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대 이전적지, 새로운 도시공간 창출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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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대 이전적지, 새로운 도시공간 창출 플랫폼
  • 지영일
  • 승인 2019.05.30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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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칼럼] 지영일 / 가톨릭환경연대 대외협력위원장

도심 요지 곳곳에 둥지를 틀었던 군부대가 떠난 자리가 어떻게 변모할지에 대한 관심이 커가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 3월 19일 ‘2019년 원도심(균형발전)분야 업무토론회’를 개최, 향후 도시계획 및 생활환경에 밀접한 영향을 미칠 사안에 대해 발표했다. 부평구 산곡동 등지에 산재한 국방부 군부대 이전적지 활용을 통한 원도심 활성화 방향을 공개한 것이다. 인천시민의 숙원이던 도심 군부대 이전계획이 공식 발표됨에 따라 원도심 균형발전과 주변 지역 활기를 기대하는 욕구가 폭발적으로 증대했다.
 
최근 통계는 아니지만 2010년 국방부 자료에 의하면 전국적으로 약 6,485개소의 군사시설이 있으며 훈련장은 3,986개소(61.4%)에 이른다. 국내 군시설은 총 11억 9만㎢로 국토의 약 1.2%를 차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군사시설은 국가안보의 제공 및 확보라는 성격을 갖기 때문에 그 편익이 국가 전반에 미치는 공익적 기능을 갖고 있다. 결국 군사시설은 국가안보 측면이나 사회적·국가적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다.



 

아울러 오래전에는 도시 외곽, 미개발지에 군부대 또는 군사시설이 들어서면서 교통, 치안, 지역경제 측면에서 호재로 작용했다. 게다가 의도되지는 않았으나 군 관할구역을 중심으로 개발 광풍이 작용하지 못했고 그래서 난개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녹지를 일부 유지해주는 울타리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제는 격세지감, 도시화·산업화 과정에서 지역사회가 변화하고 복잡해졌다. 군부대가 입지할 당시와는 다른 조건이 된 것인데, 교외였던 지역이 대규모 주거·상업지구로 바뀌었거나 낙후를 거듭함에 따라 새로운 지역발전 계획이 요구되기에 이르렀다. 직·간접적인 재산권 행사 제약에 대한 반감과 권리의식 증대가 뒤따랐다. 특히나 해당 시설로 인한 피해가 전적으로 해당 지역에만 전가되는 탓이 컸다. 그야말로 세상이 바뀌었고 시민의식도 달라졌다. 도시환경, 시민욕구가 도심 군부대를 포용하는 시대가 아니게 됐다.
 
그래서 현재 이전적지를 두고 인접지역, 그리고 도시 전체의 지속가능하고 선순환 경제체계에 부합하는 활용계획 수립과 추진이 중요하다는 원칙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는 그간 늘 경험해왔던 일방적 개발압력을 방어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울러 행정과 일부 전문가 중심의 협의가 아니라 생산적 논의과정을 촉진하고 다양한 계층의 참여와 의견 개진을 통해 장기적, 통합적 관리 및 활용계획의 수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군부대 이전정책에 따른 갈등과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전적지의 활용에 있어서 해당 지역의 특성이 무엇인지,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지, 중심지로부터의 접근성, 주변 활동과의 연계성, 주변의 주요 산업활동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다소 복잡하고 긴 과정이 필요한데 지금까지의 도시개발사업, 도시재생의 형태와는 달리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그렇다. 군부대의 존재로 인해, 또 각종 군사활동으로 인해 불편·불이익을 감내한 지역주민을 우선 배려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되어야 하는 사안이다.

시민 욕구에 따라서는 고령사회, 문화도시라는 시대적 필요를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삶의 질, 생활환경을 염두에 둔다면 주변 녹지와의 연계와 확장, 건강과 문화·경제를 연계한 활용구상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군부대 가운데는 인천 도심을 관통하는 S자 녹지축 상에 위치한 경우도 많아서 회색도시, 집약적으로 개발된 도시에 녹색 숨결을 불어넣는 공간으로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 끊어진 녹지축, 잠식된 녹지축을 풍요롭게 하고 친근한 숲으로 되돌리는 과정도 병행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국방부나 인천시는 도심 군부대 이전을 놓고 땅장사, 집장사의 기회로 취급해서는 안되며 비용대비 수익창출의 셈법이 핵심적으로 작동하도록 두어서도 안된다. 덧붙여 군부대 이전문제가 해당 지역과 주민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일부 정치인이나 지자체장의 치적이라든가, 과시를 위해 소모되는 재료가 되어서도 안된다. 새로운 도시공간 창출을 위한 플랫폼, 현세대와 미래세대의 공동이용, 환경·문화·경제를 아우른 조망으로 다뤄져야 할 과제가 바로 군부대 이전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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