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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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집
  • 유광식
  • 승인 2018.12.28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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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유광식 / 사진작가

석남동, 2018ⓒ유광식


올 한해도 여지없이 여러 일들이 많았고 개인적으로는 성실히 수행했고 마무리 했다고 자부한다. 그러면서도 중장기 계획으로만 남을까 하는 초조함은 늘 주거문제로 향한다. 현재 세 곳에 분산 배치된 짐이 있는 나는 2년생 주거이동을 하는 고등동물이다. 인천 지신밟기도 아니고 2년 혹은 그보다 짧은 이동이 주는 재미도 있지만 재미만으론 온기를 얻었다고 차분해지지 않는다. 가끔 30년도 더 된 아파트가 있는 마을을 답사하며 가까운 혹은 먼 미래의 거주를 상상하기도 한다. 많고 많은 집들 중에 왜 자신의 집만 없을까 하며 자책하는 사람들이 많다. 누구에게나 있으면 좋으련만 사회는 경쟁의 나날 속에 권력이 생기고 이에 따른 선후복종이 드리워지는 상황에서 쉽게 나만의 집을 만들기란 어려운 일이다. 즉시입주가 가능하다는 하얀 종이가 겨울바람에 나부끼지만 가슴이 찢겨 나가는 느낌뿐이다. 높은 은행이자와 한계적 소득이 가져다주는 좌절감은 죽순보다 성장이 빠른 새 건물과 비례한다. 한 쪽 귀퉁이에 붙은 벼룩의 심정이 그런 것일까.  

100여 년 전 미국의 니어링 부부는 하루 4시간 육체노동과 4시간 지식노동을 중요시했다. 집도 직접 지었다. 또한 영화 ‘인생 후르츠, 2017’에서는 일본의 어느 노부부의 삶을 조명하였는데, 자연의 흐름을 존중하며 지내는 삶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금 집의 의미를 되새기게 됐다. 세모 모양의 지붕을 얹은 돌집 하나면 족할 것이고 작은 땅을 일구며 식량을 얻고 나무의 성장을 지키며 관계를 짓는 것 말이다. 획일화된 장소는 더 이상 재미와 상상이 유발되지 않는 따갑고 차가운 곳일 따름이다. 이젠 식구가 대기 중이다. 당분간이라도 내년에는 가발 같은 지붕이어도 좋으니 인천에 작은 집 하나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올 한해의 고생과 기대, 내년 황금돼지가 분명 정산해 줄 것임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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