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마을의 급증하는 고려인 유입, 소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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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마을의 급증하는 고려인 유입, 소통은?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8.12.22 11:3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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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민-관의 적극적인 고민 필요한 벽 허물기



연수1동 함박마을 초입 전경. ⓒ배영수


 
연수구에 ‘함박마을’이라는 곳이 있다. 문학산을 배경으로 지난 90년대에는 이른바 ‘부촌’과도 같은 성격으로 도시계획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고,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면서 심심찮게 ‘강력 범죄’로 사회의 이목을 받는 ‘슬럼가’와도 같은 이미지로 전락하기도 했다.
 
이후 함박마을 풍경은 90년대 들어와 있다 보니 눌러앉게 된 원주민들과 인근 가천대학교 혹은 남동산단으로 출퇴근하는 학생 및 노동자들(소수는 중국 등 외국인)이 원룸을 얻어 거주하던 외지인들이 별 교류 없이 거주했다.
 

◆ 고려인 유입 1년 사이 함박마을에만 1천 명 이상 늘어나
 
최근 3년여 사이 이 마을에는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과거 구소련의 해체와 맞물려 독립한 이른바 ‘독립국가연합(CIS)’국(러시아 연방 외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키릴 언어권 10여개 국가)의 고려인 및 키릴언어권 민족 중 일부가 함박마을에 입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경찰은 이곳에 거주하는 고려인 동포가 약 3천여 명 정도가 될 것이라는 추산치를 내놓았다. 연수구가 뒤늦게 이들의 분포를 조사했는데,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연수구에 등록된 고려인 동포는 9월 기준 총 2,855명에 함박마을 거주자는 1,900명 규모에 이른다는 통계를 냈다.
 
이후 올해 6월 통계에는 더 많이 늘어났다.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연수구 등록 고려인동포가 3,985명으로 1천 명 가량이나 늘었고, 함박마을의 거주인구는 3,146명으로 1년도 안 돼 1,200명 규모나 늘어났다. 이곳에 거주하는 내국인들의 수가 6,800명이 약간 안 되는 수치임을 감안하면 머지않은 미래에 이곳은 고려인 동포의 수가 더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
 


함박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면 상당수 업소에 키릴문자 안내가 붙어 있다. 고려인의 수요가 있다는 얘기다. 아예 간판까지 키릴문자로 달아놓은 점포들도 제법 된다. ⓒ배영수


 
◆ 정작 유입된 고려인들, 원주민과 교류는 거의 없었다
 
신기한 점은 4천명 가까이나 모여 사는 함박마을을 조금이라도 벗어나게 되면 키릴 문자나 고려인들을 발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고려인들이 그 마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않고 좁은 마을구역 안에서 생활의 거의 모든 부분들을 해결하는 듯했다. 즉, 원도심 주민들과는 거의 교류가 없다시피 했다는 얘기도 될 수 있다.
 
그러다보니 인천시민들 대부분은, 지난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정도 사이에 이루어졌던 사할린동포들의 귀국과 관련한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자가 만나본 타 지역 시민들 대부분이 “사할린 동포들 귀국하면서 후손들 생긴 것 아니냐”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다.
 
근 20년 사이 과정을 보면 그런 오해가 생길 법도 하다. 실제 한국의 미디어는 구소련 이후 러시아의 문화와 사회에 대해 주로 사할린동포들의 귀국문제가 이슈화됐던 시기를 전후했던 90년대 당시에만 집중 조명했을 뿐 그 이후로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실례로 러시아의 전설적인 록 뮤지션 故 빅또르 쪼이(Виктор Цой, 국내 방송사들은 영어식의 이름 ‘빅토르 최(Victor Choi)’로 발음)의 일대기가 KBS에서 다뤄졌던 시기, 일제강점기 고려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MBC 드라마 ‘까레이스키’ 같은 프로그램을 방영한 시기는 전부 그때 뿐이었다.
 
그러나 연수구가 밝힌 함박마을 유입 인구 관련 자료를 보면, 러시아 연방에서의 유입 인구보다는 우즈베키스탄 및 카자흐스탄 등에서 유입된 인구가 더 많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었다. 과거 사할린동포 유입의 영향과는 직접 관계가 없다는 이야기다. 1800년대서부터 조선왕조의 수탈을 견디다 못해 극동러시아로 건너간 조선인들이 구소련이 붕괴된 후 러 연방과 독립국가연합 등으로 흩어진 과정과, 일제 강제징용과 맞물려 간 사할린 동포들의 역사는 시작부터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인천시와 연수구의 담당 공무원들도 같은 분석을 내놓는다. 시 관계자는 “남동공단에서 일을 하는 고려인들이 많고 남동공단 인근에서 집값이 싸면서도 버스로 환승 없이 바로 갈 수 있는 곳이 바로 함박마을인데, 그러다 보니 고려인들이 이곳과 현지 국가 등을 기반으로 만든 커뮤니티(주로 온라인 비공개 SNS으로 추정)를 통해 그들끼리 정보를 교환하고 유입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혔다.
 
