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과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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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과 경고
  • 유광식
  • 승인 2019.03.22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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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유광식 / 사진작가
서구 가좌동, 2017 ⓒ유광식
 

현대의 아파트 현관문은 그 의미와 쓰임이 자체출입시스템일 뿐이나, 오래된 공동주택의 현관은 공동 출입문이자 얼굴이었다. +α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1층 현관문은 전체 거주자의 대자보판으로 종종 이용되어왔다. 5층 이하의 공동주택들에는 경우의 수는 있으나 으레 오래 거주한 가구의 룰이 작용한다. 보이지 않는 손은 나이순이 아니라 엉덩이 디밀던 날짜순이었다. 

어느 주택 1층 현관문에 걸린 알림 글이다. 디지털인쇄 시대에 직접 검정매직으로 추사 김정희 못지않은 필체로 써놓은 문구에서 기품마저 느껴진다. 비록 철자는 틀렸지만 그 목적과 의도는 충분히 전달되고도 남는다. 잘못된 오기가 오히려 좀 더 읽어보게끔 하는 전략처럼도 보인다. 이와는 달리 담장 벽에 붙여진 알림 글은 엄포 격이다. 다음을 보자. “보시요 창문및테 스래기 버리지 마시요 만일레 스래기 버리다가 눈에띠면 매우 좋치 안한 일리 생길 꺼시다”라고 적혀진 개인주택도 있다. 점잖은 글귀처럼 보이지만 만에 하나 누가 걸리면 큰일을 감수해야 할 상황 같았다. 이 글은 목적이 제대로 제시되지 못해서인지 점잖은 태도를 깎아 먹었다. 대개 주택들의 담벼락에는 쓰레기와 주차를 금하는 경고성 문구가 많은 반면, 공동주택의 창에는 알림과 관계된 문구가 주를 이룬다. 경고성 문구라도 왜 그러한지 함께 기재된다면 좀 더 나은 이해와 행동을 이끌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있다. 넘겨짚으면 사실 주인도 애초부터 불상사를 염두에 두고 쓰진 않았을 것이다. 

최근 인천 문화계의 수장 인선과정을 지켜보면서 실소를 금치 못하겠다. 그 어느 분야보다 독보적으로 소통의 부문을 부르짖으며 시민 속으로 항해하겠다던 곳은 내부대립도 모자라 지역예술인들 간의 걱정거리가 되어 버렸다. 비유가 그렇지만 일순간 부산 광안대교를 들이박으며 난동을 부린 러시아 선박(선장)과 오버랩이 된다. 시대가 원하는 부름에 알림과 경고의 구분을 명확히 해가야 할 것 같다. 이제부터 한 해의 본격적인 업무가 굴러가는 시즌이다. 그 기관의 현관문에 알림 글을 하나 붙여 놓을까 싶다. “문화는 추워요. 문 열어 주세요! 봄맞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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