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에게 보내는 질문과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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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에게 보내는 질문과 대답
  • 이수석
  • 승인 2019.01.23 0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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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일등과 꼴찌, 모두에게 박수를 - 글/그림 이수석 강서중 교사



“안녕 태극기야! 난 지금 미술상담치료  강사 연수를 받고 있어. 연수 과정 중에 너와 이야기하는, 너를 소개하는 쪽으로 힐링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라고 해서, 너를 소개하고 너와 이야기하게 되었어.”
“안녕! 친구!^^”

“연수를 이끌고 있는 담당 교수는 많은 사진 카드를 보여주면서, 가장 자기 자신을 닮은 사진을 고르라고 했어. …4명이 한 모둠이었는데, 나와 다른 한 여선생님은 50대 중반이고 나머지 두 선생님은 30대 후반과 40대 초반의 젊은(?) 선생님들이었어. 나는 어쩔 수 없이 일몰 사진을 골랐어. 일출 사진이 없었거든.^^”
“저런, …어떡하니?”
“괜찮아. 사람들 모두는 자신을 기준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경향이 있잖아. 나도 이젠 조금 늙어가나 봐!^^ 젊은(?) 두 선생님들은 삶에 자신이 있었나봐. 그래서 약속한 것, 보이는 그대로만 세상을 보고 이해하고 해석하나 봐.”
“…그게 무슨 말이야?”
“그들은 일몰사진이라고 이야기했는데, 상대적으로 나이 먹은 나와 여선생님은 그 사진을 일출사진이라고 이해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하면서, 일출사진으로 설명하고 이해하려고 했거든^^. 이제는 세상을 바라보는 지혜가 생긴 것인지, 세상과 타협하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인지도 모르겠어.”
“…….”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하는 가에 따라 '사물은 그렇게 보인다'는 것을 나와 그 여선생님은 이해하는 나이가 된 거 같았어. 63빌딩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자동차와 사람의 크기와 모양은 평지에서 바라보는 그것들과는 달라 보이잖아.”
“그렇지….”
“백문이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이라고 하면서 우리는 눈으로 보는 것을 믿지. 하지만 사실 눈만큼 불완전한 감각기관도 없잖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을 보고 들으며 말하는 경향이 있잖아.^^ 믿지 못하겠으면 눈으로 보라고 하는데, 사실 이 눈은 너무나 많은 오류와 착각을 불러일으키잖아. 사람들은 모두 자신만의 안경을 쓰고 세상을 바라보잖아.^^ 그리고 그 안경은 그 사람이 처한 환경과 생각의 능력에 따라 다르고…. 그래서 영원히 궁금증과 호기심(?)을 자아내게 하는 철학적 물음!”
“아하, ‘깊은 산속에서 커다란 나무가 큰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그런데, 그것을 보거나 들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면, 그 나무는 쓰러졌다고 해야 하는가, 쓰러지지 않았다고 할 것인가?’라는, 친구가 언제나 물었던 질문?”

“지도교수는 자신이 고른 그림을 갖고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림으로 표현하라고 했어. 난, 그 일몰(일출) 사진을 갖고 떠 오른 이미지로 우리나라의 태극기인 너를 그렸어. 왜냐하면 네 속에는 이 세상의 이치와 진리가 담겨있고, 세상을 사는 삶의 지혜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지.”
“???^^”

“태극기야! 네 속에서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태극 문양은 왜 빨강색과 파란색이야? 또 반으로 딱 잘라 놓은 게 아니라, 가운데 선을 중심으로 왜 서로 침범(양보)하고 있는 거야?”
“……엄마와 아빠의 모습을 기억해 보렴^^. 젊었을 때의 아빠는 너무나 남성다워서 강해 보였었지. 그리고 엄마는 너무나 여성다워서 엄청 예쁘고 빛났을 거야. 그런데 이제 갱년기를 지나 60대를 넘어서면서부터는 엄마는 아빠처럼 강해지고, 아빠는 엄마처럼 부드러워지지. 남성 속에 여성이 있고 여성 속에 남성이 있는 거야. 젊었을 때는 남성은 남성답게 힘세고 강했고, 여성은 여성답게 약하고 부드러웠다. 하지만 남성 속에서도 여성스러움이, 여성 속에서 남성스러움이 있었던 거지. 그리고 세월이 흐르면서 여성은 남성스러워지고, 남성은 여성스러워 지는 것이지.”

