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봉도의 봄을 떠나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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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봉도의 봄을 떠나보내며...
  • 문미정·송석영
  • 승인 2019.06.04 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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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봉도의 만남과 이별



장봉도의 봄이 떠나고 있다. 
봄이 오면서 피어났던 꽃잎들이 하나 둘 씩 떨어지더니 봄이 떠나는 요즘은 꽃이 언제 피었었나 싶을 정도로 온데간데 없이 초록이다.
잔디밭인지 민들레밭인지 모를 정도로 잔디밭을 가득 채워 처치 곤란이던 민들레도 어느새 사라졌다.





이른봄 찾아왔던 아기염소 깜지도 많이 자라 머리에 뿔도 나고, 젖도 떼서 원래 농장으로 떠나보냈다.
첫 아이 지인이는 처음으로 이별의 느낌을 알게 되었는지 깜지를 내려두고, 오는 길 내내 울었다.
더 어릴 때에도 동물들을 보낸 적이 많았지만 눈물을 보인 것은 이번은 처음이다. 아이가 그만큼 자란것이다.





장봉혜림원의 유일한 애완동물 백구 빼꼼이의 강아지 6마리중 4마리도 다른 주인을 만나 떠났다.
아직 2마리의 강아지가 남았지만 견주는 떠나보내는 4마리가 아쉽기만하다. 그렇게 많은 것을 떠나보냈던 봄이다.
하지만 또  우리는 여름을 만날 것을 기대하며 여름 맞이를 준비한다.





텃밭에 심은 한그루의 수박나무는 연노랑 꽃을 피워주고, 아직 키가 작은 토마토 나무엔 작은 토마토가 열리기 시작했다.
올해 사와서 심은 오디나무 묘목은 기대도 안했는데 초록색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새들의 소리도 달라졌다. 기러기는 떠나고 제비가 찾아왔다.
가끔 뱀이 지나가는 것도 관찰되고 말벌은 새집을 짓기 시작했다.
떠나보낸 아기염소 깜지 대신 닭과 병아리들이 앞마당을 뛰놀고, 남편의 사진은 점점 초록이 되어간다.

관광객의 수는 배로 늘었고, 그래서 이 작은 섬에 차와 쓰레기가 많아졌다.
남편은 늘 관광객은 덜 왔으면 하고 바라지만 이곳 섬 주민에겐 생계인데 싫어할 수 만은 없는 일이다.
다만 예쁘게 쉬다 가주길 바랄 뿐이다.

자연은 참 바쁘다.
섬생활하는 우리 가족의 삶도 바쁘다.
섬살이를 하면 뭔가 더 여유있고 한가할 거라 생각했는데 착오가 컸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밤 10시까지 쉼없이 움직여야 삶이 유지되는 곳이다.

그리고 이곳 장봉도는 만남과 이별이 너무 쉬 일어난다.
계절과의 만남과 이별 뿐 아니라, 사람들 과의 만남과 이별도 쉬 일어난다.
그래도 눈물을 흘리는 법이 없다.
다시 만날 것을 알기 때문이리라.
또 다시 올 것이라는 것을 믿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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