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반전' '필연성', 공존하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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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반전' '필연성', 공존하는 인생
  • 이스트체
  • 승인 2019.03.12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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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시학 10장


〔인천in〕이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서유당’과 함께 어렵게만 느껴지던 동·서양의 고전 읽기에 도전합니다. 고전을 읽고 함께 대화하는 형식을 통해 고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그 문턱을 넘습니다.
‘서유당’의 고전읽기모임인 ‘하이델베르크모임’에는 김경선(한국교육복지문화진흥재단인천지부장), 김일형(번역가), 김현(사회복지사), 최윤지(도서편집자), 김영애(생활소품작가), 서정혜(의류디자이너)등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고전읽기 연재는 대화체로 서술하였는데요, ‘이스트체’ 효모의 일종으로 ‘고전을 대중에게 부풀린다’는 의미와 동시에 만나고 싶은 학자들의 이름을 따 왔습니다. 김현은 프로이드의 ‘이’, 최윤지는 마르크스의 ‘스’, 김일형은 칸트의 ‘트’, 김경선은 니체의 ‘체’, 김영애는 헤르만헤서의 ‘르’, 서정혜는 프란시스 베이컨의 ‘베’라는 별칭으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시학 10장
 
플롯은 단일하거나 복잡하다. 왜냐하면 플롯의 모방의 대상인 행동이 원래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단일한 행동이란 위에서 규정한 바와 같은 의미에서 하나의 계속적인 전체를 이루고 있는 행동을 의미하는데, 이때 주인공의 운명의 변화는 급전과 발견없이 이루어진다. 복잡한 행동이란 이 변화가 발견 혹은 급전에 의해, 혹은 양자가 다 어우러져 이루어지는 경우의 행동이다. 급전과 발견은 플롯 자체의 구조로부터 발생하고 이전 사건의 필연적 혹은 개연적 결과여야 한다.” 61
 

체: ‘급전’과 ‘발견’의 의미는 다음 장에 설명이 되어 있는데요. 먼저 우리 일상에서 일어나는 얘기를 나눠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아파트 동대표로 나올 때 ‘~아파트를 발명하라’라는 슬로건을 썼어요. ‘발명’이라는 의미는 공학적 의미뿐만 아니라 자기 안에 의미를 발견하고 외부의 것을 재해석하는 것과 같이 가치의 재발견과 인식의 재발견이 진정한 발명이라고 니체가 어느 책에서 말했던 것을 기억한거죠.
 
르: 에디슨 발명만 생각했는데 발명의 재정의가 새롭고 재미있네요.
 
트: ‘~발명하라’라고 했을 때 반응과 결과는 어땠어요?
 
체: 신선하다고들 했어요. 의미는 물어보지는 않았지만요. 물론 당선되었구요.
 
스: 웃겨서 당선된 것 아닐까요. ㅎㅎ
 
베: 최근 아파트 입주자대표의 잘못으로 주민들이 어려움에 처했다는 얘기를 심심치 않게 듣곤 하는데 어때요?
 
체: 외부에서 바라보다 직접 참여하니 정말 중요한 일들이 이루어지고 있더라구요. 관리비 정산, 경비원 문제, 쓰레기처리 문제, 청소 문제 등 많은 것들을 다루고 관리하고 있는데 너무 무심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르: 대표가 아니면 알 수도 없는 것들이라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체: 그래서 저도 참여한 거에요. 이번에 젊은 동대표가 들어 왔는데 그 분도 궁금한 것이 많아서 직접 확인하고자 참여했다고 하더라고요.
 
트: 입주자대표회의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되면서 기존의 분위기에 뭔가 반전을 줬을 같은데요.
 
체: 네~그동안 연세 있으신 어르신들만 참여하셨는데 저를 비롯해 젊은 동대표가 들어와서 기대가 크다고 하시더라구요.
 
스: 급전, 반전의 새 역사가 아파트에 시작된 거네요.
 
르: 발견이나 발명의 시작은요?
 
체: 새로운 외주업체와의 계약건이 있었는데요. 엘리베이터업체 선정 입찰이었어요. 3개 업체의 프리젠테이션 과정에서 한 대기업 업체의 강력한 자신감 어필에 다들 순응하는 분위기였어요. 그때 제가 폭스바겐 사건을 언급하며 대기업의 신뢰 배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되물어 보니 그분이 잠시 멈칫 하시더라구요.

 
그림입니다.원본 그림의 이름: 폭스바겐.jpg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650pixel, 세로 397pixel
▲ 출처 : OSEN 배출가스조작으로 먹구름이 낀 폭스바겐


트: 인식의 재발견을 하는 순간이 아니었을까요?
 
