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시조(市鳥) 두루미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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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시조(市鳥) 두루미를 찾아서
  • 심형진
  • 승인 2019.01.2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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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강화 남단 갯벌

 
 올 해 태어난 두루미 새끼-머리가 노란 새-가 어미새의 호위를 받으며 갯벌을 거닐고 있다. ⓒ심형진


인천의 갯벌을 사람들은 세계 5대 갯벌이라고 한다. 누가 정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물이 빠진 바닷가에 서면 그 광활함에 압도된다. 물이 빠지면 육지처럼 보이는 갯벌의 특성상 매립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 인간들 때문에 지금은 오그라들 대로 오그라들었지만, 그래도 남아 있는 거대한 풍경은 한국에서 쉽게 느낄 수 없는 감동을 준다.

갯벌은 해뜨기 전부터 해가 진 이후까지 매 순간마다 새로운 풍경을 선사한다. 넓이와 크기가 주는 고요함에 숙연해지다가도, 한낮 햇빛에 반짝이는 갯벌에선 원시적 생명력에 심장이 뛴다. 갯벌은 풍경뿐만 아니라 자정능력과 풍부한 영양분으로 뭇 생물이 살아갈 터전이 된다.

갯벌에 깃든 풍부한 생명 덕분에 이곳을 찾는 철새가 많다. 봄에 왔다 겨울 초입에 떠나는 여름 철새가 있는가하면, 겨울 초입에 왔다 봄에 가는 겨울철새가 있다. 수많은 철새가 있지만 멸종위기종인 저어새와 두루미가 대표적인 여름철새와 겨울철새이다.



동검도에서 바라 본 서구- 영종대교가 멀리 보이고 있다. ⓒ심형진



11월과 12월, 1월 서구 세어도와 강화도 남단 초지대교 갯벌과 동검도, 선두리, 동막 해변 등을 살핀다. 인천에 남은 갯벌 중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지니고 있는 갯벌이다. 이 곳 갯벌에 몇 년 전부터 저어새가 남쪽으로 떠나고 난 자리에 두루미가 찾아온다. 다행스럽게도 올 겨울에도 두루미가 찾아왔다. 11월 첫 모니터링에서는 4마리가 관찰되었고, 12월 초에는 27마리가, 1월에는 40마리가 관찰되었으니 인천에 찾아오는 두루미의 개체수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은 느낌이다.



동검도와 강화도 사이 갯벌에서 겨울 추위를 견디어 내는 두루미 가족 ⓒ심형진


지구에 분포하고 있는 두루미 중 인천에 머무르는 두루미만이 유일하게 갯벌에서 먹이 활동을 한다. 갯벌은 멀리서 보면 평지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가보면 고랑이 있다. 두루미는 먹이활동을 위해 고랑 가까이 내려가기도 한다. 보였다가도 사라지고 다시 나타나기도 하니 마치 숨바꼭질하는 듯하다.

두루미는 멸종위기 1급 동물로, 1968년 천연기념물 202호로 지정되었다. 전 세계에 약 2,000여 마리만이 남아 있다. 그 중 한국에 도래하는 두루미가 약 600에서 700마리이고, 인천에 대략 40마리 내외가 찾아온다.
인천에서는 인천시가 광역시로 승격한 기념으로 1981년 시의 상징으로 정했으며, 시의 새로도 정했다. 80년 대 이전에는 한 때 100여 마리가 인천 서구 경서동 일대에 겨울을 나러 왔었다. 1977년 정부에서도 이 지역을 천연기념물 257호 두루미도래지로 지정하였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개발의 여파는 이곳을 비껴가지 않았다. 1980년 인천 최대의 갯벌 매립이 시작되었다. 매립된 지역이 모두 1,300여 만 평, 그곳이 지금은 세계 최대의 쓰레기 매립지와 청라국제도시가 되었다. 상전벽해-뽕나무 밭이 바다가 되었다는 말이 실제로 행해지는 동안 두루미는 설자리를 잃고 다른 곳으로 날아 가버리고, 두루미 없는 두루미도래지는 1983년 천연기념물에서 해지가 된다. 1984년 두루미 한 개체가 죽은 채로 발견된 것이 인천에서의 마지막 보고였다.

이러한 아픔을 딛고 몇 년 전 다시 인천을 찾아온 두루미가 해마다 조금씩 늘고 있다. 매우 기쁜 소식이다. 그렇지만 두루미를 쫒아냈던 개발의 악몽이 강화도에도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 남북 평화의 기운이 한강하구와 남북평화수역의 공동보전이 아니라 공동개발이라는 수식어로 불리고, 이를 이어갈 평화의 다리가 영종도에서 신시모도로 강화도로 이어질 때 이 지역은 또 한 번의 개발의 광풍이 휩쓸 것이다. 이를 미리 예측하고 지금부터 두루미와의 공존을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자연과 인간, 생태와 인간이 공존하지 못하면 결국 인간도 지구에서 사라질 위험에 처한다.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 다시 강화도 남단 갯벌에 섰다. 흰 점으로 보이는 두루미들이 칼바람 속에서도 먹이활동에 분주하다.



ⓒ심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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