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인성교육, 어디로 가야 할까?
상태바
우리의 인성교육, 어디로 가야 할까?
  • 허회숙
  • 승인 2019.02.11 07: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육논단] ‘아버지가 딸에게 들려준 이야기들’을 읽고 - 허회숙 / 전 인천시북부교육장

지난 2015년 7월부터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최초로 인성교육을 법제화하여 시행해 오고 있다. 국가가 인성교육진흥법을 제정하고 시행해 온지도 3년이 지났다. 과연 우리사회에 고래로 전래되어오던 더불어 일하고, 작은 것도 서로 나누던 미풍양속의 싹이 얼마나 다시 자라나 싱싱해 졌을까? 우리 선조들이 가장 중시하던 예(禮)와 효(孝)가 우리의 일상에서 얼마나 실천되고 있을까? 자문해 보지만 그 대답은 아직 부정적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정통과 정체성의 위기에 처해 있다. 엄혹했던 일제 강점기를 딛고, 6.25의 폐허에서 일어나 지난 70여년 세월 이루어왔던 대한민국의 영광과 위업이 우리 세대에서 막을 내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는 요즈음이다.
 
어른들은 지난 수년 동안 이념적으로 좌우로 갈려 내 편이 아닌 것에는 눈과 귀를 닫은 채 오로지 자기 진영만이 진리요 정의라고 싸우고 있고, 젊은 세대들은 말이 통하지 않는 부모 세대와의 소통을 단절한 채 기존의 가치관과 전통은 모조리 타도하여 마땅하다는 이론을 당당히 펴고 있다.
봉사와 배려, 협동이 아니라 타인과의 경쟁에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를 이겨내야 내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식이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으며, 한국의 부모자녀 관계는 변형되고 와해되어 패륜적인 말과 행위가 횡행하는 행태가 빚어지고 있다. 학교에서는 인품과 행동으로 모범을 보여 권위를 인정받던 교권이 무너져 학원 강사보다 못한 지식 전수자의 위치로 추락한지 오래다.
오죽했으면 전 세계에서 최초로 인성교육을 법으로 정해 시행하고 있을까마는 어른들이 모범을 보이지 않고 말로만 가르치는 인성교육은 공염불에 불과한 것이라는 사실을 법 시행 3년이 지난 현재가 오롯이 증명해 주고 있다.

평생을 교단에서 학생들과 함께 인성교육의 길을 모색해 온 필자는 그 해답을 찾기 위하여 많은 고민을 해 왔었다. 그러다 얼마 전 ‘아버지가 딸에게 들려준 이야기들’을 읽고, 여기에 그 길이 있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보았다.
 
평안남도 평원에서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가난 때문에 소학교 밖에 못 나오신 아버지가 6.25 동란 때 혈혈단신으로 대구까지 피난 내려와, 맨 몸으로 일가를 이루어 낸 이야기가 담담하고 소박한 대화식 문체로 쓰여져 있었다.
5남매를 키우시는 만만치 않은 삶 속에서도 의지할데 없는 가난한 이웃들을 도와 자립할 수 있게 하시는 이야기들. 외진 산길, 위험하게 움푹 파인 곳에 다리를 만들어 아무도 모르게 주민들의 안전을 도와주시는 모습. 추운 겨울 먹을 것을 찾지 못하는 새들을 위해 주머니 가득 쌀을 넣어 새벽 산길에 뿌려 주시던, 인간을 넘어 동물에까지 미친 큰 사랑의 실천.

그 아버지의 자녀교육의 지혜를 접하면서 바로 이것이 한국 아버지의 힘이고, 한국인의 부모자녀관계의 전형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저녁에 퇴근하면 아버지,
항상 나를 번쩍 들어 뱅글뱅글 몇 바퀴를 돌리시며
“우리 영신이, 오늘 학교에서 무엇을 잘 했지?” 물어 보셨다.
별로 잘하는 것이 없는 나, 매일 그 질문에 답하는 것이 마음에 쓰여
자신 없어도 수업시간에 “저요, 저요~”손 들고 하나라도 발표하고,
발표 못한 날은 교실이나 운동장에 떨어진 쓰레기라도 주우려 했다.
 
아버지께서는 내가 못하는 것을 들춰내신 적이 없다.
항상 잘한 것을 물어 보셨다.
최고라고 진심으로 믿는 마음과 표정,
그리고 몸짓으로 칭찬 하셨다.
지금까지도 나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최고로 잘하려고 발버둥치는 나,
그것은 어릴 때 매일 천장까지 번쩍 들어 올려주신 아버지의 몸짓 덕분!


 

 
 
부모님이 자녀가 못하는 일을 나무라지 않고 잘하는 일이 무엇이든지 간에 그 일을 칭찬해 줄 때, 자녀의 자존감은 높아지고 더욱 더 잘하려고 노력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때로 가슴 이 뻐근해 지고, 때로 눈물을 흘리며 읽는 동안 이 책 한권이 쉽게 읽혀졌다.
 
얼마 전에 이 책의 중국어판이 나온데 이어 이번에 영어판(Stories My Father Told Me -A Korean Father's Wisdom for His Child)이 나와 전 세계(미국, 영국, 카나다,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아마존에도 오르게 되었다.

소학교밖에 못 나오신 아버지가 어느 일류 교육학자보다도 더 교육적으로 자녀교육의 본을 보이신 이야기들과 평생 이웃을 남 모르게 도운 평범한 농부 아버지의 이야기는 어떤 위인전에 나오는 이야기보다 생생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유태인에게 ‘탈무드’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아버지가 딸에게 들려준 이야기들’이 있다고 자랑할 수 있지 않을까?









 
                                                                                                
          허회숙
전 인천시 북부교육청 교육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