함박마을에 직접 찾아가 만난 한 부동산업자는 “10년여 동안 사실 이곳의 원룸 등 임대료는 거의 오르지 않았다고 보는 게 옳다”면서 “고려인들이 방을 얻어 사는 곳들이 대부분 월 20~30 사이의 싼 가격인데 좀 더 넓은 집이라고 해도 사정은 비슷해서 아예 가족 단위로 유입한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또 이곳에서 장사를 하는 슈퍼마켓 및 카페, 식당 등 직원들에 따르면 고려인들이 급격히 유입되기 시작한 것은 근 2년에서 3년여 사이로 그 수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실제 취재를 위해 방문했던 치킨집 및 핸드폰 가게 등은 전부 키릴문자로 된 메뉴판 및 공지가 안내돼 있거나 러시아어가 가능한 직원이 배치돼 있기도 했고, 잠시 커피를 마시러 들어간 카페에는 손님의 상당수가 러시아어를 쓰는 등 잠시 중앙아시아권 국가 한 도시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도 들 정도였다.
 
그러나 온라인에서는 거의 비공개처럼 오가는 커뮤니티의 특징 때문에 시민들이 좀처럼 발견하기가 어려웠고, 고려인들 역시 좀처럼 마을을 벗어나지 않는 커뮤니티를 하다 보니 이들이 한 곳에 모여 사는 원인이 언뜻 제대로 파악되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90년대 사할린동포들의 영구귀국 문제가 국가 차원에서 이슈화되던 90년대 당시 국내 미디어가 관심을 보였던 고려인 관련 결과물들. 빅또르 쪼이의 베스트 음반은 당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뛰어들었던 삼성이 ‘나이세스’라는 이름으로 발매했었고, MBC 역시 자사의 드라마 ‘까레이스키’의 사운드트랙을 이렇게 음반으로 발매했다. ⓒ배영수


 
◆ 다문화학생과의 생활, ‘학교 현장’은 이미 현실화돼 있다
 
최근 다문화가정 학생을 상대로 일어난 ‘인천 중학생 추락사 사건’은 오랜 역사를 타고 흐른 대한민국 사회의 ‘이주민 혐오’의 부분을 잘 보여주고 있다. 
 
대부분 학교 현장에서 외국서 이주한 다문화가정 학생과 일반학생들이 함께 수업을 받고 같은 학교에 다니는 것은 이미 현실화돼 있다. 최근 인천시교육청이 공개한 ‘2018년 다문화가정 학생 교육지원 현황’에 따르면, 올해 기준(1학기)으로 인천에서 초·중·고교를 다니고 있는 다문화가정 학생은 6,907명으로 전년 6,007명에서 14.9%나 증가해 있다. 이는 전국 다문화학생의 5% 비율로, 인구가 많은 서울과 경기를 빼면 사실상 1위 규모다.
 
학교 현장에도 이러한 비율은 반영이 돼 있다. 교육청에 문의해 관련 자료(나이스교육통계 다문화학생 상세현황표)를 받아본 결과 함박마을과 가장 가까운 두 곳의 초등학교(문남초교 120명, 함박초교 73명) 등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인천 관내 초등학교 상당수가 30~40명 이상의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중·고교의 경우 초등학교보다는 수가 아직은 적긴 하지만 10~20명 규모의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는 지금도 결코 그 수가 적지 않다.
 
지난달 22일 인천시교육청이 도성훈 교육감 주도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폭력예방 특별대책을 내놓은 직후 지역사회에서 “대부분 기존 방안의 반복”이라는 지적이 일면서 다문화가정 자녀 등에 대한 보다 섬세한 대책을 요구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에 시교육청이 “내년부터 가동될 ‘학교폭력 원스톱 대응센터’에서 폭력징후부터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겠다는 계획이 있다”고 했지만 여론은 대체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이 지난달 22일 인천 중학생 추락사 사건과 관련해 기자회견 후 사과하는 모습의 뉴스 보도. (티브로드 인천방송 보도화면 갈무리)


 
◆ 원주민-이주민 교류, ‘행정’이 나서 마련해줄 필요도
 
인천시는 현재 옹진군을 제외한 모든 군·구에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두고 운영해 오고 있다. 유입된 다문화가족의 초기 정착을 주로 전담하는 기관으로 행정 역시 초기정주에 집중돼 있다.
 
시가 초기정주에 대한 지원을 하는 만큼 일선 군·구에서 조금만 더 뒷받침을 하면 되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움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시 지원 + 구 지원 =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 중요한데, ‘시에서 하니까’를 이유로 군,구가 손을 대려 하지 않는다는 자세는 문제로 지적되어 마땅하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사실상 ‘발등에 불’이 떨어진 연수구가 늦게나마 이들의 사회소통에 필요한 부분을 지원하겠다는 밝히고 있다.
 
구 관계자는 “올해의 경우 러시아어 일상생활 가이드북 제작 및 복지시설의 현지인 상담원 배치, 이주민 관리정책을 위한 설문조사 와 자문협의체 구성을 위한 활동 등과 함께 다어울림페스티벌 및 머그미축제 등을 통해 준비를 해 왔고 내년 함박종합사회복지관을 통해 이들의 안정적인 정착과 정주여건 개선을 위한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천연구원 배은주 연구원은 “다문화가정 및 다문화학생 비율이 높은 인천에서 이들이 조화롭게 살아가기 위해서 다문화교육과 인권, 감수성 교육이 교육현장은 물론 학부모와 시민들에게까지 필수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초기 정주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이후에도 원주민과 이주민이 서로 마음으로 교류할 수 있는 루트를, 가능하면 교육 등 행정이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내년 10월 준공 후 개관 예정인 연수구 함박종합사회복지관 공사 현장. 함박마을 동북쪽 끝 문학산 초입에 위치하고 있다. ⓒ배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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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국 2018-12-28 04:47:47
함께하는 삶은 아음다워요!~
서로 나누고 소통하며 함께 어우러져가는 곳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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