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를 친구로 만드는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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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를 친구로 만드는 능력
  • 최원영
  • 승인 2019.04.15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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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링컨과 장왕의 공통점




풍경 #107. 링컨과 장왕의 공통점
 
이희숙 선생이 쓴 「원수를 친구로 만드는 능력」이라는 책에 나온 예화 하나를 인터넷 검색 중에 찾았습니다.
 
링컨에게는 에드윈 스탠턴이라는 정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스탠턴은 당시 가장 유명한 변호사였는데 한번은 두 사람이 사건을 함께 맡은 적이 있었다고 해요. 이 사실을 모르고 법정에 앉아 있던 스탠턴은 링컨을 보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화를 내면서 이렇게 말하고는 법정을 나가버렸다고 합니다.
“아니, 내가 저 따위 시골뜨기와 어떻게 같이 일을 하라는 겁니까?”
이런 말을 들은 링컨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링컨 역시 가슴에 큰 상처로 남았을 겁니다. 어쨌든 스탠턴은 링컨을 얕잡아 보고 무례하게 행동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대통령이 된 링컨은 내각을 구성하면서 가장 중요한 국방장관 자리에 바로 스탠턴을 임명하겠다고 선언합니다. 링컨의 참모들은 이런 링컨의 결정에 놀랐을 겁니다. 왜냐하면 링컨이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스탠턴은 또다시 링컨을 비난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말입니다.
“링컨이 대통령이 된 것은 국가적 재난이다.”
그래서 참모들은 링컨에게 그의 임명을 철회하라고 몇 번이고 재촉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링컨은 편안한 모습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스탠턴이 나를 수백 번 무시한 들 그게 뭐 어떻습니까? 스탠턴은 사명감이 투철한 사람이고, 그 점만으로도 국방장관을 하기에는 충분한 사람입니다.”
 
이렇게 두 사람은 대통령과 장관으로 지냈습니다. 세월이 흘러 링컨이 암살자의 총에 맞아 쓰러지는 비극이 일어났습니다. 숨을 거둔 링컨에게 한순간에 달려온 스탠턴은 그를 부둥켜안고 오열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기,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이 누워 있습니다.”
 
 
「시크릿, 하루 한 마디」라는 책에 중국 춘추전국시대 초나라 장왕 이야기가 나옵니다.
 
장왕이 대신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던 중이었습니다. 연회가 무르익어갈 즈음에 갑자기 바람이 강하게 불어 주위를 밝히고 있던 등불들이 모두 꺼져버렸습니다. 이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때를 틈타 누군가가 왕이 가장 사랑하는 후궁을 희롱하고 말았습니다.
너무도 놀라고 분노한 후궁은 왕에게 이 사실을 고했습니다.
“제가 저를 희롱한 사람의 갓끈을 끊어놓았으니 어서 등불을 켜서 그 사람을 잡아 엄벌에 처해주십시오.”
가만히 듣고 있던 장왕은 잠시 후 등불이 켜지고 주위가 밝아지자 신하들에게 명했습니다.
“대신들은 지금 당장 갓끈을 모두 끊으시오.”

이렇게 해서 후궁을 희롱한 장군은 위기를 무사히 넘겼습니다. 그로부터 삼년이 지났습니다. 진나라와의 전쟁이 일어났고, 전투 중에 왕이 진나라 군사들에게 포위되고 말았습니다. 이제 왕의 주위에 아군은 단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죽은 목숨이나 같았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저 멀리서 초나라의 장수 한 사람이 말을 타고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진나라 군사들은 그를 향해 화살을 퍼부어댔습니다. 그럼에도 장수는 오로지 왕을 구해야겠다는 일념으로 달려왔습니다. 결국 왕을 구해 자신의 말 뒤에 태운 뒤, 무사히 탈출했습니다.
화살의 포화를 뚫고 자신이 섬기는 왕을 구한 장수는 장웅이라는 장군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바로 삼년 전 왕의 후궁을 희롱했던 당사자였습니다.
 
‘나는 대단하고 특별한 사람이다’라고 스스로 믿고 있는 사람은 교만해지기가 쉽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특별하면 다른 사람은 특별하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대단하다고 여기면 자연이나 동물은 열등한 존재로 여깁니다. 서양이 우월하다고 여기면 동양은 열등한 곳이 되고 맙니다. 갈등과 충돌이 일어나는 원인 중에 하나는 바로 ‘교만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스탠턴도 그랬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신은 명문가 출신이고 대단한 학벌을 소유한 최고 변호사라고 자인하는 순간, 시골뜨기 변호사인 링컨은 열등한 사람이라고 여겼을 겁니다. 이렇게 교만함은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막아버립니다. 자신만이 최고이고, 자신만이 옳다는 생각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링컨은 스탠턴의 교만함을 알면서도 그의 장점을 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을 가졌던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장관에 임명할 수는 없었을 테니까요. 아무리 교만하다고 해도 자신보다 더 큰 존재를 만날 때는 꼬리를 내리는 법입니다. 결국 그는 링컨의 갑작스런 죽음에 눈물로 용서를 구했습니다.
자신이 가장 아끼는 여인을 누군가가 희롱했다면 어느 누구라도 그 사람을 용서하지 못할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왕은 불편한 마음이 들었겠지만 범인을 용서했습니다. 그것도 체포한 다음에 용서한 것이 아니라 모든 대신들이 갓끈을 끊으라고 했으니, 왕 자신도 누가 범인인지 몰랐을 겁니다. 그렇게 부하를 용서해주었습니다. 그러나 그 대가는 충성으로 되돌아왔습니다.
 
링컨대통령과 장왕! 두 사람은 그렇게 원수까지도 용서했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그들로부터 엄청난 사랑과 존경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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