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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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폴더
  • 유광식
  • 승인 2019.01.11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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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유광식 / 사진작가
부평구 산곡동, 2019 ⓒ유광식

 
어느새 새해를 맞이했다. 그러면서 2019년 장면을 모아둘 폴더를 새로 만들었다. 모든 것들을 새롭게 가다듬을 수 있는 절호의 시점이니 말이다. 마을 또한 그런 형국이다. 원적산 아래 자리 잡은 한 아파트는 철거를 면했다. 그 아래 주택들은 누런 장막 안쪽으로 철거라는 폴더에, 그리고 그 앞은 불안이라는 폴더 안에 들어가 버렸다. 차디찬 겨울인데 눈 내리는 겨울을 상상하기보다 물러나야 하고 쏠리는 공간으로 자동분류 되는 형국이다. 단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앞전의 상상만이 따뜻함으로 데워진다.

대문 위 파라솔 우산의 여유가 즐겁고 누군가는 작물의 경작을 보듬는 가운데, 장독 대신 고무 통에서는 김치나 못생긴 무가 맛있게 익어가고 있을 터이다. 소나기라도 지나간 후인지 말끔히 청소된 골목풍경처럼 한 쪽 귀퉁이에 걸린 ‘세탁’ 간판은 청량감마저 전해 준다. 어떤 이유에서든 푸르고 하얗다. 이곳의 폴더명을 새로 짓는다면 ‘세탁’이 될 것이다. 필요한 모든 것들이 동원된 모양이다.  

새롭게 새로운 공간, 폴더에 산입된 나의 인천. 2019년 올해 시끄러움 없이 무사히 마을 구성원 분들의 오래된 이야기가 숙성되길 바라는 맘이 크다. 가진 것 없지만 시절은 시절인지라 대학 새내기들의(지금은 달라졌겠지만) 소개팅 만남처럼 설렐 것이다. 새 폴더에는 무엇 하나 없어 황량하고 공허할 따름이지만, 첫 단추의 행방이 어떠하냐에 따라 가지런한 자세를 지닐 수 있는 것이다. 한번쯤은 주변을 살피며 가까움에 대한 감사의 말이라도 전하면 어떨까 싶다. 한 해가 백조처럼 더 없이 깨끗하게, 장미처럼 더 없이 붉게, 백양처럼 더 없이 보드랍게 시작되고 유지되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그리 되면 신세계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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