로 피해를 봤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걸어논 상태다.

가좌동의 경우 대부분의 주민 대책위들은 인천시의 공영개발 방식을 반대할 뿐 민영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 조금씩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동인천역 주변 개발사업, 만석·화수지역 주민 반발로 난항 예고

뒤늦게 동인천역 주변 재정비촉진사업에 포함된 만석·화수지구 주민들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만석·화수 주민대책위는 "상권중심지인 동인천역주변의 재생사업지구에 주거지역인 우리 지역을 끼워 넣고는 만석·화수지구 설문조사 결과는 당해지구 주민들에게 공개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지난 2009년 일부 정치인들과 사익만을 추구하던 몇몇 주민의 은밀한 청원으로 재생사업에 추가돼 뒤늦게나마 탄원서 제출과 집회, 주민의견수렴을 통해 수 차례 반대의견을 제시했으나 성의 없는 답변서 외에 그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만석·화수지역 주민들의 지지율이 법정 비율을 넘어선다면 비대위는 어떤 조건도 없이 승복하고 힘을 합해 개발에 힘을 다할 것"이라며 "우리는 개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현 자산만으로 동일한 규모의 수평적 이주를 원하는 것이지 주민들의 생존권을 무시한 인천시의 개발 방식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시는 18일 '동인천역 주변 재정비촉진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 개최'를 공고하고 오는 2월 10일 동구청 대회의실에서 인천시 시의원 1인, 시 공무원 1인, 도시계획 등 전문가 3일, 시민단체 1인, 주민 2인이 발표자로 참여하는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동인천역 주변 재정비촉진계획 결정고시 기한은 5월 20일까지다. 이미 한 차례 공청회 무산을 겪었던 시는 결정고시 기간 내에 공청회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

이에 만석·화수 대책위는 가구별로 주민들이 재정착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세부적인 실태조사를 실시, 분석 결과를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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