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시정과 측근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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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시정과 측근인사
  • 김송원
  • 승인 2018.11.08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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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김송원 /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민선7기 박남춘 시정부가 출범한지도 벌써 5개월 차에 접어든다. 박 시장은 당선 소감에서 “300만 시민 모두의 승리”라며 “새로운 인천특별시대”를 열겠다고 말하고, “잠시 나뉘었던 시민 목소리를 하나 된 뜻으로” 담아내겠다고 밝혔다. 취임사에서는 "박남춘 시정부는 인천시민이 직접 촛불을 들어 탄생시킨 시민의 정부"라며 "이러한 시민의 선택은 ‘적폐’가 아닌 ‘정의’를, ‘불통’이 아닌 ‘소통’을, ‘독단’이 아닌 ‘협치’를, ‘구태’가 아닌 ‘혁신’을 하라는 무거운 명령으로“ 받아들인다고 강조했다. 한데 박 시장이 출범 100일까지 기다려 달라며 야심차게 발표한 ‘민선7기 시정운영계획’과 ‘더불어 잘사는 균형발전 방안’이 오히려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독단적이고 일방적인 자기들만의 시정계획에 불과하다는 질타를 받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 해명도 없이 제외된 선거 공약, ‘민선7기 시정운영계획’
 
공약(公約)은 시민과의 약속이다. 그런데 박 시장은 ‘민선7기 출범 100일 기자회견’에서 ‘민선7기 시정운영계획‘을 발표했지만 선거 당시 채택 의사를 밝힌 공약을, 마땅한 해명도 없이 반영하지 않았다. 알려진 것처럼 ‘살고 싶은 도시, 함께 만드는 인천’이란 시정비전을 걸고 내놓은 138대 시정과제는 지난 100일 동안, 선거 때 인천 유권자에게 약속하거나 시민들에게 제안 받은 공약을 최종 정리한 거다. 하지만 당장 인천 경실련과 YMCA가 제안해서 채택키로 약속한 공약 중 절반 정도가 시정과제에서 제외됐다. 한데 문제는 ‘공약 패싱’을 당한 이가 이들만이 아니라는데 있다. 현장 목소리가 한마디 해명 없이 외면당한 꼴이다.
 
게다가 제외된 대다수 공약은 정부 정책의 부산 쏠림 현상을 개선하고, 인천型 지방분권 과제를 발굴해 수도권 규제와 중앙정부의 ‘갑’질 행정을 타파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천 출신 인천시장이라면 마땅히 수용해서 시민을 대표해 앞장서야할 공약인데도 외면한 거다. 뿐만 아니라 송도 워터프런트 사업은 현장 주민에게 직접 공약한 건데도 제외돼 주민 반발이 걱정된다. 시민의 재산권과 환경권에 직결된 해묵은 현안은 구체성이 없어 ‘속 빈 강정’이란 평가를 받았다. 경인고속도로 일반화 및 지하화의 재원 마련방안을 비롯해 대체매립지 조기 확보를 통한 수도권매립지의 매립 조기 종료 등을 말한다. 인천 현안이 외면당한 셈이다.
 
 
# 일방 추진 논란에 휩싸인 ‘더불어 잘사는 균형발전 방안’
 
이를 반영이나 하듯 지난 10월 25일, 시가 ‘더불어 잘 사는 균형발전 방안’을 발표하면서 현재 인천역사자료관으로 활용하고 있는 시장 관사 고택을 외국 관광객의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일방적으로 제시해 논란이다. 인천 근대역사 연구의 산파 역할을 해왔던 인천시사편찬위원회 기능을 대신해온 역사자료관이 대안도 없이, 16년 만에 내쫓길 위기에 놓인 거다. 또 인천시 유형문화재(17호)인 제물포구락부는 세계맥주 판매장으로 쓴단다. 소통과 협치 시정을 강조해온 민선7기 시정부가 역사학계 등 시민사회와 사전 협의도 거치지 않은 채 일방 행정을 편 거다. 개발부서의 독주 행정과 문화재 부서와의 밀실 행정이 낳은 졸속 행정의 전형이다.
 
왜 이런 사달이 났을까. 출범 후 3∼4개월이란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당황스러운 상황이 연출된 데는 인천 사정에 어두운 시장 측근 인사들의 책임이 크다. 인천 연고가 없거나 인천 현안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측근 인사들이 시민의 요구를 외면한 채 오만한 시정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어찌 감히 소통과 협치를 강조하는 시장의 시정철학이 살아있는데, 인천의 주요 현안과 민원이 반영된 공약은 물론 역사와 정체성이 깃든 현장을 제대로 된 의견 수렴도 거치지 않은 채 칼질을 하거나 밀실·독주 행정을 펼치느냐를 문제 삼는 거다. 선거 당시 역할 했던 숱한 지지 세력의 복잡한 논공행상이 낳은 결과일 수 있다. 박 시장은 청와대 인사수석을 했던 경험을 살려 인천 발전에 필요한 인재를 등용해야 한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




<인천시 역사자료관>

<제물포구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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