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역사보다 더 철학적이고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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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역사보다 더 철학적이고 중요하다'
  • 이스트체
  • 승인 2019.02.26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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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시학 9장 - 시인의 임무

〔인천in〕이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서유당’과 함께 어렵게만 느껴지던 동·서양의 고전 읽기에 도전합니다. 고전을 읽고 함께 대화하는 형식을 통해 고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그 문턱을 넘습니다.
‘서유당’의 고전읽기모임인 ‘하이델베르크모임’에는 김경선(한국교육복지문화진흥재단인천지부장), 김일형(번역가), 김현(사회복지사), 최윤지(도서편집자), 지난주부터 합류한 김영애(생활소품작가), 서정혜(의류디자이너)등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고전읽기 연재는 대화체로 서술하였는데요, ‘이스트체’ 효모의 일종으로 ‘고전을 대중에게 부풀린다’는 의미와 동시에 만나고 싶은 학자들의 이름을 따 왔습니다. 김현은 프로이드의 ‘이’, 최윤지는 마르크스의 ‘스’, 김일형은 칸트의 ‘트’, 김경선은 니체의 ‘체’, 김영애는 헤르만헤서의 ‘르’, 서정혜는 프란시스 베이컨의 ‘베’라는 별칭으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제9장
 

“시인의 임무는 실제로 일어난 것을 말하는 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어날지도 모르는 것, 즉 개연성과 필연성의 법칙에 따라 가능한 것을 말하는 점에 있다는 사실이다.” 54쪽

 
체: 소설의 정의에 ‘일어날 법한 일’ 즉 개연성 개념이 있는데요. 개연성의 의미는 두 방향성이 있는 것 같아요.
 
르: 친구들이 ‘소설같은 일이 일어났네’ 하며 말할 때는 불가능의 현실화가 주는 기쁨이 있는 것 같아요.
 
스: 어떨 때는 ‘소설쓰고 앉아 있네’ 라며 비아냥거리는 말도 하잖아요. 이럴 때는 현실의 불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 같아요.
 
트: 개연성은 아슬아슬한 경계인 것 같아요. 확률게임 같기도 하고요.
 
체: 소설같은 일이 일어날지, 아니면 소설쓰고 앉아 있을 지 좀 더 읽어보면서 진행해 보도록 하지요.
 

“시는 역사보다 더 철학적이고 중요하다. 왜냐하면 시는 보편적인 것을 말하는 경향이 많고 역사는 개별적인 것을 말하기 때문이다.” 54~55쪽

 
체: 제 생각에는 시가 더 개별적이고 오히려 역사가 보편적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아리스토텔레는 반대네요. 역사는 개별적인 사건을 그것도 중요한 사건을 중심으로 시대적 보편성을 추구하고 있다고 보는데요. 일례로 최근의 ‘정신대문제’는 하나의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그와 관련된 시대상황, 처리문제 그리고 이후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그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지금의 시대정신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처럼 개별적인 것에서 보편적인 것으로 이끄는 것이 역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트: 시를 읽다보면 시인은 개별적이고, 개인적인 삶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시대를 담는 담론을 드러내기도 하잖아요.
 
베: 시와 역사 중에 누가 더 보편적이고 개별적인지 구별하기는 힘든 것 같은데요.
 
체: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황혼녘에야 날개를 편다’라고 말한 헤겔의 말을 음미하면 이미 벌어진 일들에 대해 언급하는 철학자의 역할과 일어날 법한 일들에 대해 말하는 시인은 분명 다른 것 같긴 하네요. 미네르바는 로마신화에 나오는 지혜의 여신이고, 올빼미는 철학을 상징하지요.

 
 
▲오스트리아 수도 빈 국회의사당 앞, 미네르바의 올빼미상이라고도 불린다.
 
 
 
베: 4차혁명, 5세대 이동통신, AI등장 등 지금이 변화와 혼돈의 시대라고들 하는데요. 이 시대를 읽는 역할을 철학자와 시인은 어떻게 다른지도 궁금하네요.
 
르: 저는 나이를 먹는 게 감사합니다. 이 소용돌이 시대를 남은 세대들은 어떻게 살아갈 지 걱정입니다.
 
체: 개인을 보더라도 개별적인 사건과 감정의 소용들이 속에서 한해 두해 살다보면 켜켜이 쌓인 지난 시간들은 각자에게는 보편적인 삶의 궤적이 읽히는 것 같아요.
 
