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시(詩) 수업 단상
상태바
벚꽃시(詩) 수업 단상
  • 원채원
  • 승인 2019.05.16 08: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 벚꽃이 저에게 날아와요 - 원채원 / 강서중학교 국어교사


그림입니다.원본 그림의 이름: 벚꽃 수업.jpg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4032pixel, 세로 3024pixel사진 찍은 날짜: 2019년 04월 22일 오후 12:04카메라 제조 업체 : samsung카메라 모델 : SM-G950N프로그램 이름 : G950NKSU1AQL3F-스톱 : 1.7노출 시간 : 1/882초IOS 감도 : 40색 대표 : sRGB노출 모드 : 자동35mm 초점 거리 : 26프로그램 노출 그림입니다.원본 그림의 이름: 벚꽃 수업 2.jpg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4032pixel, 세로 3024pixel사진 찍은 날짜: 2019년 04월 17일 오후 10:20카메라 제조 업체 : samsung카메라 모델 : SM-G950N프로그램 이름 : G950NKSU1AQL3F-스톱 : 1.7노출 시간 : 1/1968초IOS 감도 : 40색 대표 : sRGB노출 모드 : 자동35mm 초점 거리 : 26프로그램


“우와! 벚꽃이 피었네.”
“선생님, 올해도 시 써요?”
“그럴까, 벚꽃 나무 밑에 집합.”
“우와와~~”
 
와글와글 떠들며 몰려 내려간 꽃나무 아래를 2열 종대로 2번 반복해서 걷는다.
“하낫, 둘, 하낫, 둘......”

모두 맘에 드는 곳에 앉아서 공책을 편다. 뭐라고 쓸까 고민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선생님, 여기 벌이 와요. 무서워요. 쏘면 어떡하죠?”
“벌은 너희들한테 관심없어. 괜한 걱정 말고 벌소리에 귀를 기울여 봐.“
”그리고 얘들아. 벌 소리가 참 시원하다. 거의 꽃송이마다 벌이 들어있는 거 같지 않니.“
”네, 정말 많아요.“
”벌은 팔자걸음을 걸으면서 친구를 모아 온다지. 그리고 꿀이 모이면 집으로 가져가지.“
”그리고, **이, 아직도 시상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이리 내려와라. 선생님하고 같이 벚나무 밑을 한 번 걷자.“
”아이, 싫은데요.“
”아냐. 내려 와. 걷자. 어때. 꽃잎이 마치 팝콘이 터진 것 같지. 무슨 생각이 나니.“
”정말 예뻐요.“
”그렇지. 벌은 왜 저렇게 많은 거야?“
”꿀을 가져가려는 거죠.“

대화를 마친 학생이 자리에서 열심히 시를 쓴다. 자신이 쓴 시를 국어교사인 내가 약간 고쳐주며 시상(詩想)을 정리해 준다.
 
그래서 만들어진 시를 소개해 본다.
 

     꿀벌의 하루

세상이 온통 분홍빛이다.
“와아! 신난다.”
팔자 걸음으로 친구들이랑
놀고 도착한 곳
송이송이 가득 담긴 달콤함.
쭈욱 빨아들인다.
이 꽃 저 꽃 모두 꽃밭이다.
 
부른 배를 안고 도착한 집
그 곳에 기다리고 있는 어머니벌.
잔뜩 가져온 꿀을 가득 내려놓는다.
“오! 멋진 우리 아들.”
 
칭찬에 더욱 신나 또 떠난다.
꿀을 머금은 아름다운 꽃잎 속으로......
봄의 맛은
나의 몸과 마음을 노랗게 물들인다.
 
  
”○○아, 너는 무슨 시를 썼니?“
”네. 저는요. 벚꽃나무 맞은편에 있는 은행나무가 벚꽃나무를 부러워하는 거 같아요. 그런데 가을이 되면 벚꽃나무가 은행나무를 부러워하겠죠.“
”왜 벚꽃나무를 부러워하는데?“
”네. 꽃이 예쁘니까, 벌 친구도 놀러 오고, 학생들도 오고, 사람들이 와서 사진도 찍고 환호해 주니까 행복해 보이잖아요. 그래서 맞은편에 있는 은행나무가 부러울 거 같아요. 저는 그 내용으로 시를 써 보고 싶어요.“
” 정말 참신한 생각이구나!. 나무를 의인화해서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같구나.“
”네. 그렇게 써 봐도 될까요?“
”좋지“
”네“

그렇게 수업 대화를 하며 시상을 만들고 다듬어가며 만들어진 시들.
교사는 학생들의 생각을 다시 한 번 정리해 주고 정교하게 만든다.
그리고 시적 언어와 표현들로 바꾸어 준다. 학생들은 ”아, 그렇게 하는군요.“ 라는 깨달음을 내뱉으며 아름다운 벚꽃시를 완성해 간다.

해마다 3번 이상 창작시 수업을 하면서 느낀 점은 시 쓰기도 수업을 통해 능력이 키워진다는 점이다. 정말 학생들은 스펀지 같다. 그리고 순수한 감성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교사는 그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지원자. 조력자. 코치의 역할을 수행하면 되는 것이다.

벚꽃이 바람 따라 지는 어느 날, 수업을 하던 친구들이
”어, 벚꽃이 저에게 날아와요.“
”그게 바로 시다. 떨어지는 꽃잎이 꽃비가 되어 내리는 것을 시로 만들어 보자.“
이렇게 시쓰기 수업 대화를 이어가다 보면 어느 새 아이들은 작은 시인의 꿈을 키워 간다.

시 창작을 전혀 못하고 있는 1학년 남학생들은 꽃을 보며 떠오르는 시상이 무엇인지 질문하고 교사인 내가 써 준다. 한 행 한 행 써 내려가는 것을 보던 학생들은 마음 속으로 ”유레카“를 외치며 나도 쓸 수 있을 거라는 가느다란 희망을 품는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 학생들 수준에 맞게 시쓰기를 지도하다가 문득 시쓰기에 자신감이 생기는 학생들을 보면 교사로서의 행복감에 젖게 된다. 꽃비가 내 마음에, 아이들의 마음에 분홍빛으로 물드네.


그림입니다.원본 그림의 이름: 시 3.png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3024pixel, 세로 4032pixel 그림입니다.원본 그림의 이름: 시 4.png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3024pixel, 세로 4032pixel 그림입니다.원본 그림의 이름: 벚꽃시 3.jpg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4032pixel, 세로 3024pixel사진 찍은 날짜: 2019년 05월 01일 오후 13:01카메라 제조 업체 : samsung카메라 모델 : SM-G950N프로그램 이름 : G950NKSU1AQL3F-스톱 : 1.7노출 시간 : 1/124초IOS 감도 : 40색 대표 : sRGB노출 모드 : 자동35mm 초점 거리 : 26프로그램 노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