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순하지 않기를 바라는 복원 사업들 - 수문통 갯골, 승기천 복원 계획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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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순하지 않기를 바라는 복원 사업들 - 수문통 갯골, 승기천 복원 계획에 대하여
  • 윤현위
  • 승인 2019.02.2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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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윤현위 / 자유기고가·지리학박사


지방정부에 새로운 장이 들어서면 새로운 정책들이 나오는건 어색하지 않은 풍경이다. 균형개발과 도시재생 등 오래된 지역문제를 갖고 있는 인천에서도 그 동안에 새로운 시장이 나올 때마다 내용은 비슷하지만 다른 이름을 달고 도시공간에 관한 정책들이 등장하곤 했다. 현 시장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필자의 눈에는 그 동안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새로운 정책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림1> 1970년 인천 지형도(축척 1:25,000). 출처: 국토지리정보원 홈페이지


하나는 송현동 수문통 갯골을 복원하자는 내용이고 또 다른 하나는 승기천의 일부 구간을 복원하자는 내용이었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필자는 이 둘을 신선하다고 생각했다. 인천을 모르면 언급하기 어려운 내용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환영할 수만도 없고 몇 가지 의구심 가는 부분이 있어서 함께 생각해 보고자 이렇게 글을 쓴다.
 

 
그림입니다.원본 그림의 이름: 52117876_2228329257226307_1219902189602865152_o.jpg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1440pixel, 세로 810pixel
<그림2> 1977년도 송현동(1:5,000). 자료: 국토정보지리원 홈페이지

송현교의 흔적, 필자 직접 촬영


앞에 지도를 봐주시기 바란다. <그림1>에 왼쪽에 붉은색 동그라미로 표시한 부분이 송현동이다. ‘ㄱ’자로 꺽여서 바닷물이 들어온다. 이 부분을 확대한 지도가 <그림2>이다. 적어도 1970년대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바닷물이 오던 지역이었음을 당시의 지도를 통해서 알 수 있다. 바닷물이 들어오는 지역이 인천사람들이 수문통이라고 부르는 일대이다. 동인천역 북광장 옆에 있는 송현파출소에서 동부아파트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이 길을 복원해서 다시 바닷길로 복원한다는 것이다.

송현파출소 건너편에는 송현교 교각이 남아 있어 당시에는 이 지역이 바닷물이 들어오던 지역이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다. 그 다음은 <그림1>의 오른쪽 하단에 붉은색 동그라미를 봐주시기 바란다. 주안이다. 인천에는 승기천이라는 하천이 있다. 미추홀구에서 연구수나 남동공단쪽으로 출근하시는 분들은 아마도 좌측에 공원과 함께 조성된 승기천을 보신 분들이 많을 것이다.

실제로 이 하천은 원래 남동염전에서 남쪽으로 흐르는 하천이었다. 하천은 구월동 농수산물시장까지 이어져 있지만 사실은 용현동까지 이어져 있는 하천이다. 필자는 1985년경에 주안4동에 거주했는데 기억에는 그즈음 복개공사가 이루어졌던 걸로 기억한다.

<그림4>의 하단에 있는 염전이 지금 남동공단 자리인 남동염전이다. 염전의 오른쪽 논 옆으로 구불구불하게 하천이 흐른다. 그게 승기천이다. 승기천을 따라서 주안2동 아래를 따라다가 보면 하천이 상당히 안쪽에서부터 발원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도상에서는 주안7·8동은 만들어지기도 전의 일이다.

이 일대는 복개되면서 도로가 되었고 하천의 기억과 흔적은 사라졌다. 이미 30년도 지난 일이다. 개발의 시대에는 물길을 덮는 일이 이상하지 않았다. 물길 위를 덮고서 사람들은 그 자리에 도로와 주차장을 심지어 빌라를 짓기도 했다. 그러다가 2000년 넘어서와서 복개된 하천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다. 청계천이 복원되면서부터이다. 청계천이 복원되면서 도시하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하천복원이 지방에도 확산되었다. 물론 인천에는 큰 하천이 없었기 때문에 이 당시에도 하천복원에 대한 논의는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제 시간이 더 흐르고 나서 수문통과 승기천 복원에 관한 이야기가 논의되고 있다. 두 곳 모두 실제로 존재하지만 지명으로만 존재하는 이제는 잊혀진 존재들이다. 이들을 생태적으로 복원한다면 가뜩이나 도시내 쉴 곳이 부족한 인천시민들에게 큰 위안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가지 불길한 예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동인천역 북광장 송현동 100번지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재개발을 염원했던 지역이다. 그러나 그 동네를 한번이라도 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재개발이 될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지 않다. 그 자체로 노후도가 심하고 현재로선 그 주변 지역에 개발의 호재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승기천 일대는 최근에 일부를 제외하고는 주안뉴타운사업이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송현동과 주안동 모두 물길이 복원되어 주변에 아름다운 조명과 레트로한 건물들이 들어서서 사람들이 모이고 지역의 명소가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러나 청계천 복원사업이 순수하게 도시의 하천환경을 개선하고 역사와 문화가 흐르는 하천복원이라고 믿는 사람은 이제 많지 않다. 청계천이 복원되면서 청개천 양쪽은 도시재개발사업으로 현재는 매우 번듯해졌다.

필자는 이미 앞선 칼럼에서 경인고속도로 일반화사업은 고속도로 자체의 개선보다는 경인고속도로가 지나가는 서구일대의 재개발을 의식한 것이 아닌가 지적한 바 있다. 두 곳의 물길 복원사업이 이 지역 재개발의 신호탄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지가의 상승무드를 이용해서 개발을 하면 관의 입장에서는 비용을 절감하지만 그 지역에 사는 시민들은 쫓겨나고 죽어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동인천역 북광장에서 동부아파트까지 송현동은 아파트던 단독주택이던 노후한 상태이다. 이 지역을 복원한다고 발표해서 지가를 상승시키면 그 안에서 사는 소시민들은 삶의 터전에서 내몰린다. 중요한 건 개발붐이 아니라 차근차근한 주거환경 개선이다. 여기보다는 다소 상황이 나은 주안도 마찬가지다. 1970년대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조성된 주안도 이제 제법 나이를 많이 먹었다. 오래된 단독주택이 모여 있는 동네의 문제점에 대한 해결방안이 무조건 아파트단지일 리 없다. 지금 송현동과 주안에 필요한게 아파트인지 묻고 싶다.

물려받은 재산이 없고 자영업에 종사하지 않는 가구에서 유일하게 갑자기 큰 돈을, 몇 년치 연봉을 한번에 벌 수 있는 방법은 부동산밖에 없다는 건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사람들도 안다. 그리고 인구가 감소하고 더 이상 서울 이외에는 부동산으로 큰 돈을 벌 수 없다는 걸 우리 모두 알고 있다. 머리로는 몇 년전부터 모두 다 알고 있는데 마음이 포기를 못하고 있다. 부동산에 불붙은 마음을 내려놔야 마을만들기도 도시재생도 모두 다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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