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메시스’... 낯설음에도 알고픈 마음은 커져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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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메시스’... 낯설음에도 알고픈 마음은 커져가고
  • 이스트체
  • 승인 2018.11.2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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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열다



[인천in]이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서유당’과 함께 어렵게만 느껴지던 동·서양의 고전 읽기에 도전합니다. 고전을 읽고, 함께 대화하는 형식을 통해 고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그 문턱을 넘습니다. ‘서유당’의 고전읽기 모임에는 김경선(한국교육복지문화진흥재단 인천지부장), 김일형(번역가), 김  현(사회복지사), 최현지(여행잡지사 편집자) 등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요즘 서유당 독서모임에서는 어떤 책을 읽고 있으세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읽고 있습니다.
“시학이요?”
“시(poem)를 읽는 건가요?”......

「시학」이 무엇인가? 궁금했다. 그 궁금증의 출발이 바로 서유당 독서모임 ‘하이델베르크’이다. 우리는 손명현 교수가 번역한 「시학」을 읽기로 하였다.

그러면 어디 ‘표지’부터 읽어보도록 하자.
시학-페리 포이에티케스(Περ? ποιητικ?ς), ‘포이에티케스’ 란 무엇인가?





트: 우선 원서 제목에서, 포이에티케(poietike)는 '만드는'이라는 뜻이었다고 해요. 제가 참고한 책에서 보면, 아리스토텔레스는 문학이나 예술 작품을 이성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기술로 생각했답니다. 스승 플라톤이 문학이나 예술 작품을 천재만이 해내는 비이성적인 영감의 산물로 본 것과는 다른 시각인 거죠. 이런 맥락에서 제목을 '작시술'로 이해하면 책 내용에 더 쉽게 다가갈 수 있겠지요. 천병희 교수가 번역한 책의 각주에서 원어 ‘포이에티케’에 대해 '창작술', '작시술'로 설명하셨어요. 당시에 문학이라는 표현은 없었지만 지금 우리 입장에서 보자면, 우리 앞에 있는 이 책은 '문학과 예술 전체에 대한' 최초의 이론서인 거죠. 


제1장

“우리의 주제는 작시술인데, 우리는 그 일반적인 본질과 그 여러 종류와, 그 각 종류의 기능과, 좋은 시는 플롯이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가 및 시의 구성 부분은 얼마나 되며, 어떠한 성질의 것인가, 그리고 이와 동일한 연구 영역에 속하는 다른 사항에 관하여 제 1차적인 사항에서부터 시작하여 논하려고 한다”(손명현 역, 9쪽)

체: 6줄 읽었는데요, 시작부터 만만치 않지요... 계속 분류해 놓고 있네요. 사람들은 ‘시학' 을 왜 문학 이론의 시초로 언급할까요? 개론, 이론, 분류한다는 것 자체가 ‘시학’에 그만한 요소가 담겨있다고 보는 것이지요.

“서사시, 비극시, 희극시, ‘디튀람보스’ 및 대부분의 관악과 현악은 모두 모방의 양식이지만, 다음 세 가지 점에서 상호 간에 차이가 있다. 즉 모방의 매재(수단)가 그 종류에 있어서 상이하든지, 혹은 그 대상이 상이하든지, 혹은 그 양식이 상이하여 동일한 방식이 아니든지”(9쪽)

트: '여기까지는 문학과 예술 전체를 세 분류 기준, 그러니까 수단, 대상, 양식(방법)에 따라서 나눈다.' 고 이해하면 되죠? 
체: 서사시, 비극시, 희극시, ‘디튀람보스’ 및 대부분의 관악과 현악이 모두 '모방의 양식'이라고 말하는데요, 다른 번역본에서는 뭐라고 했나요?
트: ‘미메시스’를 우리말로 ‘모방’이라고 번역하기 보다는 그냥 ‘미메시스’라고 쓰면 어떨까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미메시스’는 단순히 하나의 사물을 베껴 모사하는1:1 모방이 아닌, 훨씬 더 포괄적인 개념으로 ‘미메시스’를 사용하는 것이 분명하거든요.
체: 영어 번역본에서는 ‘미메시스’를 ‘이미테이션'이라고 번역하기도 했네요.
트: ‘미메시스’는 단순히 모사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더 포괄적인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겠어요. 그냥 ‘미메시스’라고 원어 그대로 사용하죠.
체: ‘재현’이라고 하면 어떤가요? ‘미메시스’를 ‘재현’으로 번역한 책도 있던데요. '드러내는 것, 상황이 포함된 드러냄’ 그렇다면 굳이 우리말로 ‘재현’으로 번역하는 것이 더 가깝지 않을까? 라고 말씀하신 분들도 계시더라구요.
트: 이 책의 뒷장에 가면, ‘미메시스’에서 가장 중요한 게 ‘모방의 대상’이거든요. ‘미메시스의 대상’, 인간의 행동을 ‘미메시스' 한다는 것. 이게 핵심인 듯해요. 인간의 행동을 ‘미메시스’한다고 할 때도 미메시스가 단순한 모방이나 재현이 아니라는 게 확실한데요.
체: 그럼, ‘미메시스’라는 개념은 그대로  놓고 넘어가 볼까요?