“그럼 왜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나타낸 거야? …그리고 왜 빨간색이 위에 있는 거야?”
“그건 자연의 이치를 나타내기 위한 거야. …빨강색은 양(남성성)이라는 의미이고 하늘의 태양을 나타내. 불이고 강하고 뜨거운 성질이 있기에 위로 솟구치려는 성질을 나타내. 파란색은 음(여성성)이라는 의미로서 하늘의 달을 나타내. 물이고 부드럽고 차가운 성질이 있기에 아래로 가라앉으려는 성질을 나타내지.”
“그럼 왜 반으로 딱 나누어져 있지 않아? 왜 서로를 침범(양보)하고 있는 거야?”
“아빠와 엄마의 이야기를 했잖아. …강함 속에 부드러움이 있고, 부드러움 속에 강함이 있기 때문이야.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소리를 들어 보았을 거야. 어린아이들이 부모의 보살핌 속에서 성장하여 크지만, 부모들은 오히려 늙어 가는 거지. 가는 세월 잡지 못하고, 오는 세월 막지 못하지.^^ 어린아이들이 부모의 사랑과 보호 속에서 성장하여 크듯이, 나이 들어 늙은 부모를 성장한 자식들이 모시고 부양해야 하는 거지. …그 모든 세상 삶의 이치를 나타낸 것이 음양의 태극문양으로 태극기에 나타낸 거야.”

“그럼, 힘세다고 자랑하지 말고 힘없다고 부끄러워하지 말란 이야기와도 통하는 거야?”
“…빙고! 바로 그거야.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것이고, 아무리 먼 곳이라 할지라도 한 걸음부터 시작하지. 아무리 높은 산일지라도 낮은 곳으로부터 출발하지.”
“…도대체 무슨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시작과 끝은 있는 법이잖아. 그리고 일등과 꼴등은 분명히 차이가 있는 거잖아.”
“바로 그거야. 일등과 꼴찌. 시작과 끝은 분명히 있고 차이가 나지. 하지만, 그 구분이 명확하고 정확할까? …너의 인생은 언제부터일까? 아빠와 엄마의 사랑으로 엄마 몸속에 자궁착상을 할 때부터일까? …엄마 몸 자궁 속에서 엄마의 피와 살, 그리고 생각마저도 나누어 먹으며 285일을 지나고, 자궁탈출을 한 네 생일부터일까?”
“…야, 그건….”
“…아니면 왜 태어났는지? 왜 사는지?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나는 타인의 불행에 대해서 책임(?)져야 한다는 사회적 의식과 책임이 생기고 나서부터일까?”
“…….”

“세상과 자연의 이치도 이런 거야. ……음과 양을 분명하게 구별할 수는 없지만, 음과 양은 언제나 더불어 존재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야. 어린아이가 자란다는 것은, 어쩌면 그의 부모가 늙어간다는 의미이기도 하지. 어린아이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 어린아이의 몸속에서 새 세포가 낡은 세포를 밀어내는, 끊임없는 세포의 삶과 죽음을 통해서만 가능하지. 그래서 삶과 죽음은 언제나 공존한다는 것이지. …기쁨과 슬픔, 행복과 불행 등도 언제나 함께 공존하지.”
“…아하, 그래서 내가 소중하듯 남도 소중하다는 이야기구나. …그럼, 일등과 꼴찌 모두에게 박수를 쳐야겠구나. …무언가 잘하는 친구도 못하는 그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고, 공부를 못하는 친구도 잘하는 그 무언가가 있다는 이야기 구나.”
“빙고! 그게 자연의 이치고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이치이기도 한 거지. 그래서 일등과 꼴찌, 모두에게 박수를 쳐야 하는 거지. 네가 있기 때문에 내가 존재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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