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발전을 위해 협치는 지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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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발전을 위해 협치는 지속되어야 한다.
  • 최문영
  • 승인 2019.04.11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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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칼럼] 최문영 / 인천YMCA 사무처장


아산시의회가 지난 8일부터 제211회 임시회를 개회하고 16일까지 9일간의 의정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아산시의회 의정활동이 왜 궁금할까. 이유는 한 가지이다. 이번 아산시의회 의정활동가운데 총 32건의 조례 안이 심의 의결될 예정이고 그 중 한 건이 ‘아산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설치·운영및지원조례일부개정조례안’이다.
 
개정조례안은 ‘협의회 구성과 관련 공정한 직무수행을 위한 조항 개정안’인데 협의회장을 당초 3명의 공동회장에서 1명으로 전환하고, 당연직(부시장, 부의장, 담당국장) 위원은 삭제, 협의회장과 부회장은 호선으로 한다는 내용이다. 사무국장은 당연직 위원으로 하고 무보수 명예직으로 변경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개정안 내용을 요약하자면 행정과 시민사회가 그동안 협치의 상징으로 여겨온 공동 대표회장직 운영을 1인체제로 축소하겠다는 것으로 이는 행정참여를 스스로 포기하고 협치를 하지 않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위원 구성도 당연직으로 임명되었던 부시장, 부의장, 담당국장을 스스로 제외시키고, 협의회의 실무책임자를 무보수 명예직으로 전환시킴으로 실질적 기능과 역할을 제한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기초단체 중 일개 의회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치부하기에는 사안이 가볍지 않다. 전국의 지속가능발전 활동가들은 일제히 ‘이번 개정안은 시대에 역행하는 개정안으로, 유관기관과 합리적인 협의와 토론을 거쳐 발의된 내용인지 묻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속가능발전협의회(지속협)는 UN의 권고에 따라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지역단위에서 이행·실천하고 있는 거버넌스 기구이자 협치를 상징하는 세계적 기구이다. 지속가능발전은 어느 누구의 일방적인 판단에 의해 실천될 수 없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반드시 협치의 형태로 만들어지고 실천되어야 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지난해 인천에서도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출범 20주년을 맞아 기념식을 개최한바 있다.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개최된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이라는 개념을 수립하고, 지구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의제21(Agenda21) 및 지방정부차원의 지방의제21(Local Agenda21)을 수립할 것을 권고한 것이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출범의 근간이다.
 
지속가능발전이란 미래세대가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는 물론이요 불확실한 미래에도 사람과 환경에 모두 최선을 주는 것으로 경제와 환경, 사회가 조화를 이루는 발전을 의미한다.
 
이러한 개념을 실현하기 위해 1998년 인천의제21이 출범했고 2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는 동안 지속가능발전조례가 제정되면서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이후 시민, 기업, 행정이 함께 지속가능한 인천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논의를 주도하고 정책제안과 함께 실천방안을 모색해 오고 있다.
 
물론 20년이 지났음에도 지속협은 여전히 많은 숙제를 안고 있다.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조직으로 어떻게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지, 정치적 중립성은 어떻게 지켜 갈 것인지 등도 풀어야 할 숙제다. 거버넌스의 가교역할을 수행해야 할 사무처의 독립성 강화 방안도 지속협의 세 주체인 시민, 기업, 행정 간 힘의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한 해결과제이기도 하다.
 
세 주체가 함께 어우러지는 방식은 지속협이 내세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디딤돌이면서 동시에 운영을 어렵게 하는 걸림돌도 될 수 있다. 수많은 토론 절차와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산시의회가 추진하려고 하는 협치의 포기, 소통의 차단은 결코 바람직한 방법이 될 수 없다. 오히려 그동안 축적해온 협치의 결과에서 후퇴하는 일이 될 수 있고, 민관 협치에서 관이 빠진다는 것은 모든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아산지속협은 지난해 제20차 지속가능발전전국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고 대내외적으로 “지속가능한 도시 아산”으로 인식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시의회는 조례제정이라는 의회의 강력한 권한으로 거버넌스를 흔들고 있다. 이 같은 조례가 확정된다면 아산시는 외적으로는 “지속가능발전을 포기한 도시”로, 내적으로는 “협치와 소통 부재의 도시”로 전락할 수 있다.
 
협치, 곧 거버넌스는 복잡하게 얽힌 지역사회의 숙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아산시의회가 협치를 깨면서까지 지속협의 역할을 축소하려는 의도와 명분은 무엇인지를 파악하여 인천지역사회도 더욱 견고한 협치가 이루어지도록 함께 노력해 가야 한다. 협치는 어렵다. 하지만 해야 한다. 빨리 가자고 함께 가는 것을 포기할 수 없다. 더디 가더라도 함께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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