“어떤 사람은 색채와 형태를 가지고 많은 사물을 모방, 묘사하고, 다른 사람들은 음성에 의하여 그러는 바와 같이, 율동과 언어와 해음이 모방의 매재로서 사용될 때도 있다.”(손명현 역, 11쪽)

스: 해음, 멜로디, 화성, 선율... 여러가지 번역이 많더라구요... 멜로디가 훨씬 더 와 닿네요.
트: 원어(고대 그리스어)로 ‘하르모니아(harmonia)’라고 되어 있네요.
체: ‘목적’은 뭔가요?
트: 피리, 영어로는 ‘팬파이프’와 비슷한 악기라고 적혀 있어요.
스: '음... 야.... (흥얼거림)‘ 아프리카의 원시에서 하는 주술적인 음악에 가까운 것 같아요.
체: 무용가의 율동 표현 안에 슬픔과 모든 것이 다 들어 있잖아요. 명칭이 없는거, 언어만 가지고 하는 것이 우리가 요즘 말하는 ‘시’인가요?
트: 문학과 예술 일반을 말하는 것 같아요. '인간이 만들 수 있다'는 의미가 강한 거죠.

“... 모방이 3절 운율이나, 혹은 애가 운율이나, 혹은 다른 어떤 운율에 의하여 행하여진다 하더라도 공통적인 명칭은 가지지 않을 것이다. 단 사람들은 운율에 ‘시인’이라는 말을 첨부하여 애가조 시인, 서사시 시인라고 부르는데, 이는 그들의 작품의 모방서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사용하는 운율에 의하여 공통적인 명칭으로 부르기 때문이다.”(11쪽)

트: ‘운율에 의하여 공통적인 명칭은 가지지 않을 것이다’라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요? 모방의 예로 소프론, 크세나르코스의 소극(희극)과 소크라테스적 대화를 말하고 있는데요. 당시에는 오늘날과 같은 문학의 개념이 없었기 때문인 것 같은데요.
스: 내용보다는 운율-단어의 배열에 따라서 했을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요즘 시의 운율이 3.7조, 4.4조 처럼요.  

“끝으로 이상 말한 모든 매재, 즉 율동, 해음, 시문을 다 사용하는 기술 형식이 있는데, 예컨대 디튀람보스 시와 송시, 비극과 희극이 그렇다.” (11쪽)

스: ‘디튀람보스 시’는 디오니소스를 찬미하는 합창가이구요, 주석에서는 서정시로 의미하고 있네요. ‘송시’는 아폴론에게 바치는 찬가이구요.
체: 비극, 희극이 개별적으로 나눠지네요. 분류가 애매하군요.
트: ‘디튀람보스’가 비극에 흡수되었겠지요.
체: ‘디튀람보스’, ‘송시’에 모든 수단을 다 사용하고, ‘비극’과 ‘희극’은 그 중 한 매재(수단)를 사용하고 있다고 하네요.

“여러 가술의 이와 같은 차이점을 나는 모방의 매재라고 부른다.”(12쪽)

체: 이렇게 읽었는데 어떤가요? 초반에 모든 것을 분류했는데....
스: 우리는 나누는 게 익숙해 있잖아요.
체: 운율가지고 분류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 어색합니다. 우리는 제1장을 ‘미메시스’란 무엇인가로 마무리해 보려 합니다. 책을 보거나 어떤 그림을 볼 때, 기준점을 제시해 준 것이 바로 ‘미메시스’가 아닐까요?

문예이론의 출발이 아리스토텔레스... 그 놀라움을 발견한 것 같습니다. 이걸 가지고 모든 분야에서 따라하려고 하는 것 같구요. ‘미메시스’라는 개념이 주는 낯설음에도 알고픈 마음이 커져간다는 느낌이 좋습니다.

‘미메시스’를 이해하지 못한 평범한 사람들! 오늘도 뿌연 하늘 아래서 헤메이며 마무리해 본다.





하이델베르크모임에 함께한 사람들- 니체, 칸트, 마르크스, 프로이드를 만나고 싶은 김경선, 김일형, 최윤지, 김현.

'이스트체'에 대해 -
'이스트'는 빵을 부풀게 하는 효모의 일종이다. '고전'은 어렵기 때문에 특정한 사람만이 읽는 것이 아닌 '누구나 다 읽을 수 있다'는 취지로 시작했기에 '고전을 대중에게 부풀린다'는 의미를 담았다. 그리고 하이델베르그모임에 모인 사람들이 니체, 칸트, 마르크스, 프로이드를 좋아하는데, 그래서 각자 이 학자들의 이름을 따서 이, 스, 트, 체 라고 닉네임을 부르기로 하였다.


참고문헌:
아리스토텔레스, 손명현역(2009), 시학, 고려대학교출판부.
아리스토텔레스, 천병희역(2017), 수사학/시학, 도서출판 숲.
Aristoteles, Manfred Fuhrmann(1982), Poetik, Griechisch/Deutsch, Philipp Reclam jun. Stuttgart.
S.H.Butcher(1951), Theory of Poetry and Fine Art, Dover Publications, Inc., New Y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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