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봉도에 봄이 오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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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봉도에 봄이 오는 소리
  • 문미정, 송석영
  • 승인 2019.03.30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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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마음이 따뜻해 지는 봄풍경 - 글 문미정, 사진 송석영


도시에서 나고 자란 젊은 부부가 인천 앞바다 장봉도로 이사하여 두 아이를 키웁니다. 이들 가족이 작은 섬에서 만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인천in]에 솔직하게 풀어 놓습니다. 섬마을 이야기와 섬에서 일어나는 아이들의 일상을 이야기로 만들어 갑니다. 아내 문미정은 장봉도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며 가끔 글을 쓰고, 남편 송석영은 사진을 찍습니다.





장봉도에 봄이 오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혜림원 곳곳에 올라오는 튜울립과 수선화, 히아신스 싹 덕분에 벌써 체감하고 있었지만, 남편은 이제야 매화가 핀다고 연신 카메라를 들고 이곳저곳을 다니며 셔터를 눌러댄다.
 
이번 주 들어 비가 조금씩 와주었다.
그래서 그런지 매화가 분홍빛 미소를 여기저기서 보여준다.
연노랑 수선화도 수줍게 고개를 든다.





3월 초 우리 집에 온 막내, 아기 염소 ‘깜지’는 이제는 우유 말고도 마당에 있는 새싹도 뜯어먹으며 졸랑졸랑 따라다닌다.
혜림원의 유일한 반려견 빼꼼이 새끼들도 눈을 떴다.
아름다운 마음이 저절로 생기는 풍경이다.



 

작년 초여름에 이곳에 왔다. 이곳 장봉도에 있는 혜림원이 좋았고, 장애인이 좋았다.
그리고 뒤늦은 결혼에 가난하기까지 한 부부가 아이들에게 남겨 줄 수 있는 것은 아름다운 경험들이라는 생각에 밀어 붙인 일이었다.

육지에서 주로 업무를 보는 남편에게는 좀 무리한 일이었지만 이곳에 들어와 사계절을 보내고 있다. 아이들도 잘 적응해 주고 있고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이곳 혜림원에 살고 있는 장애인 이모, 삼촌들과 잘 어울린다는 점이다.
 
한번은 이곳 장애인과 잘 어울리는 지인, 지유가 기특해서 고맙다며 물어본 일이 있다.
“지인아, 엄마는 지인이 지유가 여기 장봉도에서 잘 지내주는 게 너무 고맙다.”
지인이는 씨익 웃는다.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여기 있는 이모 삼촌들을 조금 무서워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지인이는 안무서워?”
눈이 동그래진 지인이는 이렇게 반문한다.
“왜? 왜 무서워?”
 
나는 사실 조금 놀랐다.
오히려 어린아이들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없구나! 하며 어른들의 편견에 대한 반성을 했다.
지인, 지유에게 장애인이란 바람처럼 꽃처럼 자연스러운 일인 것이다.
 




장봉도는 특별하다. 깨끗한 자연도 그러하지만 장애인과 어울려 함께 살아가는 마을의 모습도 다른 곳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귀한 일이기에 더욱 특별하다.
 
최근 제주에서 한 달 살기, 일 년 살기 등이 이슈가 되기도 했었다.
자연을 좋아하는 우리 가족에게도 그런 로망이 있었다.
‘아름다운 제주에서 1년만 살아봤으면......’
하지만 나는 제주도 보다는 인천을 택했다.
기왕이면 인천땅에서!
이곳에서 몇 년이나 더 살게 될까?
벌써 일년이 지났다.
장봉도는 생각보다 매력이 넘치고 따뜻하고 아름다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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