트: 각주를 보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역사의 개별사건과 사건의 필연성이 시의 플롯 보다는 못하는 의미 정도로 보고 있는 것 같아요. 일례로 헤로도토스를 재미있는 이야기꾼으로 보는 유시민의 평가를 읽어보기도 했습니다. 역사가 헤로도토스의 역사서술은 개별사건인 전쟁을 재미있게 서술했을 뿐만 아니라 그 속에서 ‘정신’이라는 것을 발견했던 그리스인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더라구요.
 
스: 그 시대에 벌써 ‘정신’이라는 것을 발견했다고 하니 놀랍네요.

 
“비극의 보통 주제는 역사상의 일화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그것을 어디까지나 고수해야 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고수는 사실 우스운 일이다. 왜냐하면 유명한 것도 이를 아는 사람은 소수이나, 흥미는 모든 사람이 느끼기 때문이다.” 56쪽

 

체: 희극이나 비극에는 개연적인 사실에 의한 플롯이 구성되는데 특히 비극에서는 독자를 설득하기 위해 역사상 인물을 언급함으로써 개연성의 가능성을 높이려고 하나 그것을 고수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네요.
 
스: 어떤 소설가는 역사적 인물들을 소설의 소재로 삼고 작가적 상상력을 가미해서 재미나게 쓰더라구요.
 
트: 주인공이 역사적 인물이라는 점이 독자로 하여금 일어날 법한 개연성을 더 높인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르: 그래서 저도 성경의 인물들을 제 나름대로 풀어서 재미난 글을 쓰고 싶어요. 성경 그 자체는 너무 지루하잖아요.
 
트: 지루한 독일 작가들도 재미난 요소들을 도입해서 글쓰기를 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워낙 민족적인 특성이 그래서인지...
 
베: 역사적 인물을 언급하지 않아도 흥미진진한 글을 쓰는 분들이 가끔 있던데요. 그 분들은 플롯이 정말 탄탄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체: 요즘 플롯은 조금 엉성한데도 흥미를 끄는 가짜 뉴스들이 범람하고 있잖아요. 플롯과 흥미의 상관관계에 뭔가 다른 요소들이 관여하고 있는 것 같아요. 가령’ 이데올로기' 같은 요소 말이에요. 그럴듯한 사진분석과 플롯으로 많은 ‘광수’들이 5.18광주 민주화운동에 북한군으로 등장하고 있는 걸 보면 이데올로기가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트: 예전에 ‘광수 생각’라는 책이 유행한 적이 있었는데 그 책 읽으면 참 따뜻했던 기억이 나네요.

 


 
“비극은 단지 완결된 행동의 모방일 뿐만 아니라 공포와 애련을 환기하는 사건의 모방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건이 최대의 효과를 거두는 것은 그것이 불의에 일어나고 동시에 상호 인과관계에 의하여 일어날 때다. 이와
같을 때에 사건은 그것이 저절로 혹은 우연히 일어날 때보다 더 경탄을 자아낸다. 왜냐하면 우연한 사건일지라도 마치 그것이 어떤 의도에 의하여 일어난 것처럼 보인다면 가장 큰 경탄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57쪽
 

체: 주변에 일어나는 사건사고에도 나름의 스토리가 있고 그것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스: 비극적인 사건에는 많은 인과관계가 있어서 그 중 우리의 흥미를 끄는 요소들을 후대의 작가들은 잘 살리는 것 같아요.
 
트: 조선의 왕들, 근대 인물로 이휘소 박사, 박정희 대통령, 최근 푸틴의 정적들, 사우디 왕세자와 관련된 자말 카쇼끄지의 죽음 등 지금도 여러 ‘설’들이 회자되는 이유가 공포, 애련을 동반하는 비극의 플롯 때문인 것 같아요.
 
르: 비화라고 해서 더 극적으로 편집된 이야기들을 사람들은 더 좋아하잖아요.
 
베: 우리 주변은 늘 우연을 가장한 필연적인 사건들이 참 많네요.
 
체: 우리의 만남도 어쩌면 제가 만든 우연을 가장한 필연의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정리: 이

 

참고문헌:
아리스토텔레스, 손명현역(2009), 시학, 고려대학교출판부.
아리스토텔레스, 천병희역(2017), 수사학/시학, 도서출판 숲.
Aristoteles, Manfred Fuhrmann(1982), Poetik, Griechisch/Deutsch, Philipp Recl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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