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장원리, 나쁜 정치, 이상한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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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장원리, 나쁜 정치, 이상한 정책
  • 나보배
  • 승인 2018.10.15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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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 나보배 / 인하대


“시장원리를 따라서 어쩔 수 없이 도태될 수 밖에 없는 자영업자는 도태도 돼야 하죠.” 1,400개의 가맹점을 가진 성공한 외식사업가 백종원 대표의 발언이 연일 화재다. 살아있는 권력 앞에서 쉽게 내뱉을 수 없는 발언이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누군가는 했어야할 이야기라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랫동안 계속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이 경제적 불평등을 확대해 성장 동력을 떨어뜨리고 그와 함께 고용 없는 성장이 계속돼 왔기 때문”이라던 대통령의 발언이 얼마 지나지 않아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기업”으로 완전히 뒤바뀐 적도 있었다. 이렇듯 시장원리를 일종의 부정적인 의미로 오해를 받기도, 성향이나 이념의 종류로 정의 내리려는 모습들을 종종 접하곤 한다.
 
시장원리는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점에서 결정된다는 가격 결정의 원리와 경쟁의 원리’라고 정의되어있다. 어려운 말처럼 들리지만 우린 이미 시장원리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기업은 질이 좋고 다양한 기능이 있는 상품을 싸게 공급하고자 막대한 투자와 연구를 벌이고 있고, 소비자는 편익을 무기로 공급자들 간의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시장원리의 지배 속에서 성공한 국가로, 전 세계 소비자의 편익에 충족하는 상품을 공급하여 2017년 기준 GDP 세계 12위, 무역수지 규모 세계 4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세계적인 테스트베드 국가로, 유명 IT, 패션, 화장품, 자동차 기업 등이 한국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시장원리의 주체인 우리 기업과 소비자 모두가 시장원리의 순기능에 잘 적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원리의 원칙에 문제를 제기하며, 원칙을 수정하거나 온전히 부정하려는 움직임도 적지 않다. 시장원리의 주체인 민간의 영역에 국가권력이 개입해 가격결정이나 경쟁의 원리를 관리·수정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시장원리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심각할 때, 부작용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방법을 쓰는 목적이 온전히 유권자의 표를 의식하기 때문으로 보여 우려스럽다. 권력을 통해 원리가 정립되는 과정에 개입하여 공급자는 경쟁력이 악화되고, 소비자는 편익추구에 지장을 받고, 재정은 낭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천의 높은 역외 소비율을 낮추고, 소상공인에게 카드 수수료 부담을 낮춰 매출증대를 위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었던 ‘인처너 카드’ 정책이 사실상 올 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가입자 70만 명, 가입 가맹점 4만 개를 목표로 했지만 결과는 이에 한참 못 미치는 가입자 5,200여 명, 가입 가맹점 수는 200여 곳에 불과하다고 한다. 시장원리를 배제한 채, 선의를 가장한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책으로 기억해야할 사례가 아닌가 한다. 또한 이번 중기벤처부의 국정감사에서 시장원리와 자유주의를 신봉한다는 정당의 국회의원의 질의도 기억해야할 것 같다. 백종원 대표에게 “백 대표의 가맹점으로부터 손님이 빼앗긴다고들 하니 출점을 제한할 생각은 없냐”는 황당한 질문을 하기도 했다. 이는 마치 백종원 대표의 프렌차이즈 가맹점을 찾는 소비자는 악덕하고 우매한 사람인 것처럼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널드 레이건은 미국의 경기침채에 대해 이런 일갈을 남겼다고 한다. ‘정부는 문제 해결사가 아니라 문제 그 자체다.’ 라고. 우리는 이상한 정부정책도, 나쁜 정치도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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