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봉도 냉이가 불러 오는 인간의 본성, ‘나눔’
상태바
장봉도 냉이가 불러 오는 인간의 본성, ‘나눔’
  • 문미정, 송석영
  • 승인 2019.03.25 17: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 아들 딸과 함께 캐는 냉이 - 글 문미정, 사진 송석영



도시에서 나고 자란 젊은 부부가 인천 앞바다 장봉도로 이사하여 두 아이를 키웁니다. 이들 가족이 작은 섬에서 만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인천in]에 솔직하게 풀어 놓습니다. 섬마을 이야기와 섬에서 일어나는 아이들의 일상을 이야기로 만들어 갑니다. 아내 문미정은 장봉도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며 가끔 글을 쓰고, 남편 송석영은 사진을 찍습니다.
 




이곳 장봉도는 인천과 무척 가깝지만 그래도 깨끗하다. 강화에 사는 분들은 섭섭히 들릴지 모르겠으나 강화보다도 깨끗하고 물맛도 흙도 좋은 것 같다.

벌써 한 달 전이다. 우리 직장 큰 감자밭에 할머니 한 분이 큰 자루를 하나 곁에 두고 뭘 열심히 캐시는 것을 보았다.
“할머니, 뭐 먹을 게 있어요? 뭐 캐시는 거 에요?”
“응, 냉이 캐는 겨.”
“아! 냉이가 있어요?”
그날 나는 머리 커서는 처음으로 “먹기 위한 냉이”를 알아보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인간의 본성을 따라 주변에 그 밭에 냉이가 많다는 것을 알렸다.
 
사무실에 요리를 매우 좋아하고 잘하는 선생님께 알리자 그날로 맛난 냉이전을 부쳐 갖다 주신다. 역시 인간의 본성이다. ‘정보교류와 나눔’
그날 먹은 냉이전은 정말 내게는 ‘신!세!계!’였다.
‘이렇게 맛있을 수 있다니!’

사먹는 냉이는 많이 넣어야 향이 나고 뿌리가 너무 세서 다 씹어 먹지 못하고 버리는 게 많아 그리 즐기는 식재료는 아니었다. 그런데, 그날 맛본 냉이전은 뿌리도 부드럽고 정말 너무너무 맛있었다.



 

나는 또 인간의 본성에 따라 내 자녀들에게도 냉이를 가르쳤다. 냉이 캐는 나를 와서 자꾸 귀찮게 하길래 ‘그래, 너네도 해봐라.’ 하며 가르쳐준 것인데, 생각보다 너무 잘 캔다. 살아서 처음 만나는 냉이일 텐데 신기하게도 아이들이 금방 냉이를 알아본다.

그날 이후 우리 가족은 한 달 동안 주말마다 냉이를 캤다. 된장국도 끓여먹고, 냉이전도 해먹고, 돼지감자를 잘게 썰어 같이 부쳐 먹기도 했다. 아이들은 돼지감자와 섞어서 부친 걸 더 좋아한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인간의 본성에 따라 주말마다 냉이를 캐서 이웃들과 나누기도 하고 전을 부쳐 직원들과 나누기도 했다.
 
그래 맞다! 할머니는 한 자루를 캐 가시고, 며칠 후 또 와서 한 자루를 캐가셨다.
“할머니! 그렇게 많은 냉이를 벌써 다 드셨어요?”
“응~ 노인정에 가서 된장국 끓여먹고 나눠먹고 그려~”
역시 인간의 본성은 ‘나눔’이다.
 
근데 그 나눔은 또 넉넉함에서 오는 것일 터이다. 살면 살수록 그런 걸 많이 느낀다. 자연이 가져다주는 덤이 아주 많다. 누군가 가져가도 자연이 또 만들어주니 그냥 그렇게 가져가도 괜찮다고 마을 분들도 생각하시는 것 같다.
 
우리는 이번 주에도 냉이를 캘 것이다.
지인이 지유가 캔 냉이라 더 맛있는 장봉도산 냉이, 이번 주말엔 누구에게 나눠 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