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다리는 어디로 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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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는 어디로 가고 있나
  • 강영희
  • 승인 2018.11.01 0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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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끊이지 않는 공사... 사람을 향한 도시재생을 생각하며

 


 


일주일이나 한 달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들이 거의 매일 일어나는 시간들이 지나고 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면서. 그런 또 하루, 2018년 10월 31일이 지나고, 11월 1일 3시 5분 눈을 뜨고 '멍~' 인스턴트커피를 진하게 타서 한 모금... 노트북 앞에 한글을 띄웠다. 하얀 화면에 검정 커서가 깜박깜박...
벌써 두 주가 지났네, 배다리엔 무슨 일이 있었나 생각하며 메모리 카드 사진을 pc로 다운로드하며 하얀 화면에 집중했다. 문득 '사랑의 학교'라는 TV만화의 주제가가 떠올랐다.
 

     배다리통신

     ‘오늘은...’이라고 쓰고서
     나는 잠깐 생각한다.
     어떤 하루였나 하고
     점수를 주게 되면 몇 점일까?

이렇게 쓰고는 10월의 사진을 훑어보았다. 배다리의 일상이 띄엄띄엄. 모자란 날짜들을 들춰보기 위해 핸드폰을 열었더니 영수증과 서류, 회의 사진이 가득하다. 
 
어제는 ‘집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_ 찾아가는 건축자문' 마지막 날이었다. 도시재생과 관련한 마을사업의 일환으로 세 차례에 걸쳐 진행했는데 개인 건물의 설계, 용도변경과 시공 관련 건축사의 자문을 듣는 형식이었고, 마지막으로 두 건축사와 함께 도시환경으로서의, 삶의 공간으로서의, 순환으로서의 집과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작년부터 배다리 책방거리부터 도원역에 이어지는 금창동에 각종 시설 공사, 개인 집수리부터 새로 짓는 사람들까지 공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1년에 한두 번 있을까 싶은 각종 공사들이 대강만 헤아려 봐도 10곳이 넘게 진행되는 모습에서 이 공사의 흐름이 멈출 즈음 많이 배다리가 많이 변하겠구나 싶다.
 
변화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변화의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도시와 마을, 공간과 사람의 의미가 많이 달라지고, 그 지역의 모양과 색깔이 결정되고 달라질 뿐이다. 개인의 집과 건물을 고치고 짓는 행위에 지자체나 지역주민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이 그 모양과 색깔의 흐름을 정하는 ‘지구단위계획’이란다. 도시의 유기적 순환을 위해 필요한 태도를 결정하는데 역시 ‘주민 스스로’라는 언급이 따라 붙었다.
 
‘그 많은 주민들은 다 어디에 있을까?’
 
집과 건물 중심의 도시재생에서 빠져있는 게 ‘세입자’다. 나 역시 이 마을 한 공간에 좋은 주인 할머니 덕에 적은 비용으로 꽤 오래 머물고 있지만 ‘재생’이라는 화두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여지도, 이유도 없다. 여러 가지 이유로 적지 않은 시간을 보냈지만 개발이나 수리가 있은 후에는 집 가격이 오를 테고, 그에 맞춰 세도 올려야 할 텐데 그 여력이 없으면 떠나고 싶지 않아도 떠나아 한다. 도시의 유목민은 그래서 대부분 ‘집을 갖지 못한 사람’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도시의 살과 피인 그들을 떼어낼 수 없는데 중요하게 고려되지 못하고, 젠트리피케이션은 그래서 다시 그 도시의 몰락과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한 고민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런 도시재생은 아주 커다란 부분을 놓치고 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세입자로 대표되는 약자들은 그 목소리를 나눌 곳이 없다. 들어줄 곳도 없다.
 
그 많은 주민들은 바로 ‘거기’에 있는데 말이다.
 
‘주민이 스스로 만드는 더불어 마을’에 ‘거기’에 있는 시민을, 주민을, 세입자를 포함한 도시재생이 고려되지 않으면 제대로 된 도시재생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수도 있다는 생각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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