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서울의 관문이 아닌 근대문화수도 인천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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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서울의 관문이 아닌 근대문화수도 인천을 위하여
  • 이범훈
  • 승인 2019.03.12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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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칼럼] 이범훈 / 청운대 건축공학과 외래교수


<만국(자유)공원에서 본 인천항 전경, 출처 : 공공누리 (www.kogl.or.kr)>


인천시 구도심인 개항장 일대는 근대문화유산의 보물창고라고 불릴 정도로 개항 이후 역사의 흔적과 문화를 잘 간직하고 있는 장소이다. 그 이유로는 첫째, 용산 이태원과 같은 다문화 공간인 조계지다. 여기에는 조선인, 일본인, 중국인, 서양인 마을이 함께 모여 있었고, 독특한 필지 모양을 가진 채 오늘날까지도 남아있다. 둘째, 오늘날 건물 디자인과는 다른 양식의 근대 건축물과 도시경관이다. 다양한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살던 지역이라 관공서 등 행정시설, 상업시설, 주거시설 등이 조성되었고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셋째, 사회적 자본이다. 전기와 상수도,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식 근대공원인 자유공원, 외국인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공동묘지 등으로 사용하였던 장소이기 때문이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저자인 유홍준 교수는 ‘아직도 우리의 문화유산이 가진 매력을 이방인들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하지 못하고 있으며, 내수용일 때는 애국심에 호소할 수 있지만 수출용에는 오로지 뛰어난 품질과 멋진 디자인, 홍보 전략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하였다. 우리나라 수도인 서울시의 경우, 시대변화에 밝은 것 같다. 다양한 역사적 가치와 근거들을 가지고 도시 곳곳에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서울 한양도성과 5대 궁궐, 종묘, 관아 등 주요 시설을 보존하고 이들을 연결하고 있는 종로, 남대문로, 돈화문로 등을 활용해 거리 축제를 진행하는가 하면, 북촌, 인사동, 서촌 등 도시한옥과 명동, 대학로 등 일상적 생활과도 연계한다. 더 나아가 도심부 전체를 역사도심으로 지칭하고 역사문화 관련 정책과 사업을 실행하고 있다.
 
서울의 역사도심이 조선왕조 시기부터 이어져 온 역사라고 하면 인천의 경우, 개항 이후, 일제강점기부터 진행된 역사를 주로 가지고 있다. 인천도호부 서쪽의 한적한 어촌 마을인 제물포는 개항을 계기로 선진 문물의 창구, 외교의 중심항구 역할을 담당하였고, 정치·경제·문화·사회 등 전 분야에 걸쳐 근대 도시로 전환하였기 때문이다. 즉, 근대문화도시이다. 그렇다면 도시 정체성의 기준을 근대부터 현대까지로 설정하고 이를 대표하거나 간직한 자원의 보호 및 활용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다만 인천은 서울보다 좋지 않은 상황이다. 근대문화유산의 경우, 역사적 가치와 디자인을 설명하고 홍보하기도 전에 일본이나 일본인에 대해 느끼는 반감이 먼저 생각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법이나 정책들도 같은 맥락에 있다. 먼저, 문화재보호법이다. 역사문화적 가치를 지닌 자원의 경우, 국보 및 보물, 사적 등 국가나 시·도 지정문화재로 지정하여 관리 및 보호, 보조금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조선왕조와 관련된 자원을 중심으로 관리하고 있다. 물론 이외의 문화유산들을 위해 국가등록문화재 제도를 신설하여 등록 및 관리하고 있지만 완화된 규제를 취하고 있어 원형 요소의 멸실 및 훼손의 위험성이 높다. 다음으로, 도시 관련 정책과 계획이다. 인천시의 경우, 원도심 균형발전계획, 도시기본계획, 더 나아가 수도권 광역도시계획도 수립 중에 있지만 거창한 이론만을 동원하여 인천만이 가진 근대문화적 이미지나 정체성을 놓치고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개항장 일대의 경우, 지구단위계획이나 문화지구 지정을 통해 간접적인 유도·관리를 시도하나 건축물 이외에도 근대문화유산에 대한 추가적인 발굴이 필요하고 구체적인 활용에 대한 노력은 부족한 실정이다.
 
결국 인천의 것을 인천의 생각으로 풀어보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도시에는 최고와 최하가 공존하고 그만큼 격차와 모순이 많으며, 지역 간 감정, 빈부의 차이, 세대 간 갈등으로 나타난다. 이들을 하나로 묶어 동질감을 가져다 줄 수 있는 해결 방안 중 하나는 공동의 기억인 문화유산이다. 인천에서 평생을 지내온 노인 세대부터 희망을 보고 찾아온 젊은 세대와 재미를 찾으러 온 방문객까지 각자가 보고 즐기는 것에는 차이가 있지만 근대문화역사라는 풍부한 스토리가 이들을 하나로 연결해 줄 것이다. 이를 시작으로 독립운동, 해방, 산업화, 민주화라는 근현대사가 오늘날 인천시에 미친 영향을 진솔하고 담백하게 살펴보아야 비로소 역사·문화·지역 자산을 활용한 도시재생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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