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정비산업단지는 인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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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정비산업단지는 인천에
  • 최문영
  • 승인 2018.12.17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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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칼럼] 최문영 / 인천YMCA 사무처장




우리나라는 항공운송산업에는 강점을 보이고 있으나 항공기 운항 안전과 관련된 항공정비산업은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항공정비산업이라 함은 안전한 항공 운항을 위해 주기적으로 항공기를 검사하고 분해하며 수리하는 사업을 뜻하고, 흔히 MRO(Maintenance-Repair-Overhaul)로 통칭한다. 운항정비, 분해정비, 엔진정비, 구성품정비로 나뉘고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항공업계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은 세계 공항서비스 평가에서 10년이 넘도록 연속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인천국제공항을 갖추고 있고, 인천공항의 국제 여객 처리능력도 상위권에 속한다. 하지만 국내 항공 산업은 여전히 항공운수 산업에 집중돼 있을 뿐 항공정비산업은 세계적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
 
인천국제공항은 여객인구수에서 홍콩 첵랍콕공항과 싱가포르 창이공항,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공항 등 아시아권 공항과 경쟁해야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항공정비단지에서 그들에게 밀리고 있다는 점이다.
 
창이공항과 쿠알라룸푸르공항 배후에는 엔진 제조업체와 완제기 제조업체, 항공정비업체에 해당하는 프랫앤휘트니ㆍ롤스로이스ㆍGE에비에이션ㆍ보잉 등 국제 항공 산업 업체가 각각 100여 개와 200여 개 입주해 있다.
 
이처럼 인천공항과 경쟁하고 있는 세계 30위권 내 공항들은 허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공항인프라 확충과 함께 항공정비 산업을 동시에 육성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 MRO산업은 한참 뒤쳐져 있다. 때문에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국내외 항공사는 정비가 급할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요청하여 기초적인 운항정비만 할 뿐 전문적이고 고비용의 정비는 대부분 외국에서 수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매일 1천여 대의 항공기로 20여만 명을 운송하는 인천국제공항이 항공기 정비문제로 결항률이 급증하고 있다, 공항서비스 세계 1위의 인천국제공항의 이미지가 훼손되고 있는 것은 물론 연간 4조원대 이상의 항공정비에 따른 국부가 해외로 유출되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항공정비산업단지 조성은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정부 역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정책 수립에 나서고 있다. 무엇보다 MRO단지의 최우선적인 적지는 인천국제공항이 위치한 인천 관내에 설치해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할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국가균형발전 정책이라는 명분아래 MRO단지를 인천이 아닌 지방으로 배치하려는 정책을 수립하려 한다. 이미 지난해 경남 사천공항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MRO사업자로 선정한 바 있다.
 
국가균형발전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제이나 모든 사안에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항공안전과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항공정비분야 만큼은 지역의 특수성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인천광역시는 인천국제공항이 위치해 있고 대한민국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인천경제자유구역과 4차산업혁명을 견인할 기초산업단지를 두루 갖춘 역동적이고 경쟁력 있는 도시이다.
 
인천국제공항 근거리에 인천공항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산업단지 부지를 MRO단지로 활용하게 되면 항공기의 정비수요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지방에 조성하게 될 때와 비교하여 물류비용이나 인프라구축비용 등을 최대한 절감할 수 있고, 항공정비 인재양성을 통한 고급 청년일자리도 확보할 수 있다.
 
지난 3일 인천시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천상공회의소, 인천경제산업정보테크노파크, 인천산학융합원 등과 함께 ‘항공정비 클러스트 조성을 위한 참여기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MRO단지 인천 유치를 위한 진전된 행보이어서 다행스럽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인천지역 시민단체들도 인천에 MRO단지가 조성되도록 정부와 국회, 인천시에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할 예정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정부가 최근 들어 인천공항 주변 MRO사업성을 인정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꾸면서 인천공항에도 민간주도 MRO 단지 조성의 길이 열렸다는 점이다.
 
다만, 정부 지원 없이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을 감당할 개발사업자를 유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인천공항을 공항경제권 시범지역으로 지정하여 일자리 창출과 연계하는 전략이 시급한 상태다. MRO사업은 일반 제조업 대비 인건비가 5배 정도 높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항공정비산업단지 만큼은 인천이라는 지역 특수성을 부각시켜야 한다. 국가와 지역이 함께 커갈 수 있는 기회를 지켜낼 수 있도록 인천지역사회가 관심을 갖고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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