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개연성과 필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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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개연성과 필연성
  • 이스트체
  • 승인 2019.02.12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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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시학 8장 - 플롯의 통일



[인천in]이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서유당’과 함께 어렵게만 느껴지던 동·서양의 고전 읽기에 도전합니다. 고전을 읽고 함께 대화하는 형식을 통해 고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그 문턱을 넘습니다.
‘서유당’의 고전읽기모임인 ‘하이델베르크모임’에는 김경선(한국교육복지문화진흥재단인천지부장), 김일형(번역가), 김현(사회복지사), 최윤지(도서편집자), 지난주부터 합류한 김영애(생활소품작가), 서정혜(의류디자이너)등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스트체’ 효모의 일종으로 ‘고전을 대중에게 부풀린다’는 의미와 동시에 만나고 싶은 학자들의 이름을 따 왔습니다. 김현은 프로이드의 ‘이’, 최윤지는 마르크스의 ‘스’, 김일형은 칸트의 ‘트’, 김경선은 니체의 ‘체’, 김영애는 헤르만헤서의 ‘르’, 서정혜는 프란시스 베이컨의 ‘베’라는 별칭으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플롯의 통일은 혹자가 생각하듯이 한 사람을 취급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무한히 많을 사건이 한 사람에게 일어나고, 그중에는 통일을 이루지 못하는 것도 있고, 또 한 사람의 행동으로서 통일된 행동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51.
 
체: 플롯도 통일성이 있어야 하듯 우리네 인생에도 나름의 개별성을 아우르는 통일성이 있어 왔는지 얘기 나눠 볼까요? 보험회사 교육중에 인생의 주기에 관한 내용이 있는데요 인생사이클을 보면 전체적 윤곽을 확인할 수 있더라고요.
 
르: 보편적 인생주기 안에도 각자 다양한 사건들이 있을 것 같은데 나눠보면 좋을 것 같아요.
 
트: 저는 제 인생을 아이를 낳기 전후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이를 키우면서 원래 ‘나'와 엄마로서의 ‘나'가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소심한 나에서 적극적인 엄마로 변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스: 초등학교 때 친한 친구들에게 시험 답안을 보여주지 않아서 일명 ‘왕따’를 경험한 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 친구를 깊게 사귀지 않게 되었어요. 지금 아이 키우는 문제는 소용돌이 속이라 아무 생각이 없어요. ㅎㅎ
 
트: 요즘 가장 핫한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한 장면이 떠 오르네요.
 
르: 아이들이 성장하고 자아가 커지면 무력한 부모의 심정 이루 말할 수 없어요.

 
      ▲탄탄한 플롯과 현실 반영으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SKY캐슬

  
베: 요즘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서도 애들이 아빠를 붙잡고 밖으로 끌어내는 모습을 봤어요. 참 씁쓸하지요...
 
스: 한편에서는 ‘스카이 캐슬’을 보면서 입시코디 열풍이 일고 있다고도 하니 더 그렇습니다.
 
베: 저는 일본으로 복장학교로 유학을 갔는데 아버지의 결정으로 시작한 이 길이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어 우울증이 생길 정도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잘 선택한 것 같아요. 이 일이 제 인생의 획이 된 것 같아요.
 
체: 인생의 획을 얘기하다 보니까 참 많은 일들이 있어군요. 여기서 1부 얘기를 마치고 가장 오랜 인생여정을 걸어오신 ‘르’님의 얘기를 들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시에 있어서도 스토리는 행동의 모방이기 때문에 하나의 전체적 행동을 모방해야 하고, 그 여로 사건의 부분은 그중 하나를 바꾸거나 제거하면 전체가 지리멸렬이 되게끔 구성되어야 한다.” 52.
 
 
체: 플롯의 통일성에는 개연성과 필연성이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진짜 인생에도 되돌아 보면 그것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르’님의 인생여정을 들어 보면서 찾아 보도록 할까요?
 
스: 단순사건의 나열은 지루할 수 있는데 임팩트 있는 사건을 중심으로 얘기하다 보면 그 안에서 훨씬 재미나고 의미있는 요소들이 발견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르: 그럼 파란만장한 제 얘기를 해 볼까요? 생로병사와 전쟁의 경험을 되돌아 볼 때 인생여정에는 어떤 개연성이 있는 듯 해요. 5살의 기억인데 6.25 전쟁 때 인천에서 안산으로 피난했다가 다시 인천 소래로 피난갔어요. 그때가 1.4 후퇴예요. 부모님과 7명의 형제들이 피난 중 방공호 숨었는데 그 때 제가 맨날 울어서 함께 있던 사람들이 버리라고 했어요. 그래서 지금 제 목소리가 트인 것 같다. 그리고 피난갔던 집이 교회를 다녔나봐요.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라는 찬송가를 불렀는데, 사람이 죽어나가니까 계속 그 찬양을 불렀던 것 같아요. 지금 나도 교회를 다니고 있는데, 이것도 개연성 아닌가요. ㅎㅎ 그리고 초등학교 입학 때 엄마가 한복을 잘라 나에게 옷을 만들어 입혔어요. 당시 전쟁터에서는 피난민들이 많다보니까 아무집에 들어가서 재워달라고 부탁해서 들어오라고 하면 들어가고, 아니면 다른 집으로 옮겨 다녔어요. 어린시절 피난을 다니면서 ‘신이 나를 가혹하게 다뤘다. 신이 나를 가혹하게 했는데 도대체 나를 어디에 쓰려고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지금 이 시간이 감사해요. 과거보다는 지금 이 시간이.

 
 
  ▲자크타르디 『그것은 참호전이었다』
 
 
체: 와... 파란만장한 어린시절이 있으셨군요. 그 이야기 가운데서도 지금의 ‘르’님을 있게 한 ‘필연성’이 있었네요. 말씀을 들으면서 자크 타르디의 『그것은 참호전이었다』가 생각납니다. “전쟁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시학 8장은 이렇게 각자 인생의 개연성과 필연성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정리: 이 


참고문헌:
아리스토텔레스, 손명현역(2009), 시학, 고려대학교출판부.
아리스토텔레스, 천병희역(2017), 수사학/시학, 도서출판 숲.
Aristoteles, Manfred Fuhrmann(1982), Poetik, Griechisch/Deutsch, Philipp Recl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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