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 넓은 자연, 더 큰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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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학교, 넓은 자연, 더 큰 꿈
  • 문미정 송석영
  • 승인 2019.03.13 17:1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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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삼목초교 장봉분교 입학하는 날 - 글 문미정, 사진 송석영



도시에서 나고 자란 젊은 부부가 인천 앞바다 장봉도로 이사하여 두 아이를 키웁니다. 이들 가족이 작은 섬에서 만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인천in]에 솔직하게 풀어 놓습니다. 섬마을 이야기와 섬에서 일어나는 아이들의 일상을 이야기로 만들어 갑니다. 아내 문미정은 장봉도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며 가끔 글을 쓰고, 남편 송석영은 사진을 찍습니다.


3월이다!
긴 겨울방학이 지루했는지 아이들은 방학이 끝나고 학교에 간다고 신이 나서 만세를 번쩍 들어 보인다.
“야호! 학교간다!”
통학 버스를 타러가는 아이들의 뒤꼭지를 바라보고 있는데 아이들이 큰 소리로 이렇게 외치길래 나도 혼자 이렇게 외쳤다.
“너네만 좋냐? 나도 좋다!”
 
우리 아이들은 장봉도에 있는 삼목초등학교 장봉분교에 다닌다. 작은 아이는 병설유치원에 다니고, 큰 아이는 이번에 분교에 입학했다. 할머니는 서울에서 꽃다발과 딸기를 들고 오셨다.



 
장봉분교는 육지에 있는 삼목초등학교보다 입학식이나 졸업식을 하루 앞뒤서 엇갈려서 한다. 교장선생님이 배를 타고 학교에 오셔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학은 3월 4일에 했지만 입학식은 3월 5일에 했다. 삼목초등학교의 상징인 노란 모자도 선물로 받았다. 전체 학생 수가 많지 않아 재학생과 신입생이 서로 윤회악수도 한다.
입학식에서 아이들은 옹기종기 모여 선생님의 말씀에 따라 참 잘도 움직였다. 특히 애국가와 교가를 굉장히 잘 불렀다.

유치원생을 포함하여 전체 20명도 안 되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1학년만 150명이 넘는 삼목초등학교 보다 크다고 교장 선생님이 깜짝 놀라며 칭찬하셨다. 아마도 하루 늦게 입학식을 해서 그런게 아닐까?

입학식을 마치고 이제 막 1학년이 된 지인이의 교실을 슬쩍 엿보았다. 자기 자리에 앉아 뭔가에 열중하고 있다. 무척 뿌듯해 하고 만족해하는 느낌이 들어 저녁에 집에서 물었다.
“지인아 아까 기분이 엄청 좋아 보이던데 뭐가 그렇게 좋아?”
“응. 엄마, 내 책상하고 내 의자하고 내 사물함도 있어서 너무 좋아.”
자기 것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지인이가 대견스럽다.
그런데 집에 지인이 책상이 없는 게 조금 미안해지기도 한다.
 
작년 여름에 이곳 장봉으로 이사를 왔는데 새봄을 맞이하고 있다. 두어 달만 있으면 1년이다. 풀타임으로 직장생활도 바쁘지만 그래도 가끔은 낚시도 하고, 조개도 캐며, 작은 텃밭도 가꾼다. 이곳의 삶은 작다. 집도 작고, 학교도 작고, 우리 두 아이들 키도 작다. 하지만 아이들은 더 넒은 자연을 얻었고, 더 깊은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났고, 더 큰 꿈을 키운다. 아이들은 인천에 나가는 것을 싫어할 정도로 이곳의 생활을 너무 좋아한다. 감사한 일이다.

아이들이 섬을 좋아한다고 느낄 때마다 나도 속으로 외친다.
“너네만 좋냐? 나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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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4 15:01:12
우와 ~ 지인이가 1학년이 되다니!! 축하축하~~
미정씨도 잘 지내셨어? .. 장봉도 .. 간다간다 하더니 드뎌 ~ 가셨구만요 ..
건강히 잘 지내시고 .. 이렇게 사는 이야기 전해 들을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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