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지역화폐’ 거센 바람, 정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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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지역화폐’ 거센 바람, 정착은?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9.04.26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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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현안점검] 기초단체들의 잇단 지역화폐 도입



지난해 열린 인천e음(당시엔 인처너카드) 론칭 행사 모습. ⓒ인천시

 

지역화폐 도입이 인천에서 강하게 불고 있다. 지난해부터 인천시가 야심차게 운영하기 시작한 ‘인천e음(구 인처너카드)’ 시스템이 각 구에 일정 부분 영향을 주고, 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구청장들 상당수가 공약으로 내걸었기도 했던 것이어서, 서서히 인천에서 실천에 옮겨가며 시민과의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인천e음이 지난해 출범 후 관내 기초단체들이 원할 경우 개발비용 등을 전혀 부담하지 않고 이 시스템에 편승할 수 있다는 장점이 알려지면서, 올해 서구와 연수구, 남동구와 미추홀구 등이 잇달아 인천e음의 시스템에 편승할 예정이거나 검토하고 있다.
 
 
◆ ‘인천e음’ 시스템 그대로 받는 지자체들, 준비 과정은?
 
인천시를 제외하고 ‘인천e음’의 발행 이후 이 시스템을 이용해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은 곳은 인구 50만 규모의 서구다. ‘서로e음’이라는 이름의 지역화폐를 출범시켜 다음달 1일부터 첫발을 떼는 서구는, 이재현 구청장이 일찌감치 기자회견을 통해 지역화폐 조성 규모를 1천억 원 상당 수준까지 하겠다고 밝혔다.
 
서구는 특히 전자식과 지류식 모두를 발행해 추진키로 하고 이중 전자식 상품권 시스템은 인천시의 ‘인천e음’에 올라타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정했다. 관내 다른 군·구에 비해 조성 규모도 꽤 크고 혜택도 많다. 구비도 30억 원이나 편성했고, 국·시비 20억 원을 추가해 50억 원의 운영기금을 조성했고 향후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20억 원을 더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밝혀놓고 있다.
 
이를 사용을 하는 서구 주민들에게도 10% 캐시백 및 30% 소득공제(전통시장은 40%까지 확대) 등 혜택이 있고, 가맹점에게는 카드수수료 0.5% 지원에 가맹점 1천억 원 매출 보장까지 해놨다. 구의 중점 사업 중 하나로 가장 공격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연수구도 오는 6월 경 시범운영을 한 뒤 하반기부터 본격 운영한다는 구상 하에 현재 타당성 용역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당초 이달 용역을 완료할 예정이었으나 추가조사 등 이유로 용역은 다음 달 하순 경까지 이어진다. 전체 운영규모로 따지면 동구와 비슷한 수준으로 국·시비 6억 원에 구비 4억 원을 투입해 올해는 10억 원 규모로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남동구는 올해는 ‘시범사업’의 성격으로 운영하겠다는 방침 하에 그렇게 많은 예산을 잡지는 않았다. 국·시비 8천만 원에 구비 8천만 원으로 먼저 운영해 보고 효과를 봐서 추후 늘려가겠다는 방침이다. 미추홀구도 국·시비 1억 원과 구비 1억 3천만 원을 들여 남동구와 비슷한 수준으로 일단 가동해 보고 추후 확장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서구e음’ 카드의 홍보 이미지. ⓒ인천서구청


 
◆ 과거 시스템인 ‘지류형’ 신규 도입한 동구, 우려는 없나?
 
인천시의 ‘인천e음’에 따로 올라타지 않고 독자적인 지역화폐 운영 계획을 밝히고 운용 중인 지자체도 있다. 동구는 지난 25일 ‘동구사랑상품권’이라는 상품권을 발행해 5천원, 1만원 권 두 가지의 상품권을 만들고 연간 10억 원 규모의 지역화폐 시장을 만들기로 했다.
 
다른 지자체들과의 차이점이라면 동구의 경우는 전자상품권이 아닌 옛날 식 지류상품권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동구의 인구 분포 중 노인 비율이 많아 ‘인천e음’과 같은 전자상품권을 사용하기엔 아무래도 어려운 특징이 있다는 것이 동구 측 설명이다.

이 상품권의 지역 정착을 위해 별도 가동 중인 온라인 정책 토론방을 통해 주민 의견을 접하고 허인환 구청장이 가맹점을 직접 유치하기 위해 이달 중순 동구 일대를 순회하는 등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류상품권 도입에 대해서는 일부에서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상품권을 제작하는 등의 비용에 전체 운영비의 10%가 들어가는 등 소모 비용이 발생하는 것과 비례해 지역경제에 나타나는 직접적인 효과가 미비하게 나타난다면, 그 실효성에 의문시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강화군의 경우 2014년 ‘강화사랑상품권’을 발행하고 운영을 오래 해왔으나, 지난해 7월 이를 판매중지하고 지역에서 돌고 있는 상품권을 모두 회수하고 2020년 경 폐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4년여 운영을 해왔지만 결국 지역에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것이다.
 
 
◆ 편의성 및 결제방식 선호도 등에서 ‘여전히 밀린다’
 
최근 사용자 및 가맹점 수가 늘고 있기는 하지만, 결국 지난해 사용자 목표치의 5% 수준도 채우지 못한 ‘인천e음’의 사용 빈도는, 올해는 그 비율이 늘어났어도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아직 인천시민들 대다수가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크다. 실례로 지난해 인천e음의 경품 지급 이벤트를 하고 보니 절반 넘는 사용자가 공무원이었다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시의 예산을 갖고 공격적인 홍보가 되지 못했다보니 공무원 위주로 사용이 됐던 탓이다. 인천지하철 및 버스 정류장 등 공공장소에 홍보물이 소개되어 있는 경우도 있지만 시민의 직접 사용으로 이끌어지기엔 한계가 있다.
 