체: 그랬을 것 같아요. 그랬으면 하고 던진 질문이니까요.
 
베: 입주자대표회의가 전보다는 변화된 모습으로 진행되어서 기존 분들은 힘드셨을 것 같아요.
 
르: 그 동안 아파트가 시끄러웠다는 소문들이 많았는데 이러한 변화는 필요하고 어쩌면 필연적인 과정이 아니었을까요?
 
체: 사건과 사태가 오랜 시간 곪았다가 필연적으로 터지는 시기가 된 느낌이었어요. 다시 정돈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적극 참여하려고 합니다.
 
트: 그런데 급전과 필연성의 관계는 뭔가요? 급전은 플롯 자체의 구조로부터 발생하고 이전 사건의 필연적 결과여야 한다고 하는데...
 
체: 토마스 쿤이라는 분은 패러다임의 전환은 점진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급격한 반전으로 패러다임이 바뀐다고 했는데 그 점을 여기에 적용해 보면 급전과 필연성은 서로 배치되는 개념 같아요.

 

▲ 점진적 변화가 아닌 위기를 통한 급격한 구조적 혁명을 제시한 토마스쿤의 저서.


스: 근데 여기서는 플롯을 구성하는 사건과 사건이 필연적인 관계속에서 일어나며 급전 또한 이러한 전체 플롯의 필연성의 테두리 속에서 일어나는 반전이어야 한다는 의미인 것 같아요.
 
베: 급전과 필연성 간에 개념적 단절은 가능할 수 있어도 전체 프레임 속에서는 오히려 연결점이 더 많은 것 같아요.
 
르: 너무 깊이 들어가는 느낌이네요. ㅎㅎ
 
체: 그러게요. 일상에서도 반전이 일어나는 경험들을 하잖아요. 그런데 그 일련의 반전들이 큰 사건의 필연성 속에서 일어났음을 나중에 회고해 보면 발견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같은 경우 영업을 하다가 만난 거래처가 단가가 안맞아 크게 싸우면서 거래가 중단되는 경우가 있었어요. 그래서 실망하고 있었는데 중단된 거래처 소개로 새로운 거래처에서 큰 거래가 성사되는 경험을 했거든요.
 
트: 새로운 거래처는 영업이라는 큰 필연적 활동과 중단된 거래처와의 관계속에서 등장한 필연속 반전이라는 것이죠.
 
베: 반전이라는 것도 기존의 큰 흐름이 존재해야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르: 큰 흐름이 필연성인 것이죠.
 
스: 인생을 생각하면 급전과 필연성은 연결되는 개념인 것 같아요. 운명이라는 개념을 누군가는 ‘운'이라는 필연적인 인생궤적 안에서 ‘명'이라는 자신의 노력, 즉 반전이 얽힌 거라고 하더라구요.
 
르: 저 같은 경우는 어느 날 잔잔히 살아가다가 우연히 잡지를 보고 잡지 속 집이 눈에 들어 왔어요. 특히 그 집 근처 호수에 매료되어 그 곳을 찾아 갔어요. 그리고는 바로 계약하고 1년을 그곳에서 살았어요. 저에게는 급전인 것이죠.
 
베: 아니 집을 그렇게 순간적 기분으로 결정할 수 있는 건가요?
 
르: 그러니까 급전인거죠. 지나고 나니 급격한 반전이 아니었으면 그런 곳에서 살 수 없을 것 같아요. 남편의 수십년 간병생활이라는 굴레에서 어느날 찾아온 반전이었던 같아요. 호수가 있는 멋진 곳에서 살고 싶었던 욕망이 잡지 속 집을 본 순간 분출된 거죠.
 
체: 반전이 행복했나요?
 
르: 호수와 숲, 하늘 등 사계절 멋진 풍경이 아직도 제 기억에 남아 있어요. 덤으로
그곳 생활의 고생으로 류머티즘도 그때 시작됐구요. ㅎㅎ
 
트: 반전이 주는 짧은 행복이었네요.
 
체: 인생이라는 플롯 안에 필연성과 급전이 공존하고 있음을 이번 시간에는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다음 시간에 좀 더 들어 가 보겠습니다.
 
정리: 이
 

참고문헌:
아리스토텔레스, 손명현역(2009), 시학, 고려대학교출판부.
아리스토텔레스, 천병희역(2017), 수사학/시학, 도서출판 숲.
Aristoteles, Manfred Fuhrmann(1982), Poetik, Griechisch/Deutsch, Philipp Recl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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