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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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의 행복
  • 유광식
  • 승인 2018.11.30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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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유광식 / 사진작가

남동구 간석동, 2018 ⓒ유광식
 

15여 년 전쯤 한 방송사의 ‘만원의 행복’ 코너가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이후 ‘만원’은 어떤 형식으로 읽히든지 행복 또는 지혜, 따뜻함이라는 이미지를 얻게 되었던 것 같다. 베이비붐 부모세대가 주류를 이루던 시절이 지나가고 요즘은 혼밥족, 비혼족들이 늘어나며 출산율 또한 낮아졌다. 곧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한국은 이제 더더욱 절실한 소확행 ‘만원’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한 때 우후죽순 지어진 건물의 갱신 시절인지 마을 곳곳 사방팔방 새 건축물이 대나무처럼 쭉쭉 자라나고 있다. 이전의 방 많은 집 위주에서 작은 평수대의 대량생산 시대를 맞이하게 되어 화장실 도기를 만드는 아저씨(공장)의 하얀 손놀림은 더더욱 빨라졌을 것이다. 재개발조합 바람이 불었다가 몇 해 전 좌초된 간석동의 한 지역. 족히 3~40년은 된 오래된 이 아파트 20세대는 현재 만실이다. 만원인 셈이다. 개발이라는 말만 나와도 동네 전체가 뒤숭숭해지는 요즘인데, 이렇게 모든 가정의 전기가 돌아가는 모습만 보아도 행복할 따름이다. 워낙 외지고 우중충하고 삭막한 곳들을 두루 다니다 보니 저렇게 가지런히 계량기 돌아가는 모습만 보아도 감동을 하는 나를 보면서 동시대의 아이러니한 극좌에 오른 느낌을 받는다.

오래 전 자유공원 정상에는 비둘기 아파트가 있었다. 이후 수봉공원으로 옮겨지고 난 뒤 아파트는 사라졌고 비둘기에 대한 사랑과 평화의 마음 또한 사그라졌다. 이젠 오히려 비둘기를 유해조류로 상정하여 먹이 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인간도 언젠가는 둥지에서 떠날 것인데 그렇다면 집, 동료, 행복도 사라지고 결국 똘똘 뭉쳐 있던 ‘만원’ 또한 쪼개어질 것이다. 다행인 것은 얼마 후 이 아파트가 도색을 해서인지 말끔히 단장이 되었던 것이다. 얼마간은 ‘만원의 행복’ 시즌2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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