편의성 및 결제 방식에 따른 선호도 등도 원인으로 꼽힌다. 이른바 ‘신개념’으로 등장한 결제 시스템 상당수가 정작 세대 별 ‘니즈’을 충족하지 못하다 보니 기존 현금 및 신용카드 사용 인구가 신규 결제 방식으로 넘어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회생활을 오래 한 40대 이상 중장년층들은 당장의 현금 지급능력이 크지만 상대적으로 ‘QR코드’와 같은 방식의 결제에는 익숙하지 않다. 그렇다고 이런 것에 익숙할 젊은 세대들이 이런 형태의 직불카드 시스템을 선호하지 않는 것도 문제로 꼽을 수 있다.
 
상대적으로 경제수준이 높지 않은 이들은 당장에 자신의 계좌에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얼마 되지 않는 만큼, 연말정산보다는 캐시백 혜택에 좀 더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자체에서 이러한 캐시백 혜택을 주려면 결국 공공재원에서 투입을 해야 하고, 그 혜택은 공공재정에서 투입돼야 한다. 시와 군·구 재정을 감안했을 때 사용자들에게 그렇게 큰 체감을 주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대부분의 기종에 탑재된 ‘삼성페이’의 결제 모습. ⓒ삼성전자

 
 
◆ 대기업-금융사 카드의 공격적 마케팅, 당해낼 재간 없다
 
문제는 그만한 캐시백 성격이 아닌 할인이나 혜택 등을 대다수의 시민들이 대기업 및 1금융사의 카드 및 통신사 멤버십 등을 통해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 할인혜택은 대부분 인천e음의 혜택 적용에서 제외될 프랜차이즈에 주어지고 있으며 시장에서의 장악력도 큰 데다가, 추가적으로 갖고 다녀야 할 카드가 거의 없게끔 편의성 높은 시스템을 이미 차려놓고 있다.
 
이들 카드사 및 통신사들의 할인 및 혜택 등은 이미 국내 대형 할인마트 및 편의점, 커피 전문점 및 제과 프랜차이즈 등까지 다양하게 주고 있다. 만약 이들 업체가 자체적으로 내놓는 멤버십을 확보했을 경우 그 혜택은 더 크게 작용한다.
 
최근 삼성과 LG가 자사의 스마트폰을 통해 서비스하고 있는 MST방식에도 ‘인천e음’과 같은 시스템은 ‘대체로 밀린다’는 평가다. 스마트폰에서 두 가지 단계(앱 실행 및 지문 등 인증)를 거쳐야 하는 MST방식은 일반적인 신용 카드보다 번거롭다는 평가가 있지만, 그럼에도 최근 이 방식이 선호되는 것은 기존 카드를 아예 안 갖고 다녀도 된다는 큰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삼성 및 LG페이도 사용자들을 위한 혜택 및 이벤트들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혜택을 받으면서 사용을 하려면 앱과 카드를 모두 확보(인천e음의 경우 모바일과 카드 직접결제 선택에 따라 혜택이 다른 경우가 있음)해 놓아야 하고 대형백화점 및 대형마트에서는 사용 자체가 안 되는 인천e음에 사용자들이 그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올라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남동구나 미추홀구가 일단 올해는 시범사업 성격으로 작은 예산을 편성해 놓은 것도 그 ‘우려’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 “그래도 희망은 보고 있다”는 인천시
 
인천시 소상공인정책과 관계자는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민간이 아닌 관에서 하는 사업 이기에, 공공서비스의 부분을 전혀 인식하지 않을 수는 없다”면서도 “지난해 1만여 명도 안 되었던 사용자 수가 캐시백 및 연말정산 혜택에 대한 홍보를 한 후로는 4월 말 현재 5만 명 가까이 늘어났고 가맹점도 서서히 늘어가고 있는 분위기가 있어서 올해는 꽤 희망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인천e음 카드가 과거 인처너카드였던 시절과도 달라진 점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에는 가맹점을 직접 받는 구조였지만 인천e음 시절로 넘어오면서부터는 인천 대부분의 소상공인 사업자의 업장에서 사용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사용자는 자동으로 6% 캐시백을 혜택으로 받게끔 했다”고 밝혔다.
 
또 “올해부터 6%까지는 시가 캐시백을 주고 그 이상은 업장 주인들이 추가로 할인혜택을 사용자들에게 주도록 하는 ‘혜택 플러스 가맹점 제도’를 도입해 현재 250여개 업소 확보해 놨는데, 우리 시가 업장에 이를 적극 권유하고 있고 긍정적으로 피드백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시는 다른 일반 금융권 신용카드와 견주었을 때 인천e음이 혜택은 부족하지 않다고는 보지만, 정작 홍보가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 시는 지난해 인천e음의 애플리케이션(어플-당시는 인처너카드)을 오픈한된 뒤 한 차례의 명칭 공모 등 절차 거치면서 홍보를 많이 하지 못했다.
 
시 관계자는 “올해부터 홍보작업이 본격화되고 있고, 다음 달부터 지원활동가들이 활동하는데 안내 드리고 인천e음 스티커 부착 등의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라며 “부족한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나 여러 면에서 희망적인 지표들이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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