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해소를 위한 ‘텅빈형식의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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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해소를 위한 ‘텅빈형식의 소통’
  • 김미경
  • 승인 2019.04.02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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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칼럼] 김미경 / 한국갈등조정가협의회 공공갈등분과 회장


<수원시가 운영하는 갈등지역 주민소통박스>

우리사회의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OECD 회원국 34개국 중에서 사회갈등지수 2위, 갈등관리역량 지수 27위를 기록하고 있다. 사회갈등에 따른 경제적 비용도 GDP의 27%에 이르며 연간 246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발표하고 있다.
 
산업구조의 개편, 인구구조의 변화 등 여러 원인이 있겠으나 노동과 계층 영역에서의 갈등은 여전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이전 개발시대 갈등의 상당부분을 차지했던 환경갈등은 상대적으로 수치가 떨어졌다. 다만 지역사회 현안갈등이 자주 등장하고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공공갈등발생을 유형별로 보면 노동(26%), 계층(22%), 지역(21%), 환경(14%), 교육(11%), 이념(6%) 등으로 지역 내 갈등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이다.
 
이러다 보니 지역의 행정기관이나 공공기관의 갈등대응도 이전과 달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해관계를 대표한 목소리에는 공무원을 비롯해 당사자인 주민과 기관 등이 있고, 갈등해결을 위해 어떻게 접근할 것이가? 어떤 합리적인 소통의 과정을 만들어 갈 것인가? 등의 고민들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반복적인 갈등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해소하거나 완화하기 위해 정책의 입안단계부터 갈등관리 방안을 모색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갈등을 다루다 보면 소통의 형식이 중요해지고, 어긋난 소통의 과정을 바로잡는 것으로 갈등이 해소되기도 한다. 결국 어긋남을 통해 이해관계와 욕구 등이 파악되기도 하고, 참여자 모두가 만족하는 방식을 선택해 갈등을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이어진다.
 
특히 이러한 노력에는 갈등에 직면한 당사자들의 ‘텅빈형식의 소통’ 과정이 필요하다. 무슨 이야기냐면 갈등을 통해 자기프레임이 분명해지면서 차이나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한 방향의 자기 이야기만 하고 있어, 상황 전체를 보지 못하고 놓치기 십상이다. 때때로 고집스럽고 일방적인 주장으로 비춰지는 과정이기도 하다.
 
대체적으로 갈등현장의 주민들이 싫어하는 대화법으로는 ‘끝까지 가면 주민 분들만 손해입니다. 나중에 결국 어떻게 되겠어요, 주민들만 불리해요, 이미 결정된 건데, 이제 와서, 억지입니다.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니까, 법적으로 불리해요, 찬성하는 분들도 많아요, 우리가 할 수 있는게 없어요...’ 등으로 공공기관의 담당자나 책임자가 기존의 절차나 상황을 변화 없이 받아들이는 소통 구조이다.
 
이 과정에는 이해당사자인 주민들의 고정된 선입관도 한몫을 한다. 예를 들어 ‘우리를 속이려고 그러는 것이다. 사업을 무작정 진행 하려는 거지, 우리 이야기를 언제 들어주었나?, 우리가 힘이 약하니까, 우리가 강하게 나오지 않으니까 그래, 다 자기들 논리 만들려고 모이라는 것지, 형식적인거야’ 등이다.
 
기존의 절차와 상황에 대한 변화의 주장을 깊이 있게 경청하고, 기존의 선입관에 대해 상대방을 다시 생각할 수 있으려면, ‘텅빈형식의 소통’이 필요하다. 이는 각각의 자기생각과 이해관계를 잠시 내려놓고 처음부터 차근차근 소통하는 과정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소통의 과정에는 새로운 사실과 창의적인 방식을 통해 갈등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갈등이 발생하는 소통의 구조는 이미 ‘짜여진 판’에서 어긋남에 대한 서로의 주장이라면, ‘텅빈형식의 소통’은 어떤 것도 미리 짜놓지 않고, 함께 논의하고, 함께 결정하고, 동의하는 과정을 거치는 방식이라 할 것이다. 최소한의 소통형식만 정리되면 내용은 참여자들의 자유로운 결정으로 마무리가 가능하다.
 
독일의 사회학자 루만은 ‘갈등은 사회의 면역체계’이며, 차이로 발생되는 모순을 사회체계 내적으로 해결하려는 요소라고 보았다. 주민들은 갈등이라는 면역체계를 활성화하면서 자기구조를 유지한다고 보았다. 기관과 전문가에 대한 기대가 높을수록 갈등은 더 많이, 더 다양하게 발생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소통을 활성화 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지역 내 다양한 소통방식을 수집하고 분석해야하며, 이에 대한 분석을 주민과 함께 하고, 해결방식과 방법을 주민과 함께 설계하며, 학습, 소통의 구축 등 전 과정을 주민과 함께 해야 한다고 했다. 이제 갈등해결의 중요한 고리인 ‘소통’형식은 ‘주민’을 배제하고는 생각할 수 없다. ‘텅빈형식의 소통’